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배사와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 [허준혁한방]

칼럼 / 허준혁 칼럼니스트 / 2023-11-05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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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혁 UN피스코 사무총장

[일요주간 = 허준혁 칼럼니스트] 한때 대표적 '꼰대문화'로 꼽혔던 회식이 코로나19 완화와 함께 부활하고 있는 가운데, 예전과는 다른 회식문화들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강압적 참석과 음주, 그리고 권위적 '라떼'가 점차 없어지면서 MZ세대들도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회식자리는 마다하지 않는 양상이다.

최근 <해외에서 바라본 K-컬처와 NEXT>라는 주제의 섹션을 진행하던 중 외국인 패널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K-컬처는 무엇이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한 젊은 여성패널이 '회식'이 신기했다고 답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는 건줄 알았는데 실제로 접해보니 너무 재밌고 신났다는 것이었다.

회식은 사마천의 사기에서 한신이 조나라를 부수고 함께 밥을 먹자고 한 ‘파조회식(破趙會食)’에서 유래했듯, 축하하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 갖는 자리이다

나폴레옹의 원정군대에서 병사들의 사기진작과 승리후 회식때 사용하기 위한 포도주는 무기만큼 중요한 보급품으로 가장 큰 무게와 부피를 차지했다고 한다. 60만명의 대군을 이끌었던 러시아침공때는 포도주를 2,800만 병이나 싣고 갔다.

회식에서 빠질 수 없는게 건배이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건배와 건배사는 하나의 의식으로 진행되어왔다. 술에 독이 들어가지 않았음을 확인하기위해 한 병의 술을 나누어 마시고 난 다음 빈 잔을 보여줬다. 술잔을 서로 부딪히는 것은 그 소리로 마음이 통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회식의 경우 처음에는 한 사람씩 이야기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각자 얘기를 하느라 전체 진행이 어려워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한 사람을 집중하고 경청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건배사 제의이다.

좋은 건배사는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단합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건배사가 두려워 회식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느니만큼 건배사를 강요해서도 안될 것이다.

건배사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서양의 경우 "건강을 위하여"가 대부분이지만 동양에서는 잔(杯)을 깨끗이 비우자(乾)는 뜻의 "건배(乾杯)"를 많이 쓴다.

중국 : 乾(干)杯 칸베이(잔을 비우자)
일본 : かんぱい 간빠이(잔을 비우자)
미국 : Cheers 치어스(즐겁게 마시자)/Bottoms up 바텀 업(잔을 비우자)
영국 : Cheerio 치어리오(즐겁게 마시자)
프랑스 : Sante 상떼~(건강을 위하여)
독일 : Prost 프로스트(건강을 위하여)
이탈리아 : Alla salute 알라 샬루테 (건강을 위하여)
스페인 : iSalud 샬릇(건강을 위하여)
스칸디나비아 : Skal 스콜(건강을 위하여)
러시아 : На здароьие 나 즈다로비예(건강을 위하여)
멕시코 : Salud 살루드~(건강을 위하여)
태국 : ไชโย Chiyo 차이 유(건강을 위하여)
이집트 : Fee Sietak 피 시히타크(건강을 위하여)

한국은 예전엔 ‘건배’, ‘위하여’, ‘파이팅’ 등을 외쳤지만 요즘에는 저마다 개성있는 건배사로 분위기를 돋구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K-건배사 문화라 할 수 있다. K-건배사 역시 세계적으로 또하나의 음주문화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건배사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다. 시간과 장소에 맞는 나만의 멋진 건배사로 임팩트있게 각인시키는 것 역시 최고의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이다.

밋밋하고 흔한 건배사보다는 나만의 멋진 건배사를 개발해 보면 어떨까? 팁을 주자면 나만의 창조적 삼행시를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말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말한마디로 천 명 마음도 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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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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