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신현호 기자>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연일 남북이 초강경대응 자세를 취하면서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남북교류 전면 중단, 군사조치 등의 강력한 보복조치를 다짐하고 나섰고, 남한 역시 한치의 물러섬 없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양국간에 전쟁의 기운이 최고조에 달하고 이다. 이처럼 남북 간의 치킨게임을 방불케 하는 대치 속에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마저 패쇄 위기에 직면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일요주간>은 지난 5월 26일 익명을 요구한 개성공단에 입주기업 관계자 A씨를 만나 남북 간 대치 정국을 바라보는 심경을 들어봤다.
개성공단 폐쇄보다 현재 상황 장기화 되는 것이 더 문제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남북이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남한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개성공단을 패쇄하면) 경제적으로 당연히 우리 측의 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121개의 기업이 있고 연관기업을 따지면 5000개 정도 된다. 그 기업들의 하청업체들까지 친다면 파급효과가 훨씬 클 것이다. 북한도 4만 4000명의 근로자가 있으며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20만 명이 생계가 곤란해진다"며 개성공단의 패쇄가 가져올 재앙을 우려했다.
이어 A씨는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과 같은 현상이 장기화 되는 것이다. 서로 타협점 없이 대치가 지속된다면 지금처럼 체류인원을 제한 할 것이다"며 "하지만 각 공정을 관리 하는 사람은 꼭 필요하기 마련이다. 공정이 멈추면 실질적으로 공장이 올 스톱 된다. 이렇게 하루 공정을 못하게 되면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피해를 입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순수한 중소기업들은 망했다고 보면 된다. 일부 이름 있는 회사들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결국 중소기업 줄도산하게 될 것이다”고 개성공단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의 위기감을 토로했다.
정부 지원? 어림없는 소리
그렇다면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데 정부로부터 지원이나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A씨는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것은 참여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보수 세력에서 개성공단기업들이 마치 각종 특혜를 받은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낮은 인건비, 무관세, ‘Made in Korea’라는 원산지 표시 그 외엔 없다. 오히려 경영의 자율성부분 자유롭지 못하고 남북한 이 첨예한 대립하고 있을 때 대응 매뉴얼 같은 것도 없다. 정부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의 사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보면 된다.”
경영의 자율성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묻자 “북한에서 노무관리 집행권을 갖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 기업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고,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명문규정을 개정해 달라고 했다. 중소기업이 남북한 당국에 합의된 내용이 일방에 의해 지켜지지 않아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개별기업이라도 사유서를 제출하고 실사를 거쳐서 보험금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남북한 양쪽정부를 원망했다.
손실보험도 정부의 지침이 내려와야 보상
그렇다면 강제 폐쇄조치 될 경우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A씨는 “손실보험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유형자산만 보험이 되고 투자리스크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계약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보험이다. 반면에 보험요율은 굉장히 높다. 약관의 내용 중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는 사유가 남북한이 합의된 내용이 한쪽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 또는 불능화가 되어서 공장조업이 1개월 이상 정지되었을 때 보험 지급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약관이 상당히 광의적이라서 유권해석을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모든 기업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보상을 해준다. 그렇더라도 정부의 지침이 없으면 지원을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푸념했다.
최악의 경우 국지전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기업들은 이 돈이라도 받기 위해 개성공단에 있어야 할 판이다. 국민들로부터 보험료 받으려고 직원을 목숨을 담보로 잡는다는 도덕적 비난이 쏟아지더라도 말이다. 얼마나 괴롭겠는가. 하지만 지금이 그렇게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이다.”
자청해서 목에 밧줄 매달 필요 있나
정부의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때에 따라 피해를 입는 사실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묻자 “기업이 어떻게 정부에 대항할 수 있겠냐.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하고는 "설령 대항할 수 있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보따리라도 하나 챙길 수 있고 몇 년이라도 더 살 수 있는데 자청해서 목에 밧줄 매달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자조석인 답변을 했다.
내부, 외부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해 하루에도 수차례 개성공단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손실보험 약관을 생각하면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특별한 혜택이 없는 개성공단에 입주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임금을 주고 사업을 하고 싶어도 중소기업의 한계 때문에 많은 인원을 채울 방법이 없다. 또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은 성장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경제정의가 제대로 정착이 되지 않고 사회적이 효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독재시대부터 쭉 이어져 내려온 정경유착 그리고 부의 세습이 심해 한계를 많이 느낀다. 공정위, 중기청, 중소기업진흥동간에서도 공정위나 중기청. 중소진흥공단이 실체적 파워집단으로서 권리를 보호하고 보안을 유지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 절대 아니다.”
A씨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북풍이 잠잠해져 개성공단 폐쇄로까지는 가지 않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차라리 선거용이었으면 좋겠다. 민감했던 부분은 서로 한발씩 양보하고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고 그렇게 완화된다면 좋겠지만 만일 사태가 장기화 되거나 자칫 국지전까지 번질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고 우려하고, “기업가들은 이념은 관심 없다. 개성공단을 정치적, 군사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애당초 남북 간에 합의된 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 이념적인 관계를 떠나 순수하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이 막히면 대체부지 같은 것을 만든다든지 공단조성을 한다든지 이런 대안들을 정부가 제시해서 기업들이 계속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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