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퇴①] 전영수 “기업 탐욕이 4050세대 위기로 몰아”

People / 강지혜 / 2013-07-16 10: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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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은퇴위기의 중년보고서’ 저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일요주간=강지혜 기자] 한국의 중년은 아프다.

우리시대의 4050세대는 저성장과 고령화 사회라는 현실 속에 부모봉양, 자식부양, 해고공포까지 느끼며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행복한 은퇴 준비는커녕 생존 문제의 해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1955년에서 1966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량은퇴가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은퇴는 또 하나의 위기이자 재앙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저서 ‘은퇴위기의 중년보고서’에서 일본의 선례를 통해 행복한 은퇴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한국의 중년들이 처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은퇴 이후의 삶을 새롭게 써나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에 <일요주간>은 전 교수를 만나 한국 중년이 처한 위기와 문제점, 행복은퇴를 위한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왜 중년에 주목했나.

사실 은퇴 얘기를 할 때 젊은 세대들에게는 너무 먼 얘기고, 나이든 사람들은 이미 지난 현실 상황이다. 제일 중요한 해결책에 대한 모색은 중년이 가장 적절한 시기고 고민자체가 현실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중년은 어떤 위기에 처했나.

고민거리 정점이 40대와 50대다. 우리가 왜 돈을 버느냐는 두 세가지로 요약된다. 자녀교육비, 내 집 마련, 노후 의료비 마련이다. 즉 부모봉양과 자녀의 양육, 본인의 노후 준비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세대다. 60대와 70대들은 40대와 50대들에게 내가 키워줬으니 책임지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40대와 50대는 그들처럼 말하지 못한다. 자녀들이 앞으로 살면서 나보다 힘들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녀들이 1인분을 할수 있도록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교육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부모간병을 의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중년위기를 낮춰줄 제도장치도 유명무실한 사태다. 복지시스템 제도는 미비하다. 애초부터 한국의 사회안전망은 허술했는데 이젠 재정압박마저 구체화된 상태다.


-40대와 50대를 세분화해서 본다면.

40대는 성장에서 감축성장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겹쳤다. 1인분 사회인생이 출반부터 불운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광의의 베이비부머에 속하니 친구도 많은 만큼 경쟁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미국식 신자유주의 사고로 못난 건 내 탓이고 내가 열심히 하면 돈 벌 수 있고 잘 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환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세대이기도 하다. 이번엔 50대를 살펴보자.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1955년~64년생인 50대이다. 50대 중반까지가 소득을 고점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나이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53세나 54세에 퇴직을 맞이하지 않는가. 50대는 그래도 비교적 인플레 시대에 성장 잔치를 맛본 사람이다. 기득세력이다.


-한국의 복지시스템은 어떤가.

대단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2012년 대선에서 복지이슈가 국가적 관심으로 부각됐지만 개선은 어려운 상태다. 재원이 없는 것보다 정치권의 의지부족이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 볼 때 복지재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위에서 아래까지 줄줄이 새고 겹치고 이권이 개입돼 정작 복지수요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연금구조는 어떠한가.

현재 국민연금은 60세부터 받을 수 있다. 중년일 때 일자리에서 잘리면 60세 될 때까지 연금수령이 불가능하다. 올해부터는 61세부터다. 이렇게 5년마다 1세씩 늦춰 2033년 65세 지급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다행스럽게 정년이 60세까지가 의무조항이 된다. 이는 연금재정을 안정화시키려는 정부의 뜻이 반영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연금재정은 필연적으로 악화된다. 저성장·고령화가 되는 국가 중 연금재정이 탄탄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감액조치와 재차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손볼 수 밖에 없다. 실제 국책연구기관에서는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67세까지 추가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재정불균형을 막고 청년세대까지 노후보장 체계를 수립하려면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년이 직장에서의 위기도 큰데.

그렇다. 직장에서 중년들은 해고공포를 느낀다. 부모세대를 보면 일자리가 노후빈곤의 유일무이한 탈출해법인데 중년부터 불안해지니 속이 타들어간다. 가능한 버티거나 과감히 때려치우고 창업성공을 꿈꿀 수밖에 없다. 창업이 유일할 수밖에 없는 어떤 루트가 되는 것도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50대는 그나마 정규직이면 퇴직연금을 챙길 수도 있지만 40대는 정규직이 아닌 사람들이 많고 챙길 돈도 없다.


