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여당…야권 ‘대반격’ 플랜

정치 / 임완택 / 2010-04-11 00: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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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무죄’…검찰.정치권 후폭풍

법원 “뇌물공여 사실 인정어렵고, 청탁주장 비현실적”
한명숙 전 총리 무죄 판결, 지방선거 중대한 분기점
서울시장 공식 출마 선언 탄력…선거전에 본격 합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뇌물 사건에 대해 법원이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6.2지방선거의 중대한 분기점을 맞게 됐다.
한 전 총리는 20일경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무죄판결로 검찰이 야권 유력 정치인을 흠집내기 위한 정치적 기소를 한 것이 증명된 만큼, 지방선거 핵심 이슈인 ‘정권 심판’을 더욱 부각할 수 있게 됐다는 표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무죄 판결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년과 맞물려 지지자들의 결집과 함께 야권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예측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지지율 역시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이 같은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재판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의 선거 정국에서 개혁 진영의 급속한 표 결집이 가능해질 것이란 판단하고, 서울시장 등 수도권에서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한층 더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재판부가 물증이 없어 무죄를 내렸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진실이 승리한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지난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수수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의 유일한 증거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라며 “하지만 곽 전 사장의 진술은 뇌물공여 시점과 액수, 방법이 수시로 바뀌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치권에 후폭풍 예고

법원이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한 전 총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판세 변화는 물론 정치권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한 전 총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검찰은 한 총리에 대해 징역 5년과 추징금 5만 달러를 구형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9일 오후 2시 열린 선고공판에서 “곽 전 사장이 뇌물을 공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청탁 주장도 비현실적”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한 전 총리가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둔 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점 등을 감안, 지난 3월 8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4월 2일 13회 공판까지 집중심리제로 빠르게 재판을 진행해 왔다.


법원이 이날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그동안 야당으로부터 선거를 앞둔 정치검찰 표적수사, 흠집내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아 온 검찰에 상당한 후폭풍도 예상된다.

민주당 “결국 진실이 승리”

이와 관련,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를 흠집 내려던 검찰의 정치공작이 법원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검찰을 일갈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핑에서 “사필귀정이다. 결국 진실은 승리했고, 한명숙 전 총리의 결백도 입증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변인은 “검찰은 시종일관 피의사실을 흘리는 등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고, 특히 선고를 하루 앞두고 새로운 혐의사실을 주장하며 재판부를 흔들려 했지만 진실은 흔들리지 않았다”며 “검찰권 행사가 더 이상 정치보복에 이용되어서는 안 되는 만큼, 부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진보신당 “검찰 정치적 책임져야”

진보신당은 “애초 정치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해 추진된 재판인 만큼 무죄 판결은 상식적 결정”이라며 “재판부의 상식적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재판은 곽영욱 씨의 신빙성 없는 진술만을 근거로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재판과는 관계없는 여러 폭로가 검찰에 의해 자행됐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모욕주기 등으로 목숨을 끊은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검찰의 모욕주기 수사 행태가 한 전 총리에게도 그대로 자행된 것이다. 검찰 수뇌부는 정치적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더불어 선고를 하루 앞두고 새로운 뇌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또한 무슨 짓인가”며 “무죄판결이 나올 것에 대비해 검찰의 책임을 회피하고, 또 다른 꼬투리를 잡아놓겠다는 치졸한 행태의 결정판이다. 검찰의 이러한 행태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검찰을 질타했다.


노회찬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무죄판결은 사필귀정으로서 그동안 마음고생을 하신 한 전 총리에게 위로와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저 자신 역시 정치적 기소로 고통을 겪은 사람으로서 한 전 총리에게 무리한 기소를 자행한 검찰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동안 정치적 기소와 이로 인한 재판이 계속되느라 서울시장 선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이제 무죄판결이 내려진 만큼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어 본격적인 정책경쟁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민노당 “정치검찰에 대한 경고장”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무죄 판결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으로, 이성을 잃은 검찰의 정치수사 행태에 대한 경고”라고 논평했다.


우 대변인은 “검찰은 1심 판결로 자신들의 부당한 정치수사가 심판받은 만큼 더 이상의 무리한 수사로 경거망동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검찰에 면박을 줬다. 아울러 “오늘 무죄 판결이 강기갑 대표와 PD수첩 무죄 판결에 이어 대한민국 정치검찰에 대한 법원의 경고장이며, 국민적 경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해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혐의가 있어도 명백한 물적 증거가 없으면 입증하기 어려운 뇌물죄 재판의 특징이 이번 판결에서도 그대로 재연된 것 같다”고 에둘러 무죄 판결에 유감을 표시했다.


