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송봉근 교수] 사람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눈부신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인간의 평균 수명은 최근 계속 늘어나 거의 80세를 넘고 있다. 60살이 되는 것도 힘들어 환갑잔치를 크게 벌였던 불과 몇 십 년 전에 비하면 놀랄만한 일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종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는 아프리카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도 평균 수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제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예측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해방될 무렵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겨우 45세였다. 불과 50년 만에 30년이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 백 년 동안에 47세에서 77세로 30년이 증가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곧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평균 수명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평균 수명은 늘었지만 실제 60세에서 기대 수명은 겨우 5% 증가하여 4년 정도 밖엔 늘지 않았다. 결국 평균수명이 늘어난 이유는 결국 영아 사망률이 줄어들고 각종 사건과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하고, 노환이 오기 전에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감소한 때문이지 인간의 자연 수명 자체가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영조는 80세를 넘겼고, 100세를 넘게 산 사람도 드물지 않았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익의 성호사설이라는 책에 보면 제주도에서 노인잔치를 벌였는데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140세였고, 100세 이상의 노인도 많았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오늘날과 비교해도 오히려 장수한 사람이 더 많다고 해야 할 정도이다.
오늘날 영양 상태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좋아지고 주거나 환경 또는 위생이 놀랄 정도로 예전에 비하여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의 도움으로 늘어난 인류의 수명은 극히 미미하다 하겠다.
학자들은 이처럼 실제 평균 수명이 연장되지 않은 이유로 현대인이 이제까지 접해보지 않은 이물질에 대한 방어력 또는 면역력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우리 인간의 몸은 놀랍게도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수 백만년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완벽한 상태로 계속 발전해 왔다. 따라서 쉽게 몸이 망가지거나 기능을 잃거나 하는 일 없이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가 굳이 소화제를 먹지 않아도 우리의 소화기관은 차례로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도록 각종 호르몬이나 효소를 분비하고 음식물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차례로 분해하여 흡수시키도록 되어 있다.
또 우리 몸의 감각 신경계는 눈앞에 날아오는 공을 반사적으로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몸에 다가오는 각종 위험 요소를 발견하고 바로 즉시 생각 없이도 이를 피하도록 하는 체제로 되어 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은 놀랍다. 우리 몸에 이물질로 판단되는 병균이 몸에 침입하게 되면 우리 몸은 바로 이를 알아차리고 각종 면역 시스템을 가동시켜 이를 무력화 해버린다. 또 몸 안에 병든 세포나 변형된 조직이 있어도 면역 시스템은 이를 살해하거나 고사시켜 없애버린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몸은 병들지 않도록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의학이 발전하는 속도만큼 질병의 변화도 빠르고 질병의 종류도 날로 많아진다. 그래서 연일 병원은 환자로 넘쳐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온 우리 몸의 면역계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한다.
수백만 년간 우리 인류는 인공으로 합성된 화학물질의 출현을 접해보지 못하였다. 현대 의학이 없었던 옛날에는 당연히 농약이나 각종 화학물질들이 범람하지 않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대부분의 질병을 태생적으로 타고난 면역력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각종 화학물질은 인류 역사를 보면 최근에 나타난 물질로 이전까지의 진화 역사상 전혀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물질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이에 대한 처리나 대처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
암이나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대부분 만성질환은 1900년대 초부터 만연했고, 우리나라는 근대화가 시작되는 196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로 이 시기가 각종 화학물질들이 대량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 시기이다.
이전에는 보지 못하였던 각종 알레르기 증상이 날로 늘어간다거나 이에 따르는 면역 과잉에 의한 면역질환이 줄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또 새로운 병원체의 출현도 우리 몸이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바이다. 우리들은 흔히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게 되는 인류의 대재앙은 전쟁이 아니라 급격한 기후나 자연변화가 아니면 무서운 전염병의 출현이다.
한 학자에 따르면 천연두 바이러스 하나만으로도 20세기에 3억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 역사를 보아도 조선시대 일반백성들이 가장 무서워했던 것 중의 하나는 역병이었다.
호열자라 불리던 콜레라나 두창(천연두), 성홍열, 장티푸스, 이질, 홍역 등이 자주 창궐했는데, 특히 콜레라와 천연두가 가장 사망률이 높았던 전염병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더라도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사망자가 수천 명씩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흔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독감의 경우 약 2500만에서 5000만 명의 희생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숫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수 보다 3배나 많은 숫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때 740만 명이 감염되었고 약 14만 명이 희생되었다. 그런가 하면 남미에서 수 천년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 오던 잉카 문명은 스페인 군대와 함께 들어 온 천연두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연구진은 조류독감을 비롯하여 새로운 독감이나 전염병의 발병으로 전 인류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흔히 잘 알려져 있듯이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품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특효약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사람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저항력 또는 면역력이 이를 퇴치하게 되면 병을 이겨낼 수 있지만, 반대로 면역력이 이 바이러스를 처리하지 못하면 병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게 된다.
