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500조 시대 명암①] 적립금 500조 돌파에도 2%대 쥐꼬리 수익률… "기금형 개편해야"

e금융 / 김완재 기자 / 2026-09-11 16: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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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연 보고서 "5년간 적립금 96% 급증했지만 75%가 원리금보장형에 방치"
현행 한국형 디폴트옵션 85%가 안정형 집중…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 필요"
실적배당상품 16.8% vs 원리금보장 3.1%… 극심한 수익률 격차에 개혁 요구 고조
▲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려면 장기수익률을 높이는 운용체계와 함께 기금형 지배구조를 도입하는 등 제도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퇴직연금의 운용 효율화를 위해 기금형 제도 도입과 기존 계약형 제도의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고 기금형 지배구조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남재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4일 발간한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이슈보고서에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기금형 지배구조 도입 및 계약형 퇴직연금 운용 효율화라는 두 축의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24년 12월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인구 오너스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공적연금만으로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퇴직연금을 다층연금체계의 핵심 축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퇴직연금 적립금 5년 만에 96.2% 증가
퇴직연금 적립금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255조 5000억 원이었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1년 295조 6000 억 원, 2022년 335조 9000억 원, 2023년 382조 4000억 원, 2024년 431조 7000억 원을 거쳐 2025년 말 501조 4000억 원까지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6.8%, 2020년 이후 5년간 증가율은 96.2%다. 그러나 적립금 규모 확대와 달리 운용 방식은 여전히 원리금보장상품에 크게 치우쳐 있다. 지난해 말 전체 적립금 가운데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은 75.4%, 실적배당상품은 24.6%였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6.5%였지만 상품별 격차가 컸다. 실적배당상품 수익률은 16.8%인 반면 원리금보장상품은 3.1%에 그쳤다.

제도 유형별로는 DB형 적립금이 228조 9000억 원으로 전체의 45.7%를 차지했으며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91.9%에 달했다. DC형은 141조 6000억 원으로 28.2%, IRP는 130조 9000억 원으로 26.1%를 차지했다. IRP의 실적배당형 비중은 44.3%로 세 유형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장기수익률은 더욱 낮았다. 퇴직연금 전체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2.64%였으며 원리금보장상품은 2.11%, 실적배당상품은 4.48%였다.

보고서는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 가치 유지 측면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을 연금자산의 보편적 운용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며 장기투자를 통한 수익률 제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퇴직연금 소득대체 기여, 20% 이상으로 높일 수 있어”
사전지정운용제도인 디폴트옵션 역시 운용 유형의 편중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53조 3000억 원으로 성장했지만 이 가운데 85.4%인 45조 5000억 원이 안정형에 집중됐다. 전체 연간 수익률은 3.69%였다.

투자유형별 연간 수익률은 적극투자형 14.9%, 중립투자형 10.8%, 안정투자형 7.47%, 안정형 2.63%로 차이가 났다. 그러나 중립형의 적립금 비중은 4.7%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현행 한국형 디폴트옵션이 가입자가 디폴트 상품을 다시 선택해야 하는 opt-in 구조이고, 원리금보장상품을 포함해 기존 운용 관행을 반복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가입자가 선택하지 않아도 저수익 상품에 방치되지 않고 분산된 투자 포트폴리오로 운용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타깃데이트펀드(TDF)는 DC·IRP의 실적배당 운용과 디폴트옵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 퇴직연금계좌의 TDF 투자금액은 20조 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0.0% 증가했으며, 지난해 TDF 연간 수익률은 13.7%로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 6.5%를 웃돌았다.

다만 보고서는 같은 빈티지의 TDF라도 실제 주식 비중 등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상품의 명칭만으로 위험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고, 기초자산까지 확인하는 룩스루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퇴직연금이 노후소득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확대할 여지도 크다고 분석했다.

적극적인 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구조적으로 13.2%를 넘기 어렵지만, 중도누수를 차단하고 운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률을 높일 경우 퇴직연금의 소득대체 기여도가 운용수익률 5% 가정에서 20.1%, 7% 가정에서는 29.7%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합한 전체 연금자산은 2399조 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다층연금체계에서 퇴직연금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기금형 지배구조 도입 “독립적 의사결정·전문 운용 중요”… 계약형 퇴직연금도 병행 개편 필요
제도 개편의 핵심 방안으로는 기금형 지배구조 도입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기금형 제도의 핵심이 단순히 퇴직연금 적립금을 하나로 모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독립적 의사결정과 수탁자책임을 통해 전문적인 운용과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OECD와 IOPS의 원칙, 영국·호주·일본의 경험을 통해 독립성·전문성·이해상충 관리·투명한 공시와 함께 기금 간 실질적인 운용 경쟁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올해 노사정 공동선언에서 제시한 비영리 연합형·금융기관 개방형·공공형 기금은 각각 지속 가능한 연대와 확장성, 장기수익률 제고, 사각지대 해소라는 목적에 맞춰 지배구조와 성과기준을 차별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금형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의 상당 부분은 계속 병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계약형 운용 효율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제안이다.

DB형은 적립금운용위원회와 적립금운용계획서(IPS)를 실질화하고, ALM 기반 OCIO 일임운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DC형은 사전지정운용제도를 opt-out 방식으로 전환하고 TDF 중심의 실질적인 디폴트제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제도 개편의 본질이 단순한 상품 변경이 아니라 의사결정과 책임구조의 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사업자와 자산운용업계 역시 장기 자산배분과 위험관리를 수행하는 실질적인 운용 주체로서 역량과 수탁자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보고서는 초고령사회에서 퇴직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의 한 축으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적립금 규모 확대에 그치지 않고 장기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운용체계와 책임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요주간 / 김완재 기자 ilyoweekl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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