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 송봉근 교수] 밤늦게 고속도로를 달리다 피로해진 몸을 추스르기 위해서 휴게실에 들렸다. 아무래도 갈증을 먼저 푸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들른 매점에서 적당한 음료수를 고르는 것도 행복한 고민이리라.
그런데 이것저것 눈에 익숙한 음료수 말고도 민들레라고 이름 붙은 음료수가 눈에 다가왔다. 몸에 좋다는 것은 거의 모두 음료수로 개발되어 시판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이른 봄에 피는 민들레가 차로 개발되어 시중에 나와 있을 줄은 몰랐다.
약초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저 길가에 피는 흔한 꽃으로만 알고 있거나 아니면 노래 가사에 나오는 꽃이거니 하고 생각할 사람이 대부분 일 것 같은데 음료수라니.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시는 민들레 차는 생각과는 달리 시원하고 몸이 순간 개운해진다.
그러고 보니 어느 날이던가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추운 일요일 날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 아들이 야생화를 채집해서 학교에 가져가야 한다고 난리를 피웠었다. 아직 꽃이 들판에 피기도 전이라서 꽃집에 가면 쉽게 구할 수는 있겠지만 자동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번거로움에 귀찮기도 해서 무작정 아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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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신주를 둘러싼 보도블록 사이로 보이는 노란 꽃 한송이. 어쩌면 이런 틈새로 꽃이 자랄 수 있었을 까. |
하지만 겨울이 채 가시지도 않은 도시의 삭막한 공간에서 야생화는 모래 속의 황금마냥 찾기 어려운 존재였다. 할 수 없이 가까운 꽃집에라도 갈 요량으로 길을 재촉하는데 전신주를 둘러싼 보도블록 사이로 보이는 노란 꽃 한송이. 어쩌면 이런 틈새로 꽃이 자랄 수 있었을까.
그 비좁은 틈새에도 생명력은 끈질기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어린 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도 설명하면서 곱게 민들레 한 송이를 캐올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난 후 아들 녀석이 지나가는 듯이 말했다. 꽃집에서 사온 다른 아이들 꽃은 다 시들어 죽었는데 자기가 가져온 민들레는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민들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을 말한다. 서양에서는 잎의 모양이 사자의 이빨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도 하는 풀이다. 이른 봄 쌀쌀한 날씨를 뚫고 차디찬 땅 속에서 솟아나와 노란 꽃을 소박하게 자랑하는 꽃이다.
꽃이 질 때면 꽃줄기 끝에 흰색의 털 보숭이를 만들고 봄바람에 날리게 된다. 예전 유행했던 노래 가사 그대로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가게 된다. 이런 민들레를 봄에서 여름 사이 꽃이 필 때 뿌리째 캐어 물에 씻어 잘 말리어 약으로 쓰게 되는데 이게 바로 한약재로 사용되는 포공영이다.
옛날 어느 부잣집에 딸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슴에 종양이 생겨 그 고통이 심하였지만 시집을 가지 않은 처녀가 젖가슴을 남에게 보일 수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생을 하고 있었더란다.
그런데 모친은 종기가 외간 남자를 사귀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야단을 치게 되었고 이말을 들은 딸은 너무 상심하여 물에 뛰어 들게 되었다. 때마침 그곳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와 딸이 그 여자를 살려내 옷을 갈아입히려다 가슴의 종양을 보고 산에 올라 약초를 뜯어 먹이게 되니 낫게 되었는데 이후 이 약초의 이름을 어부의 딸의 이름을 따라 포공영(蒲公英)으로 지었다고 전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 포공영은 덥거나 차갑지 않은 성질을 가지고 있고 맛은 달고 독이 없다. 여성들의 가슴에 생긴 종기나 종양을 낫게 한다. 열독을 내리고 나쁜 종창을 없애주며 멍울을 풀리게 하고 음식으로 체하거나 식중독을 없애는 데 아주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주 오랜 한의서적에도 포공영이 독충에 물렸을 때 즙을 내어 바르면 낫는다고 기록되어 있고 여드름처럼 얼굴에 생긴 종기에도 사용되었음을 보면 소염작용이 강함을 알 수 있다. 사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살아남은 약초들은 공통적으로 항균 및 소염작용이 강하다. 이를 테면 금은화가 그렇고 바로 포공영이 그렇다.
