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긴 터널 장시간 운행 피로감 호소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사회 인식 문제…열차 운행
전 이뤄지는 승무적합성 검사 실제 실효성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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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철도노동조합 조안식 운전조사국장 |
최근 들어 지하철을 운행하는 기관사들의 자살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던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 이모씨는 선로에 투신해 숨을 거뒀다. 지난 6월에도 코레일 소속 기관사 최모씨 역시 공황장애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기관사가 계속 늘고 있지만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일요주간>은 전국철도노동조합 소속 조안식 운전조사국장을 만나 기관사들의 자살과 그에 대한 대책, 정부 정책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3월,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선로에 투신해 숨진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를 포함해서 올해 들어 3명의 기관사들이 자살을 했다. 물론 서울지하철공사는 철도공사와 다르지만 철도공사 기관사들도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많은 기관사들이 자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부분 지하철을 운행하는 기관사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높아 공황장애나 사고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다. KTX나 무궁화 열차와는 다르게 지하철의 경우, 협소한 터널 안에서 좁은 시야를 가지고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 환경이 많이 열악하다. 또한 운전을 안전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민원 발생과 선로의 복잡성, 많은 사람들의 혼잡함으로 인해 기관사들이 신경써야 할 사항들이 매우 많다. 노란 안전선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는 승객들만 봐도 기관사들의 불안감이 급속도로 상승한다. 사고에 대한 높은 우려와 걱정이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관사들이 공황장애라는 질환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근무환경 때문인가?
▲일반인들이 고정된 위치에서 안정적인 자세로 근무하는 것에 비해, 지하철 기관사들은 움직이는 어두운 지하철 안에서 오랜 시간동안 근무를 해야 한다. 인명 사고가 일어 날 수 있는 환경에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그 무엇과도 비교를 할 수가 없다. 기관사로 일을 시작할 때 까지만 해도 신체 건강했던 사람들이 야간 근무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많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좁고 어두운 긴 터널 안을 혼자서 운행을 하기 때문에, 기관사들이 심적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2명의 기관사들이 운행을 했지만, 현재 인력이 많이 부족하여 1명의 기관사가 운행을 합니다. 열차 수를 줄일 수가 없으니, 1명의 기관사로만 한 지하철을 운행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확하게 파악은 못하지만, 현재 4800명 정도의 기관사 평균 나이가 40대 후반을 넘어가고 있다. 퇴직자는 나오지만, 새로운 신입 인력이 보충되지 않아 기관사 인력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게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을 한다면 기관사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정신적인 부담감과 그로 인한 공황장애 등을 회사에 호소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
▲과거와 현재, 노동조합에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적으로 회사에 호소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물론 최근 불거진 이슈로 인해 중앙까지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수의 경우일 뿐이다. 심리 상담이나 비용 처리 문제 해결 등 공사에서 해준다는 제도적인 장치는 있지만, 기관사들이 개인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실제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못하는 편이다. 승무원부적격자로 낙인찍혀 직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한 사람이 공황 장애를 비롯한 다른 정신 질환 등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아직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숨기는 기관사들도 있다.
-자살한 기관사들도 모두 승무적합성 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았다고 알려졌고 철도공사 기관사들도 차량 운행전 승무적합성 검사를 받고 있는데, 승무적합성 검사는 어떤 문항들로 구성되고 어떻게 이뤄지나?
▲따로 정해진 문항이 있는 필기시험 형태로 진행 되는 것이 아니라, 구두 형식으로 이뤄진다. 매번 지하철을 운행하기 전에 담당 팀장으로부터 간단한 질문을 받는다. 지하철 운행 전날 잠을 잤던 시간, 음주 유무 및 기관사의 피로감 등을 구두로 질문하여 기관사가 지하철 운행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간단하게 확인하는 정도이다. 담당 팀장 역시 기관사 직위에서 팀장으로 승진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검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져 실효성은 적은 편이다.
-최근 이런 자살 사고와 관련해 ‘휴먼에러연구위원회’이 설립됐는데.
▲휴먼에러연구위원회는 철도공사와 노동조합이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최근 불거진 지하철 기관사 자살 사건들이 휴먼에러연구위원회의 출범에 영향을 주었다. 기관사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부담감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휴먼에러(human error)로 규정하고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지난 4월 10일에 만들어졌다. 휴먼에러연구위원회에서는 크게 3가지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데, 기관사들의 심리 연구 및 정신오류 발생의 이유와 치유 방법이 그 3가지 활동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기관사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명확한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바로 치유 대책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부분도 있어 의견이 하나로 통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휴먼에러연구위원회’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기관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아직은 초기 단계라 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기관사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복귀 프로그램이나 심리 상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관사들에게 정신과로 바로 가라는 것은 개인적인 부담 및 보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노동조합과 회사에서 각 지역별 복귀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복귀프로그램은 공황장애 등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기관사들이 다시 업무에 복귀를 할 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초기 정신 질환 검사에서부터 치유 과정까지 정신과 의사나 심리 상담사 같은 전문가들이 맡아서 주기적으로 기관사들의 정신 건강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노동조합 측이 바라는 개선되어야 할 근무환경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지하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관사의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지난 6월 자살 했던 최씨도 작은 지하철 사고 후에 이루어진 자격기준심사에서 들었던 인격 모독적인 말들이나 회사의 강압적인 분위기로 인해 정신적인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한다. 최씨가 당시 자격기준심사를 받고 펑펑 울었다고 들었다. 지하철 사고 기관사를 기관사 부적격자로 몰아세우는 회사의 이러한 강압적인 분위기는 달라져야 한다. 두 번째로 지하철 사고 후 기관사들이 받는 조사 방식이 중요하다. 하루 종일 어둡고 긴 터널 안에서 운행을 했던 기관사들에게 야간 조사는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철도공사에서 기관사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연구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지하철 차량이나 스크린 도어의 투자 등 전반적인 운행 시스템이 개량되어야 한다. 스크린 도어만 있어도 기관사들의 정신적인 부담감은 생각하는 것보다 정말 많이 줄어든다. 이렇게 앞서 언급했던 것들이 기관사들의 자살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최근 일반 언론에서 공황장애와 관련한 기관사 보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언론 보도들로 인해 기관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자극적인 보도들이 오히려 기관사들에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앞서 이야기했던 자살한 기관사 최씨의 경우, 역통과 과정에서 뒤로 운행을 한 것으로 인해 기관사 정지 2개월을 받고 자격기준 심사에서도 인격모독적인 말을 들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이를 두고 한 언론에 ‘기관사 지하철 역주행-시민들 위험’ 등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한 것도 최씨에게 큰 정신적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철도 시스템과 도로 시스템은 차이가 있고, 철도 시스템 규정상 뒤돌아갈 수 있는 속도로 갈 수 있는 부분을 크게 확대하여 일반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게 되니까 사고 기관사는 정신적 압박을 심하게 받는다. 이러한 정신적인 압박은 기관사들에게 사고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그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다. 또한 동료 기관사가 자살한 역의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던 기관사 역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등 악순환이 이뤄진다. 이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는 기관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이해하고 기관사들이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알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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