-4050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고용안정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제공된다면 해고공포 없이 현역 생활고 노후준비가 가능해진다. 연금재정을 건전화할 수급연령 연장조치까지 가능해진다. 정년제를 없애거나 성장엔진을 가동해 중년 일자리를 넉넉하게 제공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먼저 저성장과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과 비교해보면 어떠한가.

일자리가 은퇴난민에게 티켓전쟁의 핵심승기라는 것은 일본에서 이미 확인됐다. 일본은 국가부채로 나라 곳간이 비었어도 개별가구의 축적자산은 세계최고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제외한게 10년째 보통 1,500조엔이다. 이 중 60~70%를 65세 이상 인구가 갖고 있다. 실물자산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이다. 또 65세 이상은 평균적으로 2,700만엔 정도의 금융자산을 쌓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 후생연금, 기업연금 등 3층의 복층연금이 실행되고 있어 연금소득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 없다. 최고급 스시를 먹고 스포츠카를 모는 등 일본 부자노인의 은퇴생활은 장밋빛이다. 하지만 여기에 빈틈이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큰 빈틈이다. 노노(老老)의 격차가 있다. 일본노인의 대부분이 생각보다 가난하다는 것이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을 적용받은 정규직 은퇴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연금구멍이 커 누락되거나 가까스로 걸리는 무연금·저연금 노인세대가 숱하게 많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냉난방비가 없어서 몸뚱아리 하나로 버텨내는 한계노인들이 많다. 이들 부자노인과 빈곤노인의 차이를 벌리는 것이 중년시절 일자리 확보여부이다.


-일자리가 중년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3,40년 회사 생활하고 나온 이들이 퇴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면 절망감에 빠진다. 그래서 이들이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어떤 무대를 마련해 준다는 것은 사실 경제학적인 문제를 넘어서 개인적이고도 사회적이고도 충분히 정합성을 갖춘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늙어서까지 일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낚아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데 어떤 연구결과를 봐도 노인세대와 청년세대의 일자리는 세대 대결적이지 않다.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다. 노인세대들이 하는 일자리라는 게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에 한정됐으며 혹은 주변부 일자리다. 주변부 일자리가 일부 부딪힐 수도 있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기업 특수직으로 익혔던 인적자원이라는 것은 청년 세대와 부딪힐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놓고 본다면 충분히 노인고용과 고령 근로의 정합성은 있다.


-4050세대가 겪는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기업이다. 기업의 탐욕 때문이다. 이것을 조장하고 같이 이해타산이 맞았던 정부의 방조와 방관도 문제다. 과거에 우리는 적게 벌어도 4인 가족에 외벌이라도 행복하게 살았다. 성장을 전제로 했던 기업의 복지구조라는 게 존재했다. 대표적인게 정년까지 보장해주고 매년 월급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를 확정받은 세대가 퇴장하고 난 뒤 국제 경쟁력 강화나 유연한 노동시장 실현을 위한다는 핑계로 그렇게 하지 않고 있지 않다. 유연하다는 게 필요할 때 고용하고 필요없으면 퇴사시키며 고용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구조들이 기업이 샐러리맨의 평생 수요자금으로 꾸려졌던 복지시스템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위 경쟁지상을 위해서 그 핑계로 노동과 고용을 수단화 시키고 비용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다. 이는 40대와 50대 뿐만 아니라 20대와 30대의 파편화된 삶으로 바로 직결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기업은 자율적인 존재이지만 정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는 국가를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은 거기에서 하나의 주체일 뿐이다. 기업을 제어하고 부양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 정부는 기업의 대변자이다. 그런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정부는 정통적으로 갖고 있는 유력한 수단,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통해 기업과 시장을 제어하고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핵심적인 문제는 기업이다. 기업의 윤리와 사회적 기여도 중요한 가운데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정부의 채찍과 당근이 중요하다. 정부는 정책이라는 유력한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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