그래서 포공영은 각종 화농성 질환과 종기의 치료제로 민간요법에서 활용되어 왔고, 출산 후 젖몸살에 포공영을 다려 마시기도 했다. 또 볼거리에도 포공영을 물에 갈아서 반죽을 만든 다음 염증 부위에 붙이어 치료하기도 한다.
실제 포공영은 항균작용이 강하여 황색 포도상구균이나 용혈성연쇄상구균처럼 우리 몸에서 염증이나 종기를 일으키는 균들을 억제하는 작용이 강하다. 또 장티푸스균이나 이질균은 물론이고 결핵균과 대부분의 그람양성균에 대하여도 강한 항균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이 밖에도 바이러스균에도 억제 작용을 가지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앞서 말한 유선염이나 이하선염과 여드름은 물론이고 전립선염이나 위궤양, 폐암 등 일체의 염증질환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포공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포공영은 담즙 분비를 촉진하고 간 기능을 보호하는 작용이 있고 이뇨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최근 간해독제나 항산화제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감염이나 오염으로 야기된 독소를 배출하여 변비나 습진, 여드름, 부스럼 같은 피부질환이나 통풍 또는 관절염 같은 통증질환에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 담석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담석을 용해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용되고 있다. 사실 서양에서 포공영이 각종 민간요법에 사용되어 온 역사는 매우 오래이다. 우선 포공영의 잎은 오랫동안 이뇨제로 사용되어 왔고 이는 11세기 아랍에서 의사나 13세기 영국의 의사의 처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포공영에는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다. 우선 비타민 A와 C 및 K를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1컵의 민들레 잎은 하루 권장 비타민 A 섭취량의 112%, 비타민 C의 32%, 비타민 K의 535%에 해당할 정도이다.
여기에 대표적인 녹황색 채소인 시금치보다 많은 칼슘과 철 및 마그네슘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다. 여기에 베타카로틴이나 루테인과 같은 항산화 성분도 가지고 있다. 또 포공영은 비타민 H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 성분은 몸 안에서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또 최근에는 포공영에 함유되어 있는 카페인산이 항암작용을 나타낸다고 보고되고 있다. 위궤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위궤양 치료와 위점막 보호의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면역력도 증강시키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이로 보면 참으로 귀중한 약재임에 틀림없다. 서양에서는 샐러드에 사용될 정도로 순한 반면 약효성분은 우리나라 토종 민들레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번식력이 강한 서양민들레로 인하여 점차 토종 민들레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면 곳곳에 노란 민들레가 우리를 반길 것이다.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가지 전까지 각종 염증도 없애주고 항암효과도 있고 면역력도 증강시켜주고 위궤양도 낫게 하고 독소도 배출시켜주고 체중도 감량시킨다는 민들레 차 한 잔은 어떨까.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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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눈이 부시도록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투명한 빨간색으로 빛나는 산수유! |
지리산 아래에 가면 이런 나무가 동네마다 가득가득 하다고 한다.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이 나무는 가을이 되면 빨간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가 바로 산수유다. 그래요 중학교인가, 고등학교인가 교과서에 나오는 감동적인 시에서 나오는 빨간 열매가 바로 그 산수유다.
그런데 감동적인 시 한 수는커녕 어젯밤에 일어난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기억력이 문제가 된다. 머리를 쥐어짜 봐도 싯구절이란 도통 생각이 나지 않고 동해물과 백두산만 입에 맴돈다. 책 한 번 찾아보고 옛 학창시절의 추억도 되살려봐야 되겠다.
어두운 방안엔 / 바알간 숯불이 피고/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애처로이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 이윽고 눈 속을/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갑자기 어릴 적 아팠던 기억들이 되살아나서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시인들은 어쩜 맘 보다 글로 감동을 더 잘 느끼게 해주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러고 보니 글 쓰는 것 제대로 배우지 못한 초등학교 시절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산수유는 빨간 색을 띠고 있다. 가을에 눈이 부시도록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투명한 빨간색으로 빛나는 산수유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거 약 되겠구나 하고 느낄 것이다. 산수유는 예로부터 약으로 사용되어 왔다. 노란 산수유 꽃이 지고 빨간 열매로 맺으면 서리가 내린 이후에 수확을 한다고 해서 잘 말린 다음 약으로 쓴다고 한다.
