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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정한 회장 (사진=정승덕 기자) |
[일요주간/샌프란시스코=정승덕 기자] 여성으로서 남자들도 하기 힘든 철강분야에서 성공한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을 서울 강남에 있는 협회사무실에서 만나 여성과 여성기업인들을 위해 어떤 일을 기획하고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1999년에 설립되어 여성 창업 및 여성기업 육성지원, 여성기업 제품 판로 확대지원, 여성 경제인 교육훈련 및 여성 경제인 네트워크 구축, 여성기업 경영 애로 파악 및 제도, 정책에 대한 대정부 건의, 여성기업 육성을 위한 자료 수집 및 조사연구 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주요사업으로는 여성 경제인 육성을 위한 창업 및 일자리, 여성 경제 활성화를 위한 판로 지원, 여성 경제인 애로 상담 및 정책을 연구하는 것을 주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정한 회장은 “여성 기업은 남성기업의 2,3배 수준의 높은 여 성인력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기업수는 314만개로 전체 기업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2030세대의 기술기반에 여성 창업이 증가하여 미래경제의 핵심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하면서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여성기업의 역량 강화와 교육을 중점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Q. 한국여성경제인협회를 이끌고 계신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벌써 취임하고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낸 것 같다. 지난 2021년 10월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매년 7월 첫째 주를 '여성기업주간'으로 지정하고, 작년 7월 개최한 제1회 여성 기업주간 개막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하시어 여성기업을 격려해주시고, 이달 초에 개최한 제2회 여성기업 주간에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께서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셨다.
덕분에 우리 여성 기업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무척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 또, 협회 임원 및 회원들이 열심히 활동한 덕에 협회 회원 수가 기존의 3배로 증가했고, 여성기업확인서 발급 업체도 7만 명을 돌파했다. 미래 여성 경제인 육성사업 신설 등으로 여성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지원 예산을 처음으로 100억 이상 확보하는 등 좋은 성과도 거두었다.
특히, 올해는 ‘미래 여성 경제인 육성 사업’을 새롭게 시행한 의미 있는 해였다. ‘미래 여성 경제인 육성 사업’은 우리 협회가 이번에 처음 시도한 사업으로 선배 여성 CEO들이 멘토로 참여하여, 여성 특성화고와 여대생들이 미래 여성 경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사업이다. 7월부터 각 학교를 돌며 여성 CEO 특강, 여성 기업 현장 탐방 등을 진행하고, 지난 10월에는 학생들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업탐방을 다녀왔고, 11월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 통합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올해 계획한 프로그램을 모두 알차게 마무리했다. 마지막까지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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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미래여성 경제인 육성사업팀들과 함께한 이정한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사진=정승덕 기자) |
Q. 여성 기업인과 일반 남성 기업인과의 특별한 차이점이 있다면?
여성 기업은 세심하고, 믿음직스럽다. 여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1 여성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기업인의 주요 장점으로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한 고객만족도 제고’가 28.3%로 가장 높게 확인되었다. 여성 기업인은 경제적인 목표 외에 사회적인 목표에도 높은 중요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단순히 매출이나 수익 등의 양적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고객만족도나 기업의 가치, 종업원의 만족도 등과 같은 질적 성과도 중시하는 경향이 크다.
이 때문에 여성 기업은 고객들의 신뢰도가 매우 높고, 내실이 강하다고 흔히 평가받는다. 또 다른 특성이라면 아무래도 여성 기업인은 남성에 비해 출산 자녀의 수, 육아, 가사노동, 사회 인식 등에 다양한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Q. 중소기업육성을 국가의 목표로 세우고 추진하는데 여성 기업인들의 어떤 면에 중점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지요?
여성 기업에 대한 심층 연구 확대가 필요하다. 여성 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그에 수반되는 심층적인 연구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1999년 「여성기업법」 제정으로 여성기업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성 기업을 경제주체가 아닌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여 지원하는 수준으로 다양한 여성 기업 정책 발굴이 미흡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 협회는 2019년 여성 기업 연구를 전담으로 하는 여성경제 연구소를 설립하였으나, 현재 팀 단위 정도의 업무만 수행 가능한 매우 약소한 규모로, 아주 기본적인 연구조사만 시행하고 있다.
전체 기업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기업의 경제적, 사회적 역할과 중요성은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다. 특히, 인구 절벽에 따른 노동 인력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안이다. 여성 기업의 여성 근로자 고용률은 남성기업의 2.3배로, 탄탄한 여성 기업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레 여성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이 보장된다. 이것만 봐도 여 성기업 지원 효과는 1석 2조 그 이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여성기업 지원 정책 마련을 위한 다양한 조사·연구가 가능하도록, 여성경제연구소 예산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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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정한 회장 (사진=정승덕 기자) |
Q. 이정한 협회장님도 기업을 이끌고 계신데 어떻게 운영해 오셨고, 성공의 비결이 있으셨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우리 회사를 설명할 때 ‘현대판 대장간’이라 부른다. 거친 현장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더욱 심했다. 30대 때는 어린 나이를 감추려 일부러 모자를 푹 눌러쓰고, 허름한 작업복만 입고 다니며, 50살이 넘었다며 나이를 숨기고 다니기도 했었다. 여성이 흔치 않은 업종 특성상 “아줌마 말고 진짜 사장 데리고 와요” 라는 무시도 많이 받았고, 기술적으로 아무리 잘 설명을 해도 업체에서 내 말을 신뢰하지 않고 나보단 우리 회사 남자 직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더라. 그때는 여성 기업이 정말 흔치 않아서, 주변에 조언을 구하거나 하소연할 곳도 없어 많이 외롭고, 정보를 얻을 곳도 부족했다. ‘여자라서 안 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우수한 제품과 실력으로 승부하고자 끈기를 가지고 오직 일에만 몰두하며 살아왔다. 밥 먹듯 밤을 새면서 연구하고 공부했다.
우리나라에 없는 최신 레이저 기계를 독일에서 들여와 전국에서 우리 회사를 찾아오도록 만들기도 했다.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고, 내가 손해 보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며 단단하게 신뢰를 쌓았다. 한편으로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 가입해 많은 여성 CEO들과 교류하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외로운 경영 인생에서 같은 여성 기업인끼리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를 받으며 여기까지 올수 있는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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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정한 회장 (사진=정승덕 기자) |
Q. 여성기업인들이 해외에 진출하는데 어떤 부분을 협회에서 중점적으로 지원하실 계획이신 가요?
여성기업의 수출 길을 확대하고자 한다. 뷰티, 식품, 리빙 등 우리 여성 기업이 특화된 아이템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뛰어난 제품력을 자랑한다. 조금만 물꼬를 트여주면 훨훨 날아갈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다양한 기업, 기관, 유통채널과 연계하여 유망한 여성 기업의 수출을 도와 글로벌 명품브랜드로 거듭나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정한 회장은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임원과 학생, 교사 등 29명을 이끌고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지역을 방문하여 구글, 애플, PLUG & PLAY, Renaissance Business Center, Ignite XL, 메타, 아도비 등 여성기업체와 여성관련단체들과 만나 강연도 듣고 산타클라라 상공회의소 등과 MOU를 체결하는 등 분주한 시간을 가졌다.
이 회장은 “여성 기업인들의 해외 진출과 차세대 기업인의 미래 여성 경제인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고 전하면서 “앞으로 국내외 기업 및 기관과의 접점을 확대하여 글로벌 여성 기업 CEO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성공적인 진출을 돕는데 힘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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