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의 포청천’ 류수열 전 부장판사

People / 오경섭 / 2009-02-07 18: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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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사람의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한 사람의 적을 만들지 말라”

▲ 류수열 전 부장판사


탈주범 신창원에게 유기징역 구형으로 ‘포청천’ 별칭 얻어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 변신, “인명을 해친 죄는 용서할 수 없다”
경남 양산에서 6백여년을 살아, 외조부가 양산문화원장과 정교 역임


“탈주범 신창원에게 징역 22년 6월을 선고한다” 재판장의 단호한 한 마디에 법정에 술렁거렸다. 기자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교도소를 탈옥해 3년 동안 수십여 차례의 절도와 주거침입을 반복하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흉악범에게 무기징역이 아닌 유기징역이 선고되다니?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당황했다. 그러나 1심 재판장 류수열 판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최소한 인명을 해치거나 살인에 대한 죄가 아니라면 10억대의 절도행각이 있다 하더라도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본다” 류수열 판사의 법조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검찰의 항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형량은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판결로 류 판사는 ‘PK(부산.경남)의 포청천’이란 별명을 얻었다. 류 판사는 부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20여년의 법관생활을 줄곧 고향 부산.경남 지역의 향관으로 봉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003년 그는 20여년의 판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약자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로 변신했다.


홈페이지 도메인을 ‘www. 형사소송변호사.kr’을 쓸 정도로 그는 요즘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의자에 인권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류 변호사는 깔끔한 외모와 일처리 능력으로 최근 정치권으로부터 구애를 받기도 했다.


다음은 류수열 변호사와의 일문 일답.

법조인의 시각으로 바라 본 우리나라 사회, 국민의 장단점은?

- 우리 국민들은 공동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결집력과 에너지가 매우 강하여 어떠한 난관이라도 돌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우리 경제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빠른 시일안에 이를 극복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국민들의 공동목표가 소수인의 의도로 정치적인 목적에 의하여 왜곡되었을 때는 그 부정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적으로 파벌이 형성되어 국민과 나라의 개념이 많이 희석되어 있는 부분에 유의해야 한다.

탈주범 신창원 사건의 재판장으로 유명세를 타셨는데?

- 신창원이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 탈옥하여 다시 체포될 때까지 약 3년간에 걸쳐 약 40회의 절도행각과 주거 침입, 강간치상죄 등에 대한 일심재판을 담당했던 재판장이었다. 검찰구형이 사형이었으나, 재판장이던 저는 신창원의 강간치상죄 등에 대하여는 무죄를, 여타 절도 등 범행에 대하여는 징역 22년 6월의 형을 선고하였다. 최소한 인명을 해치거나 살인에 대한 죄가 아니라면 10억대의 절도행각이 있다 하더라도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보여 유기징역형의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 것이다. 그 형량은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쳐 그대로 확정되어 신창원은 현재 복역이다.

좌우명은?

“10명의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1명의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을 평생의 신조로 삼고 있다.

판사 퇴직 후 형사소송 전문변호사로 명성을 얻으셨는데, 현행 형사 소송제도의 문제점은?

- 피의자의 인신구속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현행법상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영장실질심사제, 구속적부심사제, 보석제도 등이 있으나, 영장실질심사제나 구속적부심사제도는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피의자의 변소 밖에 없고, 유죄의 증거는 수사기관에서 제출하는 많은 양의 증거서류 들이 있고 피의자는 자기의 변소에 부합하는 자료를 제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변호인을 선임한다고 하더라도 변호인도 수사기관에서 제출하는 유죄의 증거서류 들을 전혀 확인할 수 없으므로 실질적인 변론이 불가능하고, 보석제도 또한 제한적, 은혜적으로 보석이 허용되는 현실에 비추어 피의자에게 가장 영향이 큰 구속제도 전반에 대하여 과거에 비하여 많이 개선된 측면도 있으나,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약자의 권익옹호를 위한 법, 정치의 역할은?