조 대변인은 “그렇지만 판결의 결론과는 달리 이번 사건의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부도덕한 실체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고급 골프빌라를 한 달 가까이 공짜로 사용한 사실, 골프장 직원이 점수까지 밝혔는데도 자신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분의 도덕성에 대해 국민들은 고개를 돌렸다”고 주장했다.


또 “법적 유무죄와는 별개로 한 전 총리가 공인으로서 도덕적으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국민들은 이미 마음으로 냉정하게 심판을 내렸다”며 민주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한 전 총리의 도덕성 흠집을 제기했다.


조 대변인은 끝으로 “검찰이 항소 의사를 밝혔고, 상급심에서 뇌물수수의 실체가 원점에서 다시 가려질 것이기 때문에 온 국민이 그 결과를 주목해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말말말
<4월 2일 법정 최후 진술>
한명숙 “공명심 검찰의 표적수사…참담한 비극”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4700만 원(미화 5만 달러, 당시 환율)을 구형한 지난 2일, 한 전 총리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이제 피고인으로서 치러야 할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으나,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제가 왜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표적수사의 참담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 안 되길 바란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친절하면 돈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식사를 하면 청탁과 이권이 오고가는 관계로 발전한다는 해괴한 논리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한다”며 “총리를 지냈으면 훨씬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당연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없이 추정과 가정을 바탕으로 기소 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참으로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검찰을 겨냥했다.


또 “피고인석에 앉아 검사들을 바라보며 저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묻고 또 물어봤다”며 “왜 저를 그렇게 무리하게 잡아넣으려 했는지, 왜 저에 대해 그토록 망신을 주고 흠집을 내려 했는지, 대체 어떤 절박한 상황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라고 거듭 검찰을 비난했다.


한 전 총리는 “저는 법률가는 아니지만 법관이 판결문으로 말하듯이 검사는 오로지 사실관계에 기초해 증거와 공소장으로 말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나 “검찰이 공명심에 사로잡혀 표적수사를 벌임으로써 생겨난 참담한 비극의 역사를, 그 폐해가 얼마나 큰 지를 아프게 기억하고 있고, 그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제게 주어진 시련을 견뎌내는 동안 몸도 마음도 매우 고통스러웠고, 특히 영문도 모르고 모진 일을 겪게 된 가족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 무엇보다 힘들었다”며 “학생의 신분으로 조용히 공부하며 지내는 아이가 마치 깨끗하지 않은 돈으로 유학 생활을 하는 듯 얘기되어지고, 홈페이지까지 뒤져 집요한 모욕주기에 상처받았을 마음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한없이 미안하고, 제가 받은 모욕감보다 더 큰 고통을 느낀다”고 자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표시했다.


<3월 31일 검찰신문 거부>
“검찰이 악의적 흠집내기 묵비권”

[한명숙 전 국무총리 검찰신문 거부 관련 입장 전문]

존경하는 판사님,
검찰의 질문에 대해 지금부터 저는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먼저 그 이유를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모든 사건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기소도 되기 전에 조선일보 1면에 피의사실이 공표되어 한 개인을 사회적 범죄자로 낙인찍었습니다. 저는 있지도 않은 일로 지금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찰을 신뢰할 수 없었고, 너무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기 위해서 제게 주어진 권리인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저는 모두 진술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공개된 법정에서 모든 것을 밝히고자 했습니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마음으로, 끝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견뎌왔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태도는 수사전이나 공판 중에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공판준비절차가 열리기 직전에 제가 골프채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렸습니다. 공판과정에서도 검찰은 무엇보다 공소사실이 무엇인지조차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검찰은 공소사실이나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으로 저에 대해 악의적인 흠집내기를 계속 하였습니다.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검찰측 증인이기도 하였던 사람을 검찰이 바라는 증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며칠간 늦은 밤까지 잡아두고 조사를 하는가 하면, 저를 도와주고 있는 사람에게 위증 교사 혐의가 있다는 의혹을 언론을 통해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2006년 12월 20일에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범죄사실을 입증한다고 하면서 작년 재작년에 있었던 일을 공판 중에 뒤늦게 공개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언론에 흘리면서 저를 거짓말쟁이이며 매우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인간인 것처럼 몰아붙였습니다. 전직 국무총리였던 저의 명예는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저는 이 공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참기 힘든 고통과 아픔을 견뎌야 했습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이런 검찰의 태도는 진실을 밝혀야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법이 보장한 권리에 따라 검찰 신문을 거부합니다. 검사의 신문에 답하는 방식으로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법정에서 저는 제가 아는 한 모든 것을 성실하게 밝히고자 합니다.


2010.3.31 한명숙


[일요주간=임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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