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 가운데 비만은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성인병의 원인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미래의 보건사업에서 비만퇴치는 가장 골칫거리로 예견되는 실정이다. 물론 비만퇴치의 기본은 정신적 안정과 적절한 수면, 그리고 식사조절과 운동이다. 비만을 치료하려면 이 모든 것이 적당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질병 때문에 비만이 되는 경우는 그 질병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식사조절은 끊임없는 유혹을 물리쳐야 하므로 대단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간단한 식사조절로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보려 한다. 당대 최고의 명의로서 허준에게 그 의학을 전수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양예수(楊禮壽, ? ~1597)의 ‘의림촬요(醫林撮要)’에 실린 것으로 오늘날 현대인이 응용할만한 지혜를 엿볼 수 있어 앞으로 몇 편에 걸쳐 소개한다.
의림촬요는 조선 중기에 양예수가 집필한 의서로, 허준의 ‘동의보감’보다 앞서 출간된 후 의가들의 사랑을 받아 여러 차례 중간과 보정을 거듭하며 당시에 이미 전통의학에 끼친 영향이 크다. 그런 가운데 조선 후기에는 일본에서도 초집(抄集)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양예수는 내의원의 수장인 태의(太醫)로서 허준과 함께 동의보감 편찬에 기여했으며, 어의로서 동지중추부사를 지냈고 임진왜란 때는 중전을 호종한 의관이기도 하다.
최소의 먹을거리로 배고픔 면하는 법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우리나라의 식량사정은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다. 그러니 잘 먹기보다는 굶주림을 해결하는 일이 백성들에게는 현실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기 보이는 구황벽곡방은 최소의 먹을거리로 기근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다. 의림촬요의 얘기를 들어보자.
“곡식을 먹는 것은 사는 데 필요한 것이다. 며칠 동안 곡식이 떨어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흉년이 들면 길가에 굶어죽은 사람이 생기는데 슬픈 일이나. 이제 여기에 하기 쉬운 방법을 대략 써놓는다”
굶어죽은 시체가 길거리에 나뒹굴 수 있는 그 끔찍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기술하고 있다. 오늘날 식량사정이 어려워 중국으로 끊임없이 탈출하는 북한 주민의 사정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조선시대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는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이에 대해 의림촬요는 연진법(嚥津法)과 복륙천기법(服六天氣法)을 소개하고 있다.
‘연진법’은 침을 삼키는 법이며, ‘복륙천기법’은 천기(天氣)의 여섯 가지 기운을 먹는 법이다. 이는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응용할 수도 있지만, 단식요법과 호흡수련법으로도 응용해볼 만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매일 360번 침 삼킨다
굶어서 죽게 된 때에는 입을 다물고 혀로 아래위 이[齒]를 핥아 침을 삼킨다. 하루 360번 삼키면 좋다. 점차 버릇이 되면 1000번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자연히 배고픈 줄 모른다. 3~5일이 되면 다소 피곤하나 이 때를 지나면 몸이 점점 가벼워지고 힘이 난다.
이러한 연진법으로 곡기를 끊고 생활한다면 식량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으나, 오늘날에는 그런 쪽에서보다는 무절제한 식습관을 바로잡는다는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와 각종 화학조미료를 첨가한 인스턴트 식품에 찌든 현대인에게는 어느 정도 정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한 장치로 오늘날 여러 운동법이 발달해 있지만, 요양을 위한 시간이 한가롭게 허락되지 않는 도시인에게 며칠은 권해볼 만하다.
하늘 기운을 들이마신다
하늘의 육기(六天氣)를 먹으면 배고프지 않다. 사람이 급하고 어려운 일로 길이 막히고 인적이 끊어진 곳에 갔을 때 거북이나 뱀처럼 기(氣)를 먹으면 죽지 않는다. 능양자명경(陵陽子明經)에 이르기를 “봄에는 아침노을을 먹으며 해뜰 무렵 동쪽의 기운으로 향한다.
