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애리조나 총기 난사사건을 계기로 미 의회 내의 극단적 정치적 대립에 대한 자성론의 일환으로,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는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자리를 섞어 앉자는 운동이 의원들 사이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상.하원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는 대통령의 연초 의회 국정연설 때 자리배치는 하원 본회의장에 당별로 나누어 앉는 게 관행이었지만, 이 전통을 깨보자는 것이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반성을 담은 이번 운동은 중도파 성향의 워싱턴 싱크탱크 `서드 웨이'가 제안하고, 민주당의 마크 유달(콜로라도), 공화당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이 주도적으로 호응하며 확산됐다.
이날 국정연설에 앞서 양당 상.하원 의원들은 서로 마음에 맞는 상대당 의원들과 같이 앉기 위해 `짝짓기'에 분주히 움직였다. 국정연설을 취재하는 미 언론의 최대 관심 중 하나도 이날 밤 국정연설장에서 어떤 의원이 어떤 의원과 `데이트'를 하는가에 모아졌다.
국정연설에 앞서 최소한 60여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이런 `섞여앉기' 운동에 동참을 선언했다. 이번 운동을 주도한 유달, 머코스키 의원은 많게는 90명 정도는 동참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오늘 밤 나와 데이트를 할 여자친구를 찾고 있다"는 의원들의 너스레도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있은 이날 밤을 미 언론은 "국정연설장이 데이트의 밤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양당 의원들은 국정연설 시작 전 서로 옆자리에 있던 상대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반가운 담소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고, CNN방송을 비롯한 미 언론도 이런 장면을 관심있게 전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은 민주당의 톰 유달, 존 케리 상원의원 및 무소속의 조 리버맨 상원의원과 함께 앉았다.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인 케빈 매카시 의원은 민주당의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총무와 짝을 지었고, 민주당의 커스틴 길리브랜드,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톰 커번 의원과 섞여 앉았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문제와 관련해 행했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중 "거짓말이야"라고 소리쳐 오바마의 연설을 방해했던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은 민주당의 수전 데이비스 의원 등과 함께 민주당 의석쪽에 자리를 잡고 이날 연설을 경청했다.
다만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국정연설 전날 보좌진을 통해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자리를 함께하자고 제안했지만, 펠로시가 공화당의 라스코 바틀렛 의원과 자리를 함께하기로 이미 약속했다고 정중히 거절해 함께 자리를 하지는 못했다.
이런 모처럼의 초당적 분위기 때문인지 이날 연설장에 입장한 오바마 대통령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대통령 입장'을 알리는 큰 소리가 외쳐지자 연설장에 있던 양당 의원들은 "예"라는 함성과 함께 기립 박수로 오바마를 맞았고, 오바마는 연설장에 입장하면서 통로 양쪽의 의원들과 반갑게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리조나 총격사건을 거론하면서 "투산(사건)은 우리가 누구든, 어디로부터 왔든 간에 우리가 모두 정당이나 정치적 선호보다 좀 더 큰, 중대한 것의 일부라는 점을 상기시켜 줬다"며 단합을 촉구했다.
그는 또 중간선거 이후 달라진 정치지형을 거론하면서 "새로운 법은 민주, 공화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통과될 수 없다"고 민주.공화 양당의 공동 책임과 협력을 기대하기도 했다.
미 언론은 이번 국정연설을 계기로 마련된 민주.공화당간의 화합 제스처가 얼마나 오래갈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