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학교폭력…도와준 선생님 징계 처리 일진 22명의 괴롭힘, 자살 고위험군에 고통”

People / 조해진 / 2012-05-15 11: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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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립 중학교 학교폭력 피해 아버지의 절규 ..

[일요주간=조해진 기자]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관계부처가 이를 단속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세웠지만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의 자살 소식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달 영주에서도 중학생이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건물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과 관계부처들이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방침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용지물이 되면서 영주 중학생 투신자살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영주 중학생 투신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 후 본지에 제보가 들어왔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의 학부모라고 밝힌 김철수(47.가명)씨는 아들이 학교 폭력의 피해 학생이었으나 학교가 가해자의 입장에 서서 이치에 맞지 않는 조치를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영주 중학생 아이가 학교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폭력을 당한 내 아이와 같은 나이였고 학교 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아니 같은 입장에 놓인 아버지로써 계속 눈물이 나더라.”

김씨의 아들 A(15)군은 지난해 3월 서울 OO구에 위치한 한 사립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일진’인 22명의 동급생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다행히 A군은 부모님과 대화가 원만히 이루어지는 편이어서 김씨 부부가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상담을 받아본 결과 A군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해있었으며 사회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아울러 “전학을 갔지만 학교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지속적인 상담을 받고 방학 동안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여행도 다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받은 검사에서도 아직 자살 고위험군으로 나타나 아이 엄마와 함께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하며 “아들이 사회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최근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의 슬픈 소식이 이어지면서 ‘끝까지 싸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조금씩 힘든 것을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A군이 학교 폭력을 당한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A군이 폭력을 당한 중학교는 인근의 초등학교 2곳에 다녔던 학생들이 모이는 중학교였으며 그 중에서도 한 쪽 초등학교의 인원이 월등히 우세했다고 한다.

또한 인원이 우세한 초등학교를 나온 아이들 중 일진이 포함돼 있었고 A군을 괴롭힌 학생들 역시 학교 일진과 그 일행이었다. 이들은 각 반의 반장과 부반장을 일진의 일행들로 채우려고 했으나 A군이 부반장에 당선되자 자신들의 계획이 틀어진 것에 분노하며 A군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김씨는 “아들이 처음 괴롭힘을 당한다고 했을 때 아직 어린 나이니까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면서 “그러나 아들이 끝내 등교를 거부했고 지금은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의 설움을 토해냈다.

A군은 자신이 괴롭힘을 당한 상황을 그 날 일기에 꼼꼼히 기록했다. 김씨가 아들의 일기를 보고 정리한 폭력일지에 따르면 일진과 그 일행들은 A군에게 심한 욕설과 협박은 물론이고 A군이 떠드는 사람 명단에 자신들의 이름을 적었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길질 등 신체적인 폭행도 가했다.

더욱이 쇠로 된 쌍절곤과 맥가이버 칼을 들고 다니면서 위협하는 상황도 발생했으며 목을 조르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학급부회장이었던 A군이 간부수련회에 참여했을 때는 바지를 벗기고 성기를 만지려는 등 성추행도 당했다. 결국 A군은 등교를 거부했고 전학을 결정했다.

일진 일행이 학교를 점령하고 있는 학교 폭력의 실태도 충격적이었지만 김씨가 기자에게 들려준 학교와 관계 부처의 폭력 사건을 대응하는 태도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김씨는 “학교가 학교 폭력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폭력자치위원회 회의록을 조작했고, 담임은 피해자인 아들과 아이 엄마에게 전학을 종용했다”고 밝히고 “학교 폭력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김씨)가 무리하게 사건화 시킨다’, ‘가해 아이들을 찾아가 따졌다’는 등 오히려 나쁜 사람으로 몰고갔다. 또한 우리를 도와주려 했던 학생부 선생님에게는 징계를 내려 시말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학교의 조치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김씨는 서울특별시강남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씨는 “학교 측 관계자들이 업무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는 허탈한 답변만이 돌아왔다면서 해당 서류를 보여줬다.

