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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
숨진 두 명의 소방대원은 화재현장에 도착해 곧바로 진화 작업과 인명구조 작전에 투입됐다. 4명이 2인 1조로 화재 건물에 진압한 대원들은 현장 출동 20분쯤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 앞이 보이지 않자 팀장 격인 한 대원이 안 되겠다. 나가자는 수신호를 보내고 돌아섰다. 2명은 계단을 타고 내려와 1층 창문을 깨고 탈출했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2명은 바닥이 붕괴하면서 3층에 고립되었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서로 5m 떨어진 곳에서 차례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새벽 화재가 진화되면서 두 소방대원의 육신은 동료들의 들것에 실려 지휘관 앞으로 운구됐다. 동료들은 싸늘한 죽음 앞에 목이 막혀 말이 없었다. "장비를 벗겨주라"는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대원들이 죽음으로 누워있는 두 소방관의 무장을 해제했다. 공기 호흡기, 도끼, 망치, 손전등, 안전모, 개인 로프를 떼어주고 방열복을 벗겨주었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그렇게 한평생의 멍에를 벗었다. 두 영웅은 함께 손잡고 그렇게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료들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김수광 소방장은 2019년 임용되었다. 그는 평소 잘 먹지 않았던 아침밥을 차려 아버지와 함께 먹고 집을 나섰지만,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불귀의 객이 되었다. '아빠, 나갑니다.' 이 말이 20대 고 김 소방장이 아버지에게 고(告)한 말로 가족과 나눈 마지막 말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서 누군가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자신의 크리스마스를 반납하겠다는 신입 소방대원의 다짐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박수훈 소방사는 특전사 출신으로 늦깎이로 2022년 임용됐다. 그는 특전사 출신답게 태권도 사범으로 다져진 체력에 수련생들과 관계도 남달라 많은 사람이 따랐다. 미혼인 박 소방사는 평소 농담을 할 때도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할 만큼 소방에 관한 일과 조직에 남다른 애착과 자부심이 컸다고 한다.
경상북도 도청 동락관 영결식장은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곳곳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제복을 입은 동료들도 눈물을 훔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여러 계층의 조문객들은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전면을 바라보며 목이 막혀 말이 없었다. 유족들은 운구 행렬을 따르며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울고 또 울었다. 3층 암흑 속에서 숨이 끊어지기까지 아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 뜨거움을 되뇌며 통곡했다. 김 소방장의 어머니는 "아이고 내 새끼 보고 싶어 어떻게 살꼬" 하며 절규했고 박 소방교의 어머니는 주저앉아 그냥 통곡했다. 아무도 두 어머니의 울음에 개입할 수 없었다. 아무도 그 어미의 심정을 달랠 수 없었다.
우리는 소방관들의 화재현장 순직을 접할 때마다 소방대원들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그렇기에 그들이 임무 수행 중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질 않는 게 더욱 가슴 아프다. 매년 화재현장에서 순직하는 소방관이 5명 내외다. 2022년 1월 평택 물류창고 화재 진압 중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인명피해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과 소방청, 관계기관에서는 안전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그때뿐이지 현실은 그대로이다. 결코, 빈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당국과 관계기관은 이번 사고를 철저히 파악해 이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순직 소방관의 빈소와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두 영웅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영정사진 속 고인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고 있다. 나는 끝없이 솟구치는 뜨거운 눈물 대신 국화꽃 한 송이를 놓고 목이 막혀 말을 잃었다. 울음의 공간 빈소 앞 로비에는 정치인들과 각 기관에서 보내온 화환이 가득했지만, 유족이나 동료 소방관들의 슬픔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경상북도 葬으로 치러진 3일 영결식에서 고인들은 소방장과 소방교로 일 계급 특진 추서되었다.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는 대한민국 '하늘의 별'이 되어 국립대전현충원으로 갔다.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통 선거에 관한 이야기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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