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관용 제로원칙’ 선진국처럼 엄중하게 법제화"

People / 최영인 한국범죄학 연구소 소장 / 2013-08-27 09:54:53
  • 카카오톡 보내기
최영인의 뉴스IN- 4대악 근절 기획시리즈 ‘성폭력’(4)
▲ @Newsis
[일요주간=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 ● 남존여비 사상, 성폭력 전통적 주범

그간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비근대적으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미담(美談)에 가까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간주하여 왔다. 이는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대표적 전래동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늘나라에서 내려와 폭포수 아래에서 목욕을 하고 있던 선녀(仙女)에 반한 나무꾼이 그녀가 다시 하늘나라로 못 가도록 하기 위해서 옷을 훔쳐 숨겼으며, 하늘나라로 홀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를 나무꾼이 데려다가 아이를 낳고 살았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어릴 적에 수없이 들어보았다.

현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선녀는 성폭력의 피해자이고 나무꾼은 성폭력범이다. 이를 전래동화라는 테마 하에 미화하였지만, 그 이면에는 성폭력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고자 하는 그릇된 남성주의적 의도가 은폐되어 있다 볼 수 있다.

전통적 유교적 관점에서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지금도 우리 사회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여성을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남성은 성폭력이나 성희롱, 성매매 등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은 앞의 전래동화의 예시처럼 자연스레 윤색되어 왔으며, 성폭력에 대해서 관대한 사회 저변의 문화까지 합쳐져서 작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소위‘양성평등(Gender Equity)'이라는 개념을 주창하기 시작한 것은 채 30년이 되지 않는다. 양성평등과 관련한 다양한 법률이 제정되고 이를 강제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의 짧은 역사에 불과하다.

그만큼 여성에 대한 차별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인륜적 성폭력의 역사는 오래 되었으며, 여성을 우리 사회의 동등한 존재이자 균질하게 대우해야 할 존재로 인정한 시간은 무척 짧다.

남존여비 여성차별 관행이 비인륜적 성폭력 부채질
친고죄 규정 폐지 경찰과 검찰 즉시 수사 처벌가능

양형규정 엄수와 성범죄자 전용교도소 신설도 대안
성매매 여성에겐 처벌보다 사회복귀에 연착륙 배려


● 성범죄 강력한 척결의지, 여전히 딜레마

2013년 박근혜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4개의 사회악(社會惡; Social Evil)을 지정하여 임기 내에 척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성폭력과 관련된 국가 기관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일정한 반발은 있으나 가시적인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고자 한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유형의 성폭력에 대해서 이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처벌에 나선 부분은 그 어떠한 말로도 수식어가 부족할 정도의 칭찬과 격려를 보내고 싶다.

성폭력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성범죄와 성희롱, 성매매가 그것이다.
성범죄에는 강간과 준강간, 유사강간, 미성년자 간음, 강제추행, 추행 등의 범죄가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성범죄와 관련한 유명인사의 돌발적 사건발생으로 인해 언론의 지면이 부족할 정도이다.

금년 6월까지는 친고죄 규정이 적용되어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가 성립되면,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의 기준에 의거하여 처벌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피해자와의 합의나 신고 없이도 경찰이나 검찰이 즉각 나서 이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실제 고소가 이뤄진 유명인 관련 사건의 경우에 올 6월까지는 합의 등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이제는 이런 행위를 실제로 한 유명인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강제하게 되었다.

연예계에서는 결혼할 여성 아니면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로 성문제와 관련한 엄중한 경계령이 발동되고 있으며, 기타 다양한 직업군 역시 성윤리나 성문제와 관련한 예방교육 등을 통해 성범죄의 발생을 차단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성범죄의 경우에 처벌 내용은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의 수준에 맞먹을 정도로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판결이 엄중하지 않거나 법원의 자의적 판단이 이루어진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단체와 피해자 측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가해자가 초범이고, 죄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의 회복에 대해서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 성의표시를 하였고, 전관출신 변호사를 선임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아동강간범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현재의 일부 판결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왈가왈부(曰可曰否)하기에 앞서, 실형을 면하게 하고 강제수강명령과 사회봉사명령 등을 통해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사례는 앞으로 없었으면 한다.

일단 아동과 청소년에 대해서 성폭력이 인정되면 무조건적으로 실형을 선고하도록 법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법원의 형량선고에 대한 양형규정을 변경하여 집행유예선고를 하는 그릇된 조치에 쐐기를 박아야 할 것이다.
또한 ‘무관용원칙’(Zero Tolerance Principle)의 도입을 통해 더 이상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성범죄자의 일부에 대해 신원공개나 전자발찌 착용의무 부여, 화학적 거세 등과 같은 물리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들이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원공개의 경우에 아동과 청소년대상 성범죄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인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도 추가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전자발찌의 경우에는 이를 관제하고 감시할 보호관찰소의 담당 공무원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여 인력적인 충원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화학적 거세는 생색내기 식의 처분일 뿐이며 영구적 효과가 없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비판을 여전히 받고 있는 상황이다.