김씨는 감사원과 교육과학기술부에도 ‘학교 폭력 방치 실태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모두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 이송한다”는 답변이, 국가권익위원회에 제기한 민원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로 이송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느 곳에서도 적극적인 감사와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하부 기관으로 업무를 미루기만 하는 모습에 김씨는 “정부에 대해 실망만 쌓였고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일하던 사업도 미룬 채 아들의 학교 폭력 사태에 맞서기 위해 동분서주한 김씨는 수 차례의 진정을 넣은 끝에 학교가 제출한 폭력자치위원회 회의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받게된 폭력자치위원회 회의록을 본 김씨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충격으로 쓰러졌고 이후 계속 심장이 좋지 않은 상태여서 건강에도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다.

김씨가 받아본 폭력자치위원회의 회의록에 의하면 지난해 4월에 열린 폭력자치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한 통지는 받지도 못했으며 폭력자치위원회에 피해자 측인 자신은 참여하지도 않았고 가해자 부모의 해명만이 있었다.

또한 회의 결과 가해 학생을 분반조치 한다고 했으나 회의 직후가 아닌 한 달이 지난 5월 말이 돼서야 분반조치가 이루어진 점, 9월 6일 전학을 갔으나 추후에 회의를 열어 ‘둘을 분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점, 교내봉사 1주일 처벌을 결정한다 했으나 선도위원회 심의결과 알림 서류에는 ‘교내봉사 5일’로 나온 점 등 회의록에 적혀있는 뚜렷한 오류를 지적하며 “자료를 요구하니 추후에 작성해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앞 뒤가 맞지 않는 내용 투성이다”고 전했다.

한편 폭력자치위원회에는 경찰과 변호사가 꼭 동석하게 돼 있다. 이에 김씨는 폭력자치위원회에 참석했다는 경찰의 감사도 신청했다. 김씨는 해당 경찰이 감사를 받으면서 폭력자치위원회의 자료를 본 뒤 “하지 않은 말이 들어가고 했던 말은 도리어 빠져있다”며 폭력자치위원회의 회의록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전했다.

해당 경찰관이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가 4월 27일 사건을 무리하게 사건화 시켰단 내용은 학폭위에서 들어본적이 없다”며 “이 학폭위 서류는 학교측에서 나중에 임의대로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혀 관련서류를 주지않고 부실한 학폭위를 개최했다”면서 “관련 서류를 달라고 했는데도 주지않고 구두로만 설명을 듣고 참석했다. 아무 자료도 주지 않고 권한도 없는데 경찰에게 책임을 씌우니 억울하다”고 진술해 폭력자치위원회의 허상을 드러냈다.

또한 김씨는 “폭력자치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아들이 성적인 모멸감과 수치를 당했다는 점만을 부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자 취급을 했다”며 “처음 폭력 사실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게된 뒤에는 아이들도 어리니까 서로 잘 풀고 용서한 뒤 분반 조치만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의 대응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전학을 가란 식이었고 우리를 도와주려는 선생님을 징계 처리해 이젠 우리 아이 이름만 들어도 그 선생님이 진저리를 친다”고 탄식했다.

해당 선생님이 쓴 각서에는 “22명이 다시는 A군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게 하겠다는 학생부 선생님으로의 약속이다”라고 적혀있었다. 김씨는 “도움을 주려던 선생님이 징계를 받았다. 이렇게 학교가 폭력 대처에 안일하고 부당한 대응을 한다면 어느 선생님이 나서서 피해 아이들을 도와주려하겠냐”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김씨는 “지금 일진들은 옛날과 다르다. 집안이 잘 살고 힘도 쎄고 공부도 잘 하고... 학부모들도 학교에 자주 찾아오니 학교가 가해 학생들 쪽에 선 것 같이 느껴진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학교 폭력을 당했어도 끝까지 싸우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지금 학교 폭력을 당하는 피해 학생·학부모들이나 이 전에 당해 피해를 입었던 학생·학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학교 폭력의 아픔을 겪는 아이들이 나와선 안된다”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일도 팽개치고 몸도 마음도 상처입은 채로 아들의 아픔을 위해 싸우고 있는 한 아버지의 눈에 고인 눈물은 학교 폭력의 아픔과 학교 및 관계부처의 부실한 대응으로 더 큰 상처를 받게 되는 현실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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