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을 예술로 승화시킨 ‘춤신’ “비보이는 길거리 홍보용이 아닙니다”

Interview / 노정금 / 2012-03-05 10: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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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 전설을 꿈꾸는 ‘생동감크루’ 소속 이원웅군


▲ ‘생동감크루’소속 이원웅군
[일요주간=노정금 기자] 언제 부턴가 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비보이(Beat Boy). 우리나라 비보이들의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경제적 빈곤층으로 전락한 채 살아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경제적 어려움이야 제쳐두더라도 비보이들이 마음 놓고 춤을 출 수 있는 공간도 흔치 않다보니 지하철이나 공터 같은 곳에서 부상의 위험을 무릎 쓰고 연습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년 동안 비보이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원웅(26)군. 어린 시절 힙합만화책을 보고 ‘이게 비보이 구나’하고 장난삼아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세계적인 비보이로 성장했다. 현재 ‘생동감 크루’라는 멤버로 활동하며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 이군을 <일요주간>이 지난달 29일 만났다.

최고의 연습 장소는 지하철역

그는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한다. 일을 마친 후 그는 어김없이 가는 곳이 있다. 현재 ‘메이드인 동감’(대표 이정식)에 소속되어 있다. 평균 하루 4-5시간 연습을 한다는 이군은 중요한 대회나 배틀(다른 팀과의 대결)이 있을 때는 새벽까지 연습을 한다고 한다. 낮에 회사 일을 마치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비보이를 하고 있지만 그에게서 힘든 기색을 엿볼 수가 없었다.

그는 “춤을 출 때 살아있는 느낌 이예요. 동작개발을 하고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했을 때 성취감이 있어요. 잡생각이 들다가도 연습을 하면 아무 생각이 안 들어요”라고 비보이로서 성취감을 털어놨다.

▲ ‘생동감크루’소속 이원웅군
이군이 비보이로 성공하기까지 힘든 난관도 있었다. 지금은 비보이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원들이 있지만 그가 처음 비보이를 시작 할 당시는 춤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몸을 충분히 풀고 스트레칭을 충분히 한 다음 춤을 추면 부상을 줄일 수 있지만 체계적 과정 없이 연습을 하다 보니 부상도 잦았다고.

“처음 비보이를 먼저 시작한 선배에게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식스스텝이란 동작을 처음에 60번 정도를 하라고 시켰어요. 어떻게 잘못 했는지 발이 찢어 졌죠.”

그리고 허리 부상과 무릎부상도 있었지만 지금은 충분한 스트레칭과 몸을 풀고 연습을 하기 때문에 부상이 없다고 했다. 이군은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춤에 빠져 비보이로서 첫 발을 내딛은 곳은 지하철 역 이였다. 아직까지도 비보이들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과 춤을 마음 놓고 출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지 않지만 10년 전에는 오직 지하철이 비보이들의 주 무대였다고 한다.

“어렸을 적 춤을 춘 곳은 지하철역 이였어요. 학교가 끝나고부터 차가 끊기기 전 까지 지하철역 에서 연습을 했어요.”

이군은 어렸을 때 주로 동묘앞역과 면목역에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시선에 구애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시선에 크게 구애 받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어느 날은 고속터미널역에서 연습을 하는데 약주를 약간 하신 것 같은 아저씨가 용돈 3만 원을 주시고 가셨어요. 그 때 정말 배가 고팠는데 빵을 사먹었어요(웃음)” 라며 힘들었지만 춤을 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을 회상했다.

지금은 연습실이 있어 행복하다는 이군은 “현재 비보이를 하는 친구들 중에는 연습실이 없어 수련관이나 농구장, 연습실이 있는 친구들한테 놀러가서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비보이들의 피할 수 없는 경제적 빈곤

비보이들은 처음 취미로 시작해서 직업적으로 하는 경우가 다반수라고 한다. 비보이가 직업이 되었을 때 경제적 활동을 해야 되지만 이들의 수입은 생활고를 겪는 수준이다. 그래서 상당수의 비보이들은 생계 수단으로 다른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육체적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비보이들 이지만 낮엔 회사에서 일을 하고 밤부터 새벽 시간엔 꿈을 위해 춤을 춘다고 한다. 이같은 불규칙적인 생활 때문에 대학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군은 “지금은 비보이만 가지고는 살 수 없어요. 저는 낮에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도 해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돼있지만 예전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죠”라고 말했다.

이들의 경제적 수입은 공연을 해서 얻는 수입이 고작이다. 하지만 여러명이 팀을 이뤄 활동을 하니 많은 수익을 얻지는 못한다고. 더군다나 어렵게 공연을 해서 돈벌이를 하고 있지만 이것마저 중간에서 가로채가는 이들이 있다는 게 이군의 설명이다.

이군은 대학시절 ‘생동감 크루’라는 팀이 아닌 다른 팀원의 일원으로 활동했었다고 한다. 대학을 다니며 조금씩 용돈을 벌며 활동했던 비보이지만 팀을 관리하는 곳에서 많은 이득을 챙기고 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그는 “사실 이 부분은 비보이들에게 굉장히 예민한 부분 이예요. 볼거리 제공용으로 비보이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요”라며 말을 아꼈다.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비보이들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비보이들

매년 독일에서 열리는 ‘B-Boy 세계대회’는 비보이들의 월드컵이라고도 불리며 세계 각 국에서 최고의 비보이 팀들이 모인다. 이 대회는 세계 4대 메이저 대회로 일컬어지는 프리스타일세션(Free Style Session), 레드불비씨원(Red Bull BC One), 유케이비보이챔피언쉽(UK b-boy Championship) 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꼽힌다.

이군은 아직 이 대회에 참가해 본 적이 없지만 현재 ‘생동감 크루’라는 팀에 소속 되어 있는 그는 “저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꿈 이예요.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 비보이들이 최다우승을 했어요”라고 했다.
한국 비보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열정’과 외국인들보다 작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군은 말한다.


▲ 비보이 팀 ‘생동감크루’
명실 공히 비보이 세계대회에서 한국인들이 최다우승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성세대들의 차가운 눈초리는 이들의 성장을 꺾고 있다. 춤이란 것은 몸으로 표현 하는 것이다. 비보이들은 표현을 할 때 구속받지 않고 방해받기를 싫어한다.

이군은 “비보이는 길거리에서 공연이 많아요. 그리고 자유롭게 출 수 있어요. 헐렁한 옷차림을 하고 춤을 추고 있으면 우리나라 어른들은 먼저 집안환경이 안 좋거나 학교에서 불량한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해요”라며 “그런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많아요. 또 그랬던 친구들도 비보이를 하면서 성격이 변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을 배우는 친구들도 많아요. 스포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군은 비보이를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면 (비보이에)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요즘은 비보이 스쿨 같은 곳에서 수강료를 주고 배우는 학생들이 많은데 (비보이를) 말리고 싶지는 않아요.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아요”라며 비보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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