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상처, 북극 신음, 남극 통탄

People / 최형선 칼럼니스트 / 2010-04-30 1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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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하소서> “만신창이 생태계 이들의 대성통곡”


[일요주간= 최형선 칼럼니스트] 곤충의 눈은 육각형 모양의 낱개의 눈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이 낱개의 눈 하나하나에 물체의 상이 맺히기 때문에 움직이는 물체를 잘 볼 수 있다. 곤충은 이러한 낱눈 외에 홑눈이란 것을 가지고 있다. 홑눈의 역할은 명암을 구별하는 것이다.


그리고 곤충은 더듬이를 가지고 있다. 혀와 코 대신에 곤충들은 더듬이를 사용한다. 더듬이를 통해 방향을 알게 되고 냄새와 맛도 구별하는 셈이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곤충에게 더듬이 대신 혀와 이빨이 있다면 정말 징그러울 것 같다.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세상에 모두가 똑같다면 정말 지겨울 것이라는 생각이 더불어 든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견딜 만한 것이다. 서로 다른 모습이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고 또 이해하려고 다가서는 것이다.


어린 시절, 시리도록 맑은 개울가에서 송사리를 잡으며 놀았던 때를 기억한다. 밤이 되면 멱을 감기 위해 아주머니들과 아이들이 개울로 나온다. 그 시절에는 그랬다. 마을에 잔치라도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개울 주변에 모여 커다란 솥단지에 맛있는 국을 끓이고 꽹과리와 장고를 치며 흥겹게 놀곤 했다.


어떤 어른들은 담력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려는 듯 다리 위에서 다이빙을 했다. 어항(당시에는 '복스'라고 했다)을 개울 속 돌 사이에 놓아두면 된장 냄새를 맡고 고기들이 몰려들곤 했는데 매운탕을 해서 먹으면 무척 맛이 있었다. 고기를 통째로 초장에 찍어서 먹는 어른들도 있었다. 그때는 그런 것을 보면서 즐거웠다.

그때는 자연이 모든 것을 얘기해 주었다. 어린 아이들은 착한 반려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이 가져다 준 풍요와 변화를 즐기지 못 한다. 북극이 신음하고 남극이 통탄을 한다. 어제는 라인 강에 생물들이 사라지더니 오늘은 히말라야가 상처를 보여준다. 오염되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것 같다.


봄의 옷자락이 산천을 수놓고 있을 때 우리 가족들은 쑥을 캐러 야외로 나가곤 했다. 막내아이는 흙에서 뒹굴며 마냥 즐거워했다. 새순에 가까운 쑥국의 향과 맛은 정말 일품이다. 누릴 수 있는 자연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재작년에도 쑥을 캤고 버찌와 밤과 은행을 땄다.


이런 기쁨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아침에 집 주변으로 드리워진 녹음은 무척 인상적이다. 기분이 묘해진다. 앞산은 울창한 숲이 되어 걸음을 붙잡고 새 소식을 전해주는 것 같다. 이렇듯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을 우리는 꼭 지켜야 한다.


호주가 처음 영국인들에 의해 발견되었을 때 그곳에는 소나 양이 없었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본토에서 소나 양을 배로 실어 왔다. 그리고 드넓은 초원에 방목을 하며 키웠다. 결국 그 수가 늘어서 3천만 마리에 이르게 되었을 때 호주인들은 고민을 안게 되었다. 소와 양의 엄청난 배설물로 인해 초원이 황폐화되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태학적인 해결방법을 찾아냈다. 아프리카에만 살던 쇠똥구리를 공수해 왔는데 17종의 쇠똥구리가 토착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초원에 배설물이 사라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쇠똥구리는 배설물을 잘라서 일부는 먹고 일부는 동그랗게 말아서 집으로 가져오는데 이것이 초원의 풀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발생했다.


이렇게 자연을 가꿀 수는 없는 것인가? 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은 물론 인간에게 풍요를 안겨주지만 지구의 환경을 해치고 생태계를 깨뜨리는 원인이 된다. 모두를 공멸의 길로 인도할 뿐이다.


난 인간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지구상에서 함께 공존하기 위해 생태계를 보존하는 활동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싶다. 이 일은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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