- 약자의 권인옹호를 위하여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입법 활동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을 통하여 약자의 권익옹호에 앞장을 서야 할 것이며, 행정부는 위 법을 토대로 법을 적용하여 시행하며, 사법부는 약자의 권익옹호 측면으로 법을 해석하여야할 것이다.

지난해 있었던 촛불시위에 대한 견해는?

- 촛불시위에 대한 배경에 대하여는 시각차가 서로 달라 실체적인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히 규명되지 아니하였는데 이에 대한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로 시위가 시작되었고, 또 그것이 계속되었다면 우리 국민의 열정을 보는 것 같고, 만약 그 기저에 어떤 세력에 의하여 정치적인 목적으로 위 시위가 촉발 내지는 확대, 지속되었다면 이는 아주 경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달 발생한 용산사태에 대해.

- 재건축, 재개발과 관련하여 관련 피해주민의 대처방안은 제도권 범위 내에서의 법적투쟁과 용산사태와 같은 시위로 나타날 수 있으나, 종국적으로는 법적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법적투쟁을 통하여 자신의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으나, 용산사태와 같은 사례는 그와 같은 법적투쟁의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행동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이는 바, 정치권과 정책입안자들은 재건축, 재개발에 따르는 피해주민들의 불만을 극소화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공직자나 전문인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견해는?

- 공직자가 공직자로서 선거에 관여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나, 공직자나 전문인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전문적인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는 것보다 바람직하고 앞으로 더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력 정치인이나 정당내 사조직에 대한 견해는?

- 정치인이나 정당내의 사조직이 있다면 이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며, 이것이 계파분쟁, 당내의 대립,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PK지역에서의 집권 여당의 바람직한 모습은?

- PK지역에서 집권여당 내에서는 계파간의 대립, 갈등이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나, 집권여당으로서는 계파를 초월하여 국민들에게 단합된 힘을 보여주고 민생안정, 국익창출을 위해 매진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만큼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하다.
경제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명분이나 성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지역과 당파 그리고 파벌의 화합에 힘써야 한다.

따님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고 하던데?

둘째딸이 지난해 서울대 법대 재학 중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아내가 몹시 기뻐해서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내가 사법고시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 앞으로 딸이 훌륭한 법조인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법조인 생활이 항상 남의 일에 관심을 쏟는 일이다보니 집안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아내가 자식들을 잘 키워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첫째 딸도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원 생활을 성실히 하고 있고 장남도 이번에 대학에 입학한다. 다시 한번 아내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경남 양산에서 6백여년 이상 살아온 뿌리 깊은 집안이라고 하던데?

- 저는 어린시절 부산에서 자라 부산중학교, 부산고등학교, 서울법대를 졸업했지만 사실 본적은 경남 양산시 산막동 185번지다. 본관은 문화 류씨로 양산시 산막동에서 선조들이 600여년전부터 기거하여 왔고, 등록기준지가 변경이 된 적은 없다.


외가 역시 양산시 상북면 석계리 838번지이다. 현재 외삼촌이 기거하시고, 양산문화원장, 양산노인회 회장, 향교 정교 등을 역임하신 고 김두성씨가 저의 외조부님이다. 집안 식구들이 대부분 양산에 거주하다보니 부산에서 생활하면서도 양산을 제 집 드나들듯한다. 장남이 대학에 진학한 후 ‘아예 고향에 내려가 살까?’ 고민 중이다.



류수열 변호사 프로필 .
1956년 1월 부산 출생(54세)
부산고등학교, 서울대 법대 법학과 졸업
사시 21회 합격, 사법 연수원 수료
1984년 부산지방법원 판사
1990년 부산지법 소년부지원장
1991년 부산고등법원 판사
1996년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1997년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2001년 울산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2003년 부산지법 부장판사 퇴임, 변호사 개업
현재 류수열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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