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소평의 개혁노선 맞물린 ‘天佑神助’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되면서 줄곧 죽의장막을 치며 비공산권 국가들에게 폐쇄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던 중국은 1978년 등소평이 개혁개방정책을 선언하면서 드디어 세계무대에 등장하게 된다. 심천, 하문 등의 4개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부터 시작된 대외개방은 점차 중국 전 지역으로 확대되어 많은 외국자본을 유치하였고, 대외무역 역시 확대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혈맹관계인 북한을 의식해 한국과의 상품 거래 및 제 3국을 통한 무역거래 등의 경제교류를 철저히 금지하며 한국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죽의장막을 치며 폐쇄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국의 영원할 것 같았던 한국에 대한 폐쇄적인 태도는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변화하여 양국 간의 교류가 시작된다.
1983년 5월 5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을 떠나 상해로 가던 민항기가 6명의 납치범들에게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랍된 항공기는 춘천의 미국 항공기지에 불시착하였고, 납치범들은 대만으로의 정치적 망명을 요구하였다.
피랍된 항공기와 승객, 승무원의 반환을 위한 한중 양국 관계자들의 협상 끝에 양해각서가 체결되었고, 이 과정에서 양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 이라는 양국의 정식국호를 사용하게 되었다.
중국이 한국 측의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에 감사를 표명하며 꽁꽁 얼어있던 양국 간의 관계는 화해모드로 급격히 전환된다. 이후 1990년까지 양국은 주로 체육, 관광, 친척방문 등에서 교류가 진행되었다.
농구, 테니스 등의 스포츠 교류를 시작으로 양국은 서울 아시안게임, 서울 올림픽,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각각 참가하며 교류를 확대해나갔고, 1984년부터 친척 상호 방문을 허용하였다.
한국과 중국 간 경제무역교류는 1984년 간접무역 형태로 시작되어 1988년에 31억 달러로 확대된다. 또한 1989년 한중 간 직항해로가 열리면서 직접무역으로 전환되었고, 1991년에는 양국의 수도에 무역대표부를 각각 개설하였으며, 1992년 8월 24일에 드디어 양국 간에 정식 외교관계가 수립되게 된다.
덩샤오핑은 “한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이익만 있고 해로울 것은 없으며, 경제적으로 쌍방에 유리할 것이고, 정치적으로 중국의 통일에 유리하다”라고 하며 한중 수교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 ‘한중 수교’…이젠 우리의 최대무역 대상국
한중 수교 6개월 전인 1992년 2월, 당시 중국의 통치자인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정책이 국내 정치적 사정으로 인해 지체되자 남순강화를 발표하며 이전보다 강도 높은 개혁개방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발전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면서 경제성장률, 대외무역, 외국인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였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성공을 위한 적극적인 외국기업 투자유치 전략과 당시 중국의 최대 장점이었던 저렴한 노동력은 많은 한국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초기에는 섬유, 의복 등의 노동집약적 산업분야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투자가 시작되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전자부품, 통신, 자동차 등 대규모 제조업분야 및 금융, 유통분야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년 8월이면 한중 수교 21주년을 맞는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져, 양국의 무역액은 1993년 90억 달러에서 2012년 2151억 달러로 24배 증가해 2004년부터 미국,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무역 대상국으로 부상하였다. 중국 측 입장에서도 한국은 이미 중국의 제3의 무역대상국이다.
또한 무역수지 측면에서 보면, 2012년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와의 무역수지는 28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대중 무역수지는 53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한국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양국은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를 적극 활용하여, 경제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에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24%씩 증가하여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2년에는 양국의 무역 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도 나오고 있다.
◆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경쟁적’ 관계로
수교 초기 한국의 높은 기술력과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의 수직적 분업구조는 중국의 경제발전, 기술력 향상 등으로 인해 수평적 및 경쟁적 분업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10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2012년 세계 최대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 수출, 정부주도 투자에 의존하던 중국경제를 내수중심의 고도화된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2010년 중국 국무원회의에서 7대 전략적 신흥 산업을 발표하며 신흥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 및 육성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7대 전략적 신흥 산업은 신에너지, 신에너지 자동차, 바이오,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신흥정보, 첨단장비 제조업, 신소재 등의 산업으로 지난 2008년 한국정부가 발표한 17대 신성장동력 산업과 상당부분 중복되어 양국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과 중국이 각각 미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제시한 핵심산업 비교 결과, 상당 부분이 중복되어, 한중간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중 경제교류는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 및 발전되어왔다. 지난 20년 동안 양국은 주로 가공무역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즉 한국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세운 후 한국에서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상품을 만들어 완성품을 다시 선진국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방식은 한국 및 중국의 경제발전에 일정부분 기여하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경제발전 전략이 수출 및 투자에서 내수소비로 전환되면서 가공무역 구조가 붕괴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 발표된 12차 5개년 계획에 의하면 중국은 앞으로 내수시장 확대, 균형 발전 등의 질적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 한다.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의 대중국 투자 동기 역시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저렴한 노동력’에서 ‘내수시장 진출’로 바뀌며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여 향후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중국은 양적성장과 수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며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지만, 이러한 경제적 혜택은 2006년 이후부터 사라졌고, 오히려 자국 기업의 발전을 독려하고 있어, 앞으로 한국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한-중 FTA이다.
한-중 FTA 효과를 예상한 결과 농산물, 식품에 대한 수입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한중 양국은 민간연구를 시작한지 7년 만인 2012년 5월, 한-중 FTA협상을 개시하며, 2014년 상반기에 협상타결을 목표로 양국 간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한-중 FTA는 양국 간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한국의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관세의 인하를 통해 점점 커져가는 중국의 내수시장을 선점하고, 산업의 분업화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해 양국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한-중 FTA체결로 인한 농수산업 및 중소기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 ‘행복한 동행’(美好友誼幸福同行)
수교 당시 양국의 외교관계는 ‘선린우호 협력관계’단계로 시작해서 1998년 ‘한중 협력 동반자 관계’, 2003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현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며, 모든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교류, 협력관계를 확대, 심화, 발전해 가고 있다.
특히 경제통상분야에서 한중 양국은 경제협력 파트너로써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정치, 외교, 안보, 역사적인 측면에서 발생한 갈등과 마찰은 한중관계 발전에 있어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개막식 공식 슬로건인 ‘아름다운 우정, 행복한 동행’ 이라는 표제처럼 한국과 중국은 교류 확대를 통해 상호간 오해와 편견을 교정하고 신뢰를 제고하여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홍은기 프로필
중국인민대 사회학박사
글로벌 조인스 이사
한밭대·호서대 出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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