● ‘新대안’ 전문교정기관 신설, 양성평등 구현

모든 제도가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서 정착되는 것에 비해, 유달리 성범죄에 대한 여러 대안과 제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이런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성범죄에 대한 사법당국의 깊은 성찰과 고민이 부재하였다는 점으로 인해 여러 시행의 문제점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성범죄 처벌 강화에 대한 남성들의 반발적 관점에서 살필 수 있다. 성범죄의 재범률이 다른 범죄보다 훨씬 높으며 어느 범죄보다 인격적, 정신적, 정서적 피해를 막대하게 입힌다는 점에서 외국에서 시행한 성공적 제도의 도입이 적극 요망된다 하겠다.

성범죄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아래에 제시한 내용들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성범죄자들을 수용, 교정, 치료하는 전문화된 교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성범죄자만을 별도로 수용하는 ‘성범죄자 전용교도소’(Prison for Sexual Criminal)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문적 교정기관을 통해 다양한 치료프로그램의 적용과 함께 장기적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주(州) 형법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終身刑)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성범죄자 전용 교도소가 성범죄 방지의 실질적 버팀목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도 성범죄자를 일반적인 범죄자와 혼합 수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성범죄자만을 대상으로 하여 수용, 교정, 치료하는 형태의 전문화된 교정시스템 운영이 전격 이뤄져야 할 때이다.

둘째, 성을 파는 여성의 탈성매매를 위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성매매에 있어서 ‘존 스쿨’(John School)과 같이 교육을 통한 성매매 재범화 방지사업을 법무부가 시행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일정 부분 안착점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미국에서 성매수 혐의로 체포된 남성이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존’이라고 밝힌 데서 유래된 존 스쿨 졸업자의 재범률은 2% 안팎인 것으로 파악돼 탁월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부터 인신매매범과 포주, 업소 주인, 성매수자의 재범 방지를 목적으로 마치 ‘금연학교’처럼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실례를 한층 안착시켜야 할 것이다.
성매매에 대해 이제는 사회적 악이자 범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성매매는 인격을 침해하는 반인격적 범죄라는 점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지대한 노고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자 한다.

다만 성매매 문화의 척결을 위해서는 이런 인식의 전환뿐만 아니라 성 매수자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화하되 일본에서처럼 쌍방처벌은 지양하고 성을 팔게 된 여성에 대해서는 비범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전향적 단초가 될 것이다.

이들 여성들이 사회의 최하 계층에서 허덕임으로 인해 성매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면밀히 살펴야 하며, 이들을 전과자로 몰아서 처벌하는 것은 탈출구 없는 절벽으로 내모는 것이고 이는 우리 사회에 성매매를 만연하게 하는 악순환의 한 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성매매화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실질적 복지 차원의 지원책을 수립하여 적용하고 여러 대안과 유인책들을 만들어 성매매 여성들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과제일 것이다.

성희롱 역시 다수의 교육과 예방지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성폭력 유형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피해자가 성적인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에 있어 극히 주관적 기준이 대입된다 하더라도 상대 성(性)이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지 않도록 행동하고 발언하는 예의는 갖춰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도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성희롱을 하는 상급자들이 많이 존재하며, 어디에 하소연 할 곳이 없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하여 슈퍼 갑으로서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

성희롱은 사회활동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인격적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으로 인해 실제 피해자 본인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심대한 부작용을 표출시킬 수밖에 없다.

성희롱은 가장 경미한 유형의 성폭력이지만 우리 사회 안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대응 역시 강력하지 못한 실정이다. 양성평등에 대한 개념을 보다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에서부터 강화하는 것이 사회에 만연한 성희롱을 막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선적 조언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이를 적극 반영하였으면 한다.

끝으로 성폭력은 우리 사회의 척결 대상 1순위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남성의 수직적이고 이기적 관점에서 성폭력을 보지 말고 여성과 상호 대등한 수평적 입장에서 성폭력 문제를 조망한다면 분명 우리 사회의 성폭력 지수는 한결 낮아질 것이다.

성폭력 척결을 위한 노력들이 여성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사회적 제재라는 남성 우월의 일방적 주장은 후진국의 발상이라 할 것이며, 이미 글로벌 선도국가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우리 한국에서 성폭력은 필히 퇴치해야 할 ‘사회병’이다.

미래의 국가 가치는 국민의 선진적 의식함양에 있다. 우리 사회의 선진성이 시급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성폭력에 대한 국민 모두의 척결의지를 단호하게 강화시켜야 할 때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영인 한국범죄학 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