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장이 대통령을 비하하는 패러디 라면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정렬 부장판사에게 ‘서면경고’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사법부 수뇌부에 “꼴값 떨지 말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최강욱 변호사가 이번엔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최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는 “너무 훌륭하고 멋지다”, 조광희 변호사는 “품위와 기개가 있는 명문(明文)”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먼저 정치풍자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정봉주 전 의원이 ‘BBK 의혹’ 제기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구속수감을 전후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BBK 재수사’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심지어 검사 출신인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조차 재수사의 불가피성을 거론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서인지 당시 주임검사로서 BBK 사건을 지휘했던 최재경 중수부장이 입장을 밝혔다. 1월 4일자 <머니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최재경 중수부장은 “촉견폐월(蜀犬吠月)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라며 즉 ‘촉나라의 개는 달이 뜨면 짖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식견이 좁은 사람이 현인(賢人)의 언행을 의심한다는 비유를 들며 BBK 재수사론을 일축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최강욱 변호사가 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유감스럽게도,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숱한 증거자료와 의혹들에 기초해 상식적 의문을 제기하는 모든 시민을 ‘촉나라의 개’로 만들었다. 그리고서 그 스스로 현인(賢人)임을 자임했다”고 포문을 열며 최재경 중수부장의 발언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먼저 최재경 중수부장이 “(BBK 수사) 그때 수사검사가 10명이었는데 모두 출신지역과 학교 등이 달랐다. 10명의 검사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진실만을 향해 나아갔다”는 발언에 대해, 최강욱 변호사는 “본래 검찰의 수사는 검사의 출신지역과 학교가 다르면 각자 그 연고에 따라 진실을 외면하고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다는 뜻인가? 과거엔 그런 자세로 수사했단 말인가?”라고 따졌다.
또 최 중수부장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당시 수사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는 노무현 정부 하에 임명된 (법무부) 장ㆍ차관이 눈을 부릅뜨고 우리 수사를 지켜보고 있었다”며 BBK 재수사론을 일축한 것에 대해서도 최 변호사는 지적했다.
“시민을 바보로 아는가?”라고 호통을 친 최 변호사는 “대선 때 제기된 쟁점이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받았던 의혹이며 대부분 해명되지 않았다는 것을 천하가 아는데, 대체 누가 그걸 이명박 정부에서 수사했다고 착각하던가? 후보자가 자신의 의혹을 수사하도록 지시하는 경우도 있는가? 아니면 당선된 후에 스스로 진실을 밝히려 했던 것으로 국민들이 착각하고 있단 말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라고 혀를 찼다.
그는 “당시의 (힘 빠진)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법무부) 장관 정성진과 차관 정진호가 정말 진실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당신의 (BBK) 수사를 지켜보던가?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 직전 (법무부) 장관 김성호가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이라는 건 어찌 생각하는가? 또 정진호 직전의 차관 정동기는 이명박의 비서(청와대 민정수석)를 거쳐 감사원장이 되려다 낙마하지 않았던가?”라고 꼬집었다.
또 “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진 누구 편이었는가? 솔직히 말하라.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검찰에 몸담은 이들의 정치적 입장이 누구에게, 어느 편에 더 기울어 있었는지. 지금도 뻔하지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변호사는 그러면서 “언제부터 검사가 법무부 장ㆍ차관을 의식하며 수사했는가? 당신들이 더 신경쓰고 복종해 마지않는 이는 검찰총장과 검사장 아니었던가? 왜 총장이 아니라 하필 장ㆍ차관을 따지는가? 총장은 너무도 무능한 이였기 때문인가?”라고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최재경 중수부장이 “(BBK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의 최정예 수사팀인 특수1부 검사들이 동원돼 수사를 벌인데다 이후 특검까지 거쳤다”며 “(정봉주 전 의원이) 1심부터 2심, 3심까지 모두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냐”고 반문하고 “한국사회 시스템이 그리 만만치 않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최강욱 변호사는 질타했다.
최 변호사는 “그래서 또 묻는다. 한명숙 총리에 대한 억지 수사는 어디서 했는가? 그 잘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아니던가? 정부가 바뀌니 최정예가 갑자기 오합지졸로 바뀐 것인가?”라고 힐난했다.
