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 김학송 기상 칼럼니스트] 4월이면 한창 봄이 무르익는 달이다. 그래서 녹색의 달이라고 하지 않던가? 4월 초면 벚꽃이 만발하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벚꽃 축제가 한창일터인데 올해는 기온이 낮아 모든 꽃의 개화가 평년에 비해 늦어졌다.
필자가 사는 인근인 대청댐 부근도 4월 중순인데도 불구하고 추위에 떨고 있다가 이제야 꽃망울을 터트렸다. 대전의 낯 최고기온이 20℃ 가까이 보이다가 다시 15℃ 내외로 내려가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렇게 추운날씨가 계속된 이유는 북극주변의 이상난동으로 인해 대륙고기압이 상대적으로 발달했고, 엘니뇨의 영향으로 서태평양의 고기압이 약해져 차가운 공기를 가진 대륙고기압의 남하를 막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3월 1일부터 4월 12일 까지 서울지방은 평년보다 1℃ 낮았다. 전국 평균은 0.2℃ 낮았고, 평균최고기온도 1.3℃ 낮아 늦은 꽃샘추위가 이어졌다. 이젠 서서히 평년기온을 되찾을 전망이다.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바로 나라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초석이 되므로 우리 모두 이날을 생각하자.
우리에게는 낮선 이름이지만 이순지, 이천을 훌륭한 과학자로 꼽는 학자들이 있다. 이순지는 세종의 명을 받아 조선시대 고유의 역법체계를 완성해 ‘칠정산내외편(七政算內外篇, 한국식 역서 달력)'을 만들어 천체의 운행을 계산했다.
이천은 천문기구 제작책임을 맡아 혼천의(渾天儀, 천문시계, 천체의 운행과 그 위치측정), 앙부일구 (仰釜日晷, 해시계) 등의 제작을 책임졌다 한다. 또한 갑인자라는 금속활자도 만들었다. 이는 서양의 쿠텐베르크가 만든 금속활자보다 50년 정도 앞선 발명품이란다.
우리는 장영실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장영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장영실은 세종 때의 과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좋았고, 무엇이든 만들어 보았으며, 동네에서 고장 난 기계들이 있으면 잘 고쳐 칭찬을 많이 들었고, 또한 관찰력도 대단했다 한다. 분명 그는 세종 때의 과학기술 발전의 주역임에 틀림없었다.
장영실은 누구의 아들인지도 모른다. 또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세종실록>에 의하면 동래 현의 관노(官奴, 관가에 속한 노비)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과학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모든 일에 열심을 보이면 눈에 띠게 마련인가보다. 노비의 신분이라 자신의 탁월한 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는 척 한다고 왕 따는 당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장영실은 조선 3대왕 태종 때부터 발탁되어 궁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1423년에 관노의 신분에서 벗어나 상의원 별좌에 등용되면서 궁정 과학자로서의 그의 생애는 시작되었다. 세종대왕(조선 4대왕)의 특명을 받고 1421년 중국에 유학하여 천문관측 기기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을 기회를 가졌다.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많은 것을 배워가지고 돌아왔다.
주요 업적으로는 조선식 청동 활자 인쇄물을 완성시켰고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는 혼천의, 하천의 수위를 측정하는 양수표등 각종 천문 기기를 발명했다. 지남침을 쓰지 않고 남북의 방위가 정해져서 해 그림자를 잴 수 있는 해시계, 태양 고도를 측정하는 규표와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물시계인 자격루를 발명했다.
그리고 기상학에도 대단한 기여를 하였다. 우리는 예로부터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왔고 자연현상에 의존했다. 이때 강우의 정도를 알아보는 우량계를 만들어 강우량을 측정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훌륭한 발명이었는데 강우량을 측정하는 과학적 방법에서, 그 이상 더 좋은 방법은 오늘날에 와서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우량계는 1441년(세종 23년)에 측우기라 명명되었으며 길이 30.9cm, 직경14.4cm로 통일되었다. 측우기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세계 최초의 우량계라는 점이다.
유럽에서 1639년에 이탈리아의 ‘B 가스텔 리’가 처음으로 측우기로 강우량을 관측했다고 하며, 프랑스에서는 1658년도, 영국은 1677년부터 관측했다. 우리나라는 1442년 5월부터 이미 측우기로 측정했으니, 이탈리아보다 약 200년이나 앞선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장영실은 세종 24년에 임금이 탈 가마를 만들었는데, 튼튼하지 못하여 부서져 버렸다는 이유로 문초를 받고 파면을 당했다. 드라마 '대왕세종'에서 말이 끄는 가마가 부서져 고초를 겪은 장면이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보는 이 마다 눈시울을 적셨을 것이다.
참으로 아까운 과학자 한분이 사라지는 구나 생각했다. 결국 신분이 관노였기에 무자비하게 파면했을 것이다. 이 시대에는 그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여 신분이나 출생지, 학벌 따위는 땅속에 묻어 영원히 찾을 수 없게 하였으면 한다.
대전에 식장산이 있다. 그 산에 금은보화나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는 식기가 묻혀 있다 하니 찾아보시기 바란다. 최근에는 기상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들이 많다. 좋은 현상이다. 기상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많은 분야이다. 대전지방기상청에서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기상과학체험행사를 가진다.
여기에서는 실제로 온도계와 풍기대를 만들어본다. 또한 방송국의 기상캐스터가 되어 보기도 한다. 그 시간대에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날씨와 함께하는 우리'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특강을 실시한다.
여기에서 기상의 오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희망자는 홈페이지를 통하여 신청하면 되는데 30명 정도로 마감된다. 필자도 능력은 없지만 과학을 하고 싶었다. 기상학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기상학을 하고 나니 재미있는 학문이구나라고 느꼈다.
실제상황은 이론과 동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론대로 나타나긴 한다. 그러나 내 자신이 예상한 곳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가기도 한다. 그러니 빗나가는 예보도 나올 수밖에....
40년 가까이 기상과학을 해 왔지만 후회는 없다. 누군가 해야 할 기상과학을 제 자신이 했으니 자랑스럽기만 하다. 다만 어려운 기상과학이었기에 빗나가는 예보를 발표했을 때 그 예보를 믿고 생활 하셨던 분들께 미안한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은 신분이 낮았는데도 불구하고 나라를 위해 과학자의 길을 걸었다. 현재의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끝이 없다. 계속 달리자 멈추지 말자. 우리는 과학의 날을 맞이하여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을 거울삼아 새로운 마음으로 각오를 다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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