여름에는 한낮의 양기(陽氣)를 먹으며 남쪽의 일중(日中)하는 기운으로 향한다. 가을에는 비천(飛泉: 폭포나 세차게 솟아오르는 샘)을 먹으며 해질 무렵 서쪽의 기운으로 향한다. 겨울에는 항해(沆瀣: 밤의 맑은 이슬)를 먹으며 북쪽 한밤중의 기운으로 향한다. 여기에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합하면 이것이 육기(六氣)가 되는데, 모두 사람으로 하여금 배고프지 않게 하고 수명을 연장하며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한다”고 하였다.
자연의 기운을 몸으로 느끼고 살던 옛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방법이 쉬웠는지도 모른다. ‘능양명자경’에 있는 이러한 방법을 소개한 양예수 자신도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장하기는 쉽지 않았던지 손사막(손사막)의 ‘천금방(千金方: 중국 진한 이후 당나라 초기까지의 의학적 성과를 총괄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당나라 때의 의서. 사람의 목숨은 천금처럼 중하여 ’천금방‘이라 이름함)’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 방법이 범상치는 않아 보인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굴 속에 떨어졌는데 그 속에 뱀이 있어서 매일 이 기운[六天氣]을 일으켜 먹고 있었다. 그 사람이 뱀을 따라 때때로 배가 고플 때마다 이렇게 하였다. 매일 하였더니 점차 효험이 있어 몸이 가볍게 들렸다. 경칩(驚蟄)이 지난 뒤 사람과 뱀이 동시에 뛰어나왔다.
몸이 자주 붓는 사람이 효과보는 삽주
뿌리를 캐서 환을 짓거나 가루를 내서 오래 복용하면 식량을 대신할 수 있다.
삽주(朮)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쓰면서도 약간 달다. 기운을 북돋우고 피를 보태주어 위로는 터럭을 윤기 있게 하고 가운데로는 심장과 위장을 튼튼히 하며 아래로는 허리에 탄력을 준다. 또한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여 설사를 멎게 하고 몸 안의 수분을 제거한다. 소음인(少陰人)과 같이 소화장애가 있으면서 핏기 없는 얼굴에 자주 붓고 탄력 없이 살진 사람에게 명약이라 할 수 있다. 양예수는 ‘본초(本草)’를 인용하여 삽주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산중으로 피난을 가다가 굶어죽게 되었다. 한 사람이 삽주 뿌리를 먹으라고 가르쳐주어 먹으니 마침내 배고프지 않게 되었다. 수십년이 지나 고향 마을로 돌아왔는데 얼굴색이 옛날과 같았다.
아랫배 처진 태음인의 비만 치료약, 마
뿌리를 캐서 쪄 먹거나 가루를 내어 국수를 만들어 먹는데, 흉년에는 식량으로 써 배를 곯지 않게 하는 데 아주 좋다. 서여(薯)는 ‘마’라고 흔히 알려져 있는데 한방에서 쓰는 이름은 ‘산약(山藥)’이다. 우리나라 각 지방에서 자라며 재배하기도 한다. 그 성질이 온화하고 감미로워 먹기에 좋다.
가끔 고급 음식점에서 접대용으로 갈아서 나오기도 하는데, 미끄러운 감각을 주는특유의 점액질은 바로 만니톨(Mannitol) 성분 때문이다. 이는 조직에서 수분을 흡출하고 세뇨관에서 재흡수되지 않으므로 수분과 나트륨의 재흡수가 억제되어 소변량이 증가한다. 따라서 뇌압 항진이나 신부전증 예방 및 치료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몸이 부어 살진 것처럼 보이는 이가 복용하면 차츰 부기도 빠지고 혈압도 내리게 된다.
또한 마는 기운을 북돋우고 위로는 호흡기를, 가운데로는 소화기를 튼튼히 하여 허약하면서 얼굴에 혈색이 없고 자주 설사를 하거나 기침이 오래된 태음인의 경우 이를 다스려준다.
또한 아래로 정기를 북돋워 남자의 유정(遺精)을, 여자의 빈뇨와 대하를 다스리기도 한다. 그 때문에 남성들에게 좋은 정력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게다가 소갈까지 다스려 허약하면서도 탄력 없이 아랫배가 축 처진 태음인에게는 더없이 좋은 명약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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