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 고대엔 기생충 박멸…현대엔 ‘손상 뇌신경’ 치료 각광

People / 송봉근 교수 / 2013-09-04 14: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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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 교수의 한방클리닉 ‘창포(菖蒲)’
창포는 해독 작용에다 병균이나 몸의 기생충도 죽이는 살충효과도 가지고 있으며, 몸의 나쁜 체액이 남아서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간질이나 경련 증상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Newsis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해마다 오월 단오가 되면 각 지역마다 전래의 세시 풍속을 따르는 행사를 하게 된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설날, 추석 그리고 한식과 함께 단오는 4대 명절로 여겨질 정도로 우리 세시 풍속에 귀중하게 자리 잡은 날이기도 하다.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1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또 더운 여름을 맞기 전 초여름의 계절로 모내기를 끝내고 앞으로 이어질 농사에 풍년을 기원하기 위한 날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단오날이 되면 씨름 대회를 하기도 하고 그네뛰기나 마당놀이를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날이 되면 사람들은 음식을 장만하여 창포가 무성한 물가에 가서 물맞이를 하기도 하고 창포를 끓인 물에 머리를 감는 일을 빼놓지 않았다.

바로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소담하고 윤기가 있고 잘 빠지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이다. 몸에 이롭기 때문에 창포를 달여 마시기도 하였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배게 아래에 창포 잎을 깔아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기원하기도 하였다.

Acorus calamus창포(Acorus calamus) 는 연못가나 도랑가에서 잘 자라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잎은 뿌리줄기에서 무더기로 나오고 잎은 칼끝 모양이고 흡사 붗꽃과 같은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다.

이 창포는 예로부터 기를 순환시키고 혈액을 잘 흐르도록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잎과 뿌리를 달인 물로 목욕을 하거나 마시게 되면 손발이 저린 증상도 없어지고 피부도 윤택하게 한다는 효능으로 민간에서는 알려져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를 활용하여 모발을 잘 자라게 하거나 머리를 풍성하게 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샴푸나 비누로 개발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한의학에서 창포는 우리 몸에 있는 눈, 코, 입, 귀, 요도, 항문 등과 같은 기관의 기능을 도와 잘 통하도록 하며, 몸에 있는 나쁜 액체를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해독 작용도 가지고 있고, 병균이나 몸의 기생충도 죽이는 살충효과도 가지고 있으며, 몸의 나쁜 체액이 남아서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간질이나 경련 증상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또 기관지염을 치료하기도 하고 위장의 기능을 돕는 효능도 있다. 여기에 몸에 달인 물을 바르는 방법으로 피부병이나 가려움증을 치료하기도 하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1300년에 창포를 복통을 치료하는데 활용하기도 하였고, 향수의 원료로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사실 많은 지역에서 창포는 수 천 년 간 아주 귀한 무역품이었다.

여러 질환에 특효가 있는 약품으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향수의 원료로 활용되기도 하였기 때문이었다. 뿌리에서 추출한 성분은 파이프 담배의 향료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유럽에서는 와인을 만드는데 창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일 년 내내 시장에서 많은 양의 창포를 거래하였다고 한다. 창포가 어린아이들의 장에 탈이 났을 때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약재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늦은 밤에 창포를 사러 온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처벌을 받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창포를 다량으로 복용하여 구토제로 활용하고, 소량은 흥분제나 강장제 및 소화제 등으로 사용한다. 환각제로 인한 부작용을 치료하는데도 창포를 사용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약초가 바로 창포였다. 이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전염병이 돌아 인디언들이 모두 죽게 되었을 때, 꿈에 쥐가 나타나 자신이 있는 곳에 있는 풀의 뿌리를 약으로 복용하면 된다고 하여 부족들의 병을 치료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이들 부족들은 집에 창포 뿌리를 항상 걸어둔다고 한다. 또 창포를 달여 김을 쏘이게 되면 병을 없앤다는 믿음이 있어서 항상 먼 곳을 떠날 때는 반드시 창포 뿌리를 가지고 간다고 할 정도이다.

또 다른 부족은 창포를 입에 넣고 씹은 다음 얼굴에 문지르게 되면 적을 만났을 때도 두려움이 사라지고 용기가 솟아오른다고 믿는다.

뿐만 아니라 아랍에서는 창포를 결석을 없애는 목적으로 사용하였고, 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이가 나는 어린이에게 창포를 입에 물게 하였다. 실론 지역에서는 창포를 구충제로 활용하였다. 이집트에서는 심지어 성기능을 촉진시키는 약으로 창포를 활용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도 일찍이 신농본초경이라는 가장 오래된 본초학 서적에서부터 창포를 언급할 정도로 귀중한 약재로 여겨졌다. 동의보감에도 창포는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맵고 독은 없다고 기록하였다.

효능에 대하여는 심장이 잘 통하고 아울러 정신이 잘 통하도록 하며 오장을 보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하고 목소리를 잘 내게 하며 뱃속의 기생충을 박멸시키고 몸에 이나 벼룩과 같은 벌레를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건망증을 낫게 하고 기억력을 좋게 하며 가슴이나 배의 통증도 없애준다고 언급한다.

그런데 이런 효능은 같은 과에 속하는 창포와 형제지간이라 할 수 있는 석창포(Acorus gramineus)의 효능과 차이가 거의 없다. 동의보감에서 조차도 창포를 석창포와 동일시하여 언급하였고, 역대 본초학 서적에서도 거의 창포와 석창포의 효능을 동일시 하였다.

말 그대로 창포는 물가에서 자라고 석창포는 산 바위틈에서 자라는 차이가 있는 정도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다만 석창포는 신경을 안정시키고 정신 기능을 촉진하는 효능이 더 강조된다. 그래서 최근 석창포는 건망증이나 치매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총명탕의 주재료가 바로 석창포이다.

총명탕은 바로 주로 잘 잊어버리는 증상을 치료하며 오래 복용하면 하루에 천 단어를 외울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기억력을 촉진시키는 약이어서 과거를 준비하던 선비들이 애용하던 처방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창포는 중풍이나 기타 독성물질로 손상된 뇌신경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동물실험에서 관찰되었다. 또 각종 물질로 손상되는 뇌신경을 보호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창포는 강력한 항산화효능을 가진다. 여기에 뿌리와 잎에는 항균효과에다 기생충을 박멸하는 효능도 있다.

지방세포가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체지방이 쌓여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이런 좋고 뛰어난 효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1968년도 창포에서 추출한 물질로 된 약품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였다. 실험동물에게 과량의 인도산 창포에서 추출한 성분을 아주 오랫동안 주입한 결과 일부에서 암을 유발하도록 유도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서도 암을 발생시키거나 유도한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고 국내산 창포에 대한 암발생 효과에 대하여 보고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아주 많은 양을 장시간 복용하지 않는다면 단일 추출 성분이 아닌 창포 전체를 한약의 처방으로 사용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이 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들고 많은 것을 외우고 기억해야만 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오히려 안심하고 창포에 머리 감고 창포물에 몸을 담그고 석창포가 들어 있는 총명탕을 복용할 일이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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