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主權의 패러다임이 흔들린다.
미래학자들의 경우, 21세기는 BT(바이오기술)와 CT(문화기술)가 IT(정보기술)와 함께 융합되는 시대가 될 거라고 전망해왔다. 이는 인간이 만든 모든 기술이 IT를 통해 집적되고 또 뒤섞여서 재창조될 거라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정보기술의 진보는 이제 유선을 뛰어 넘어 무선을 아우르는 영역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류는 IT 없이는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치닫게 될 것이다. 정보기술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유비쿼터스 혁명의 본질이니, 미래 세계의 전개가 사뭇 궁금해진다.
IT 분야에서 활동하는 테크니컬라이터로서 이런 급변화를 예의주시 관찰해왔고 또 추적해온 것이 사실이다. 난 우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IT 현장에서 관찰된 우리나라 주변국의 특히 중국의 사이버 야욕에 대해 분석한 시사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자는, 나라를 지키는 일에 곧이곧대로 미덕을 지키기는 어려움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신앙심조차 잠시 잊어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군주에게는 운명과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적절히 달라지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일이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다. 일단 그렇게만 하면, 그렇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든 칭송 받게 되며, 위대한 군주로 추앙 받게 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온 대목이다. 1494년에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침공했을 때 프랑스란 통일왕국의 위력에 이탈리아가 맥을 못 추는 모습을 보고 마키아벨리는 통일 이탈리아를 염원하게 되었다.
그는 이탈리아의 통일을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전쟁의 산물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는 장군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정치가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공부한 인문학을 통해 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낡은 사상과 관습을 부숴버리려 했다. 그래서 만든 책이 바로 군주론이었다.
정치를 배우는 사람들의 필독서가 바로 이 ‘군주론’이다. 난 테크니컬라이터로서 꽤 많은 제품과 기술을 분석해왔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흥망사를 분석하는 작업도 여가시간을 내어 전개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두가 통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분석을 진행하는 가운데 통치를 가능하게 하는 이념은 바로 역사의식에 바탕을 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히틀러는 신화적인 역사관을 중심으로 아리아인들의 순수성을 강조하고 ‘인종청소’란 캐치프레이즈를 부르짖으며 폴란드를 시작으로 주변국을 쳐들어갔고 독일인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냈다.
로마는 ‘팍스 로마나’를 부르짖으며 오직 로마제국 내에서만 평화가 있음을 선포하며 주변국 약탈을 정당화시켰다. 그리고 공화정을 무너뜨린 황제정치와 화려한 로마문화를 선전하며 통치의 원리를 삼았다.
일본이 주변국을 침략하고 통치를 할 때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역사관은 황국신민사관이었다. 천황이 통치하는 나라의 백성이 되는 것을 받아들인 자들은 모두 평화롭게 천황의 신민으로서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천황의 나라란 것도 신화를 빌어 역사의식화한 것이었다. 결국 이 사관은 아시아를 정복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있었다.
중국의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얼마 전부터 중국의 동북아 공정을 난 주목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중화사상이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역사의식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그들은 통일 중국을 이룰 수 있었다. 사실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멸망이라는 역사의식을 전제로 등장했는데, 노동자의 해방을 부르짖던 이데올로기를 도입해 농민해방으로 전환시켰던 것이 통일 중국의 모티브가 되었다.
어차피 이데올로기 단추도 잘못 끼웠는데 국가의 부흥을 꾀하는 중국 지도자들에게 공산주의에 자본주의를 섞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이데올로기를 위한 냉전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오직 국가의 부흥이라는 과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동북아 공정의 발동은 이데올로기를 포기하고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나리오를 꾀하는 것이다. 과거엔 중국과 오랑캐가 양립하는 역사관이었다면, 지금은 더 큰 중국을 획책하는 역사관으로 바뀐 셈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황국사관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 中의 사이버 공정 '실존 또는 신기루'
여기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논점들은 추론에 근거한 것이지만 개연성 차원에서 리뷰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사이버 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얻는다.’는 말이 그 공정의 핵심 캐치프레이즈가 되고 있지 않을까? 난 그 부분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의 포괄적 실례 중의 하나가 중국의 사이버 공정이 않을까 싶다. 중국이 자국의 인터넷 여론을 사찰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만약 그들이 사이버 공정도 추진하고 있다면 한국의 여론도 감시하려들 것이다. 그래서 주목하고 있었는데 놀라운 통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전 세계의 웹 트래픽 순위를 알려주는 알렉사(Alexa)란 사이트에서 공개한 한국 웹 트래픽의 1위와 2위는 네이버나 다음이 아닌 중국 검색 사이트인 '소소'(soso.com)와 중국 드라마 사이트인 '토도우'(tudou.com)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겨우 6위를 차지할 뿐이었다.
중국에 불리한 여론이 생겨나면 루머나 폭로를 일삼는다는 제보도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댓글 등을 통해 여론몰이를 한다는 정황도 발견되고 있다. 댓글이 맞춤법이 틀렸거나 한국 상황을 모르는 사람처럼 글을 적고 있음을 확인했다면 그것이 바로 중국발일 확률이 높다. 그들은 지금 사이버 공정을 진행 중인 것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다소 의외인 점은 미국 방문 후 일본을 방문하지 않고 다음 방문지로 중국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중국의 로비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박대통령은 한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동북아최초의 여성 지도자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다 중국어를 잘하고 중국 문화에 밝은 인물이다.
