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54개 늘었는데 인력은 고작 5명 증원…'안전불감' 인천공항의 민낯
"필수노동이라며 파업은 막고, 과로는 방치"…단식으로 내몰린 공항노동자들
"시민 안전 지키는 이들이 쓰러지고 있다"…인천공항공사, 침묵 속 책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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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안석 지부장(사진 가운데), 박대성 보안통합지회장(사진 우), 이자형 설비 지회장(사진 좌) 단식이 11월 3일로 8일째에 접어들고 있다. 수척해진 모습이나 “연속야간노동 더 이상 못버틴다! 4조2교대 시행하라!”는 요구를 꿋꿋하게 알리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인천국제공항의 비행기 탑승교를 운영하는 노동자들이 극심한 과로와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단식투쟁 10일째(11월 5일 기준)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공항공사가 연속야간노동을 강제하고 인력 충원을 외면해 노동자와 시민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 시민 안전 지키는 숨은 일꾼들...“휴게시간도 밥시간도 없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총 152개의 게이트가 있으며 항공기 이착륙 시 탑승교를 연결해 승객의 안전한 이동을 책임지는 이들이 바로 탑승교 운영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항공기가 도착하기 20~30분 전부터 탑승교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비행기와 정확히 맞물리도록 연결하는 세밀한 작업을 반복한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하지만 바람의 방향이나 항공 일정이 바뀌면 근무 일정도 그때그때 달라져 사실상 항시 대기 상태로 일한다”며 “휴게시간은커녕 식사할 틈조차 없고 무전기(TRS) 소리에 늘 신경을 곤두세운 채 근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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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공공운수노조 제공) |
◇ 4단계 확장 후 일은 늘었지만 인력은 줄어
공항 4단계 확장공사로 게이트와 탑승교가 크게 늘었지만 인력은 오히려 부족해졌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지난해 진행한 현장조사에 따르면 최소 65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천공항운영서비스(주)는 채용 공고를 냈다가 발표 하루 전 총인원을 298명에서 241명으로 줄였다. 그중 탑승교운영직은 29명에서 단 5명으로 축소됐다.
올해 1월 인천공항공사가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자료에서도 4단계 확장에 따른 증원은 ‘1명 증가’에 그쳤다.
인천공항지역지부 측은 “탑승교가 54개나 늘었는데, 겨우 5명 더 뽑은 건 안전 불감증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교대제 개편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는 2020년 자회사 노동자들과 연속야간근무를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지금도 바뀐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 노동자는 “야간근무에 익숙해지다 보니 쉬는 날에도 새벽에 자꾸 눈이 떠지고, 피로와 무력감이 계속된다”며 “번아웃 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 “필수업무라며 파업도 막더니…정작 방치는 누구를 위한 공항인가”…단식 8일째
공항 비행기 운항에 직접 연관된 탑승교 운영 업무는 ‘필수유지업무’로 분류돼 있다.
올해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의 파업투쟁을 앞두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탑승교사업부의 필수유지운영 수준을 78%로 결정했다. 즉, 대부분의 인원이 파업에 나설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업무로 본 것이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시민 안전을 위해 필수노동이라면서 정작 그 노동자들을 과로로 내모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지난달 27일부터 대표자 단식에 돌입했다.
정안석 지부장을 비롯해 보안통합지회장·설비지회장 등 세 명의 간부가 현재까지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수척해진 얼굴에도 이들은 “연속야간노동 이제는 못 버틴다. 4조 2교대 시행하라”고 외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이 이들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시민사회에서는 “세계적 공항의 이면에 숨겨진 노동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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