몇 년 전 유행했던 사스나 신종플루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던 것이 바로 이제까지 접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라 우리 몸이 면역 체계를 가동시켜 저항력을 발휘하는 방어기전을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속해서 변종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된다면 우리 인류는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그렇다면 우리 몸의 저항력 또는 면역력을 키워 인류가 항상 새로운 변화나 질병의 출현에 대처해 왔듯이 스스로가 몸을 방어할 수 있는 체력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면역력을 높일 수 있을까? 한의학의 가장 오래된 서적에는 도를 따르고 하늘의 이치를 본받아 헛되거나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생활 습관이나 음식에 주의하며 몸을 함부로 부리지 않으면 오래 장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는 과도한 욕심으로 몸을 상하게 하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휴식을 모르고 일과 술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또한 각종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가공된 식품들을 섭취하게 된다.
여기에 음식 또한 기름지고 열량이 많은 식품을 주로 섭취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휴식을 취하고 담백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게을리 하게 된다. 이러한 생활습관 등은 면역력을 악화시킨다.
1960년 대 초의 연구에 따르면 최면을 걸어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받은 환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자극에도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결국 이 실험은 면역계도 마음가짐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화를 잘 내거나, 남과 잘 다투거나, 기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질병에 잘 걸리거나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고 말한다. 반면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 웃는 사람은 면역력이 높아져 병에 잘 걸리지 않거나 병에서 회복이 빠르다고 말한다. 결국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과도한 욕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장수의 길이라는 우리 선현들의 지혜가 맞다 하겠다.
한의학에서도 성질이 급하면 맥 또한 급하고 성질이 느리면 맥 또한 느린데, 맥이 급한 사람은 기혈이 소모되기 쉽기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하고 반면 맥이 느린 사람은 기혈이 화평하고 정신이 손상 받지 않기 때문에 오래 살 수 있다고 설명할 정도이다.
실제 동물들이나 사람이나 평생 뛰는 맥박 수는 일정하다. 맥박이 빨리 뛰어 분당 130회 정도인 생쥐는 수명이 2-3년밖에 지나지 않지만 1분당 맥박이 15회 정도에 지나지 않는 거북이는 무려 200년 이상을 살기도 한다. 그리고 화를 내면 맥박이 빨라지지만 마음이 평화롭고 욕망을 자제하고 편안해지면 맥박수는 당연히 느려지게 된다.
음식도 면역력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발효식품인 김치나 된장 그리고 청국장 등은 살균이나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유산균은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녹황색 채소들인 당근이나 호박, 토마토, 시금치 등과 포도, 수박 등은 섬유질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의 발생과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각종 버섯이나 마늘 등도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다.
녹차에도 많은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암 발생을 막는 효능이 있다. 하지만 이런 특정한 음식만 섭취했다 해서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골고루 균형적인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좋다.
사실 모든 음식에는 각기 특유의 성분과 효능이 있다. 따라서 일부 음식을 편식하게 되면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성분이나 효능은 섭취할지 몰라도 섭취하지 않은 음식이 가지고 있는 성분과 효능을 얻지 못하게 된다.
이는 곧 몸 전체의 저항력의 불균형을 가져오게 되어 건강을 잃게 된다 주위에서 오랜 기간 편식이 심한 사람이 종종 건강을 잃는 경우를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연유라 하겠다.
또 신체의 면역력이 높아지려면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여야 하며 이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져야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한의학 고전에서는 말한다. 몸이 약해져서 피로함을 느끼는 것은 종일토록 힘들게 일을 해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대개 피로한 경우는 한가로운 사람에게 많은데, 한가한 사람은 운동으로 기력을 쓰지 않고 많이 음식을 섭취하고 눕기 좋아하기 때문에 경략이 통하지 않고 혈맥이 막혀 피곤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즉 적당한 운동을 하는 생활습관이 곧 면역력을 높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질병의 출현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길은 평소 저항력 또는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좋은 생활습관을 지니고 균형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우선이라 하겠다.
여기에 가끔은 한약재로 된 차를 마시면 인생을 음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왜냐면 한약재에는 퀘르세틴을 포함한 각종 항산화물질이나 생리 활성물질이 풍부하여 면역력을 높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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