산수유는 가을 햇빛을 끝까지 받고 자라서 열매를 맺기 때문에 성질이 약간 따뜻하다. 당연히 몸이 찬 사람이라면 딱 이다. 또 신맛을 가지고 있다. 신맛은 근육의 수축력을 높여주는 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약들은 뼈나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특징이 있고 방광의 수축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고.
또 신맛은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기운을 안으로 잡아 주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힘없이 빠져나가는 소변이나 정액을 붙잡아 두는 성질이 있어서 조루나 원래 잦은 소변으로 남몰래 고생하는 사람에겐 딱 이다. 산수유는 한의학적으로 간과 신장을 보하는 작용이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몸에 힘이 없어지고 허리나 무릎이 아프거나 시리고 근육에 힘도 떨어져서 다리도 후들거리고 정력도 형편없이 떨어지고 지고 소변도 힘이 없이 바로 발아래 떨어지면서 밤낮으로 잦은 사람들에게 많이 사용된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초등학교 때부터 귀에 못이 닳도록 배워왔다. 이런 증상들은 한마디로 정력이 꽝이라는 소리다. 정력이 약하다는 건 국력이 약해진다는 소리다. 이건 큰일 날 일 이다.
그렇다면 산수유로 국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동의보감에도 산수유는 몸에 필요한 수분성분을 보충하고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해서 식은땀을 흘리거나 밤에 오줌싸개 증상이 있는 경우에 사용했다고 쓰여 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약해져서 어지럽거나 귀가 잘 안들리거나 소리가 나는 증상에도 좋다고 전해진다.
한의학에서 나이를 먹어 늙는다는 것은 바로 신장의 기능이 대표적으로 떨어진 데 연유한다. 노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약들은 바로 신장의 기능을 보하는 약들이다. 이런 약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육미지황탕이나 팔미지황탕이라는 약이다. 이런 약들은 노화를 방지하고 신장기능의 손상을 보호하고 심지어는 어린 아이들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앞 다투어 논문을 싫고 있는 약들 이다.
또 혈압도 내려주고 각종 성인병에 면역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처방에 가장 중요하게 들어가는 것이 바로 산수유다. 사실 산수유에는 여러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과육에는 코르닌이나 모로니사이드, 로가닌, 탄닌, 사포닌 등의 배당체와 유기산이 많고 비타민도 많다. 그래서 산수유로 실험을 해봤더니 심장도 힘차게 뛰게 하고 피도 잘 돌도록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면역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각종 세균에 대한 항균작용도 가지고 있고 몸에 이상한 조직이 자라는 것도 없애준다. 여기에 항산화효과도 있고 고지혈증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동맥경화증 예방이나 콜레스테롤 낮추는데도 산수유는 딱이다.
씨에도 여러 좋은 성분들이 많다고 한다. 여러 가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씨는 빼고 사용한다. 씨는 원래 그냥 빼내는 것이 아니다. 시집가지 않은 어여쁜 색시들이 입으로 씹어서 빼내야 한다. 그러면 침과 산수유 과육이 적당히 섞여서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말려지면서 발효되어 올바른 약효가 나온다.
그래서 산수유 마을 색시들은 산수유씨 빼내다보니 입술이 붉게 물들어 있어서 인근에서 미인이라고 소문도 자자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냥 기계로 빼낸다. 위생적이긴 하겠지만 왠지 어여쁜 색시의 입술을 붉게 물들게 한 산수유가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든다.
날씨도 추워지면서 손발도 차고 피부도 건조해진다면 아무래도 독한 술로 몸 해치는 거보다 산수유가 백 번 나을 듯 하다. 내 몸도 살리고 산수유 마을도 살리고 나라도 살릴 수 있기 때문 이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장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원광대학교 한의과·동 대학원 卒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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