시진핑 주석은 당나라 시인인 왕지환의 한시가 적인 서예 작품을 선물했다. 이 시의 마지막부분에 중국의 야망을 엿볼 수 있는데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 '천리를 바라보려고, 누각을 다시 더 오른다.'는 말은 양국이 보다 높은 시각을 통해 미래를 기약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감명 깊게 읽었던 <중국철학사>의 저자 펑여우란이 직접 쓴 서예작품 족자를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이다. 칭화대 연설 후 받은 이 족자는 중국의 문화재이기에 국가문물국의 허가를 받은 후 선물로 전달되었다.
이런 일련의 환대는 中韓美의 채널을 가동하고 일본을 제외시키려는 포석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일본은 왕따가 되었으니 여간 서운한 게 아닐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한국을 품고 동북아를 장악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 중국이 북한만이 아닌 남한도 얻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군주론에서 밝힌 것처럼 국가 지도자들의 사명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것이다. 난 한국을 가일층 진전시키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의 관행을 깨고 중국을 방문했다고 믿는다. 세계는 향후 2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중국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역사의식을 바로잡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거 국익을 위해 대만이 아닌 중국을 택한 적이 있었다.
● 사이버戰에선 '主敵' 부재로 대혼선
사이버 세계에서는 국교를 맺는 것과 같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칭 중국의 사이버 공정은 한국만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미국 기업이나 정부기관에 대한 해킹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태가 최근 벌어졌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그렇게 당했지만, 미국의 국방성이나 CIA, FBI와 같은 정부기관을 해킹할 때 사용했던 수법은 주로 정보과부하를 이용한 것이었다. 해킹할 때도 인해전술을 택했다는 말이다. 많은 해커들이 동원되었고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서 해킹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스텔스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이 그렇게 유출되었다. 물론 한국의 산업기술 유출도 그렇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최근 벌어진 국내 기업이나 기관들에 대한 해킹 수법이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것은 기술의 원천이 중국발이기 때문이 아닐까?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의 경우, IP 추적 시 중국 IP들을 다수 발견하게 되는데 중국과 북한 해커들의 공조도 추측해 볼 수 있다.
올해 6월, 해커 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 이름을 빌어 해커의 한 무리가 청와대를 비롯한 다수의 정부기관에 대해 해킹 공격을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북한 해커들의 소행일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최근 북한의 언동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강력한 응징이나 도발은 결국 해킹 공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을까?
난 정해진 국경을 침범하는 것에 대응하는 국방도 중요하지만 국경이 없는 사이버전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꼭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분석은 논리적인 흐름과 추론에 근거하여 전개된 것이지만 개연성이 없다면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IT 강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사이버 전략에 있어 전문성과 신뢰 받는 전문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할 것인가!
사이버전도 인력 싸움이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해커에게 뚫리는 것이다. 수많은 해커들이 달라붙어 시스템을 공격한다면 시스템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뚫리게 된다. 그러기 전에 능동적으로 차단해야만 한다. 여러 공격 시나리오에 의거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능형 네트워크 보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사이버전에서는 주적을 정할 수 없다. 의도적으로 국가가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겠지만 단체의 이익이나 원한 때문에 사이버 테러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안 체계가 완벽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지금 대대적인시스템 보안에 대한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정보 보안 예산을 대폭 늘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떻게 보완을 진행하겠는가? 이는 취약성을 보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능형 보안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일 것이다. 또 네트워크 관리에 있어서도 대응 시나리오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임에 분명하다.
수많은 해킹 시도와 사이버 공격이 지능화되고 있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방대한 지식이 클라우드(CLOUD) 환경에서 쌓이고 있다. 따로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백업을 통해 이를 별도로 보관하는 작업을 수행하겠지만 그것마저 무능화시키는 공격이 시도된다면 우리의 지식과 기술은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 그만큼 정보보안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시스템의 자체 방어 기능이 무력화된 경우에 대비하여 정보보안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이는 전문가가 단기간에 양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공격 시나리오와 취약성에 대해 배워야 하고 많은 변형 공격들에 대해서도 응용하여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과정을 국가에서 육성해야만 한다.
그리고 해커를 막는 것은 역시 해커라는 사실에 공감해야만 한다. 해킹 기술을 나쁘다고만 단죄하지 말고 양성화된 해킹 경진대회 등을 통해 시스템을 보완하고 새로운 보안 시나리오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기술을 지키고 보호하는 지름길이 어쩜 해커 양성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등한 대화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사이버 전략과 전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다. 중국의 사이버전 역량은 이제 수준급에 올라와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웬만한 IT 프로젝트들의 경우, 중국 프로그래머들이 빠지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 지금 곳곳에 사이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사이버 보안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미래에 예상되는 사이버전에서 패자가 될 수 있다. 우리 한국도 사이버전에 대한 전략을 확고히 세우고 정보보안 예산을 확충하여 사이버 세계를 보호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제 우리에겐 사이버 군대도 필요하다. 그만큼 지킬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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