그는 “유죄 판결이 있으면 그것이 모두 진실이 되는가? 그 안에 담긴 사실을 요리하는 것은 당신들이고, 그 사실을 판단하는 이의 오판이 개입될 여지가 너무도 많지 않던가? 아니,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은 과거 명백한 사실도 애써 외면하고 피해자의 피맺힌 눈물을 ‘제도와 절차의 한계’라며 외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맹세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 ‘만만치 않은 시스템’을 통해 무죄가 나면, 당신들은 왜 단 한 번도 순순히 승복하며 반성하지 않는가? 그저 시스템은 강자를 위한 것일 뿐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인정하라는 것인가? 주권자의 상식과 판단이 그렇게 만만하던가?”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최근 BBK 재수사 논란에 대해 최재경 중수부장이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공직자로서의 처신을 생각해 그냥 이렇게 있었다”고 소회를 밝히면서 “중수부는 몰라도 중수부장은 올해 많이 바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최강욱 변호사는 발끈했다.
최 변호사는 “‘공직자로서의 처신’이 무엇인줄 알긴 아는가? 진실 앞에 겸허하고 주권자인 시민 앞에 겸손하게 봉사하는 것 아니던가?”라고 훈수하며 “그 처신을 똑바로 하느라 ‘촉나라 개’처럼 짖어대는 시민을 그냥 놓아두고 바라봐 주는 은혜와 품위를 베풀었단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또 “중수부와 상관없이 중수부장이 바빠진단 건 또 무슨 말인가?”라며 “선거에 이르면, 힘 있고 높은 자리를 이용해 중수부라는 무기를 언제든 빼들 준비가 되어 있음을 끊임없이 협박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울산지방검찰청 박성수(48) 형사1부장검사가 검찰 내부게시판에 ‘사퇴의 변’을 남긴 대목을 언급하며 “오늘 자리를 던진 동료 검사의 소회는 어찌 생각하는가?”라고 최재경 중수부장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박성수 부장검사는 “법률가의 양심에 비추어 보아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지고, 법원에서 여지없이 무죄가 선고되었는데도 상소권을 행사함으로써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조차 계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는 사건은 없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인간이기에 실수하거나 오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당사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안겨주었다면 당연히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습니까?”라는 말을 남겼다.
또 “(중수부가) 정치권력이나 시장권력의 부정부패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그간 무소불위 검찰권력의 상징으로서 그 정치적 편향성 시비로 인하여 검찰 전체로 봐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많았음을 부정할 수 없으니,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수사권을 분산시킴으로써 권력의 사유화 및 정치권력의 개입 유혹을 방지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고 고언했다.
최 변호사는 이를 언급하며 “박 부장검사의 주장이 더 공감을 얻지 않을까? 아니, (최재경 중수부장은) 이 글을 보긴 봤나? 대체 무엇 때문에 비슷한 연배의 같은 검사 사이에 이토록 넓은 생각의 간격이 생긴 것인가?”라고 씁쓸해 했다.
최 변호사는 “‘정치검사, 편파검찰’이라는 말 대신에 ‘국민검사, 개념검찰’이라는 말이 국민의 가슴속에 자리 잡도록 모두 힘을 합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라며 “‘바른 것을 얻고 제대로 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拿得定 見得透 事無不成)’는 중국의 경구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처신을 똑바로 하는 게 더 급하고 중요한 일 아니던가?”라고 검찰을 충고했다.
이어 “결국 나는, 그에게 가장 합당한 고사성어는 ‘越犬吠雪(월견폐설)’이라 일러주고 싶다. 따뜻한 월(越)나라에는 눈이 내리지 않으므로 눈을 처음 본 월(越)나라의 개는 두려워 짖는다”라며 “BBK의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아니 꼭 밝혀지고야 말 것이다. 그간 검찰이 눈을 부라리며 왜곡된 진실을 강요하던 어두운 역사는 이제 끝이다. 그러니 새로운 역사를 처음 경험하게 될 그가 두려워하는 것이 나는 그다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끝으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진실이다. 빛은 언제나 어둠을 몰아낸다. 그리고 촉나라의 해는 검사의 위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어느 날 갑자기 달로 변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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