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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제2의 외환위기를 거쳐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으로 갈지도 모릅니다”
미래학자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2030 대담한 미래’를 통해 이처럼 앞으로 대한민국에 닥칠 위험한 미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위기불감증에 빠진 대한민국이 또 다시 외환위기의 아픔을 겪지 않고 2030년경 시작될 아시아 패권시대에 대한민국이 중요한 조정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위기에 부딪힌 미래를 최고의 기회의 미래로 바꾸는 것은 바로 현재의 결심과 행동이라고 말한다.
<일요주간>은 최 소장을 만나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이 앞으로 직면할 위기와 이에 대한 해법을 들어보았다.
▲현재 한국은 어떤 위기에 직면해 있는가.
-지금부터 5년 후 나타날 한국의 기본 미래는 ‘잃어버린 10년’이다. 이는 이미 5년 전에 예측했다. 지금은 이를 예측한 5년 전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크게 바뀌지 않고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30대 그룹은 2020년 이후에는 현재의 주력 사업 대부분을 전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절반은 탈락할 것이다. 또 다시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크다. 현재의 시스템적 문제를 그대로 내버려두면서 포퓰리즘 때문에 구조조정을 미루고 개인과 기업, 정부의 부채를 늘려가면서 부동산 가격 정상화를 계속 늦춤으로써 위기를 해결하게 될 경우 한순간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게 된다. 게다가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터지며 급격하게 환율을 밀어 올리게 되면 제2의 외환위기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 한국은 되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동력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것이라는 징후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나.
-1970년부터 1999년까지 약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외환위기는 98번 발생했다. 외환위기는 28개 국가가 만들어 냈으며, 그 중 한번이 우리나라다. 외환위기가 한번 발생한 국가는 반복해서 2~3번 겪는 것이 기본 패턴이다. 첫 번째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환율이 오르면 기업 부실이 증가하고 부실이 증가하면 단기유동성 압박이 일어나게 되고 시중금리가 인상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긴다. 이 때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공적 자금을 긴급 투입해 기업과 은행의 부실채권을 산다. 그 결과 기업 부실과 은행 부실이 줄어들면서 신용도가 다시 회복되고 경제 위기를 탈출한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해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사라진 것이 아닌 그 부실이 개인과 국가에 전가된 것이다. 기업과 은행권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개인들을 직장에서 쫓아냈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100만 명의 실업자가 생기지 않았는가. 금리가 인상되는 과정에서도 가계 금융 비용이 증가하고 정부는 공적 자금을 밀어 넣으면서 재정적자 규모와 부채를 늘리게 된다. 다시 말해 첫 번째 외환위기 때는 기업과 은행의 부채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제2의 외환위기 때는 가계 부채증가와 정부의 재정정자, 총부채의 위기로 그 성격이 달라진다. 부동산 버블의 급격한 붕괴와 정부부채와 가계부채의 증가,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로 말미암은 잠재성장률 급락과 종신고용의 붕괴, 저출산 고령화, 정부의 뒤늦은 정책 등이 한꺼번에 몰리게 된다면, 미국의 출구전략과 기준 금리 인상을 한국 기업과 개인이 이겨내지 못한다면,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가 실패한다면, 금융위기에 취약한 우리는 2016~2018년에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위기라는 주장과 달리 앞으로 예전과 같은 성장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성장 신화가 재현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1인당 GDP가 2050년이 되면 세계 2위가 될 것이며 세계시장에서의 선전이 지속될 것이라는 환상 속에 빠져있다.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위기감을 떨어뜨려 변화의 시기를 놓치게 한다. 현재 한국의 사회, 경제, 산업 시스템은 성장의 한계에 이미 도달한 상태다. 물론 이 시스템을 유지하면 1인당 GDP 2만5,000달러까지는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영역에 걸쳐 재설계하는 수준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20~30년 이내에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나 경제적 비중이 현저하게 낮아질 것이다.
▲한국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현재 한국의 국가 시스템, 기업 시스템, 개인 시스템은 2만 달러용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2만 달러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시스템으로는 이내 과도한 부하가 걸려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져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위기 요인과 한계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성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미 한계에 도달한 국가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50~60년 전에는 필리핀이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살았는데 지금은 정반대다. 북한,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도 50~60년 전에는 모두 우리보다 잘 살았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시스템 확장기에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 변혁을 이루는 데 실패해 장기적 침체를 맞았다. 우리도 이러한 비극적 미래가 오지 않도록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5년 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의 미래 위기 요인은 무엇이 있는가.
-총 10가지이다. 기존 산업의 성장의 한계, 종신고용의 붕괴, 저출산, 고령화, 재정적자 위기 심화, 경제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 붕괴, 정부의 잘못된 정책, 심각한 사회적 갈등, 급격한 흡수통일의 위험 등이다. 분열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자본의 취약과 통일의 문제는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이며 나머지 8가지 요인은 선진국들이 공통을 겪었던 문제들이거나 신흥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갈 때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다.
▲이러한 위기의 해결 방안은 없는지.
- 미국의 경우 8가지 공통된 위기를 미리 대처해서 풀었다. 기존 산업의 성장의 한계는 금융업으로 치고 나가 해결했다. 종신고용의 붕괴는 노동의 유용성으로 풀었으며, 저출산 문제는 이민을 받아들여 출산율을 2.1명으로 이끌어냈다. 경제성장률 저하는 인재를 영입해 노동의 질 향상으로 해결했다. 고령화는 인류 역사상 아직까지 직면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로 아직까지 해결방안을 찾고 있는 문제다. 때문에 가장 심각한 문제라도고 할 수 있다. 재정적자 위기 심화는 기축통화와 국제적 힘을 이용해 해결했다. 부동산 거품문제는 아직까지 풀어야 할 문제다.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선진국 미국의 경우다. 우리나라도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파악하고 적절한 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 삼성의 미래는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가.
-이대로 간다면 삼성전자의 몰락은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후부터 시작될 것이다. IT기업의 생존기간은 평균 10년이다. 그 가운데 1등 자리를 유지하는 기간은 평균 3~5년 정도다. 삼성은 노키아가 혁신에 실패한 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애플 진영의 선두로 나서면서 1등 자리에 올랐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매출은 빠르게 상승했으며, 이 추세로라면 1~2년 정도는 좀 더 선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3년 뒤 현재의 제품과 사업전략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시스템의 거대한 변화를 선도하는 탈출구를 열지 못한 상황에서 현 제품이 판매되는 시장이 시스템적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면 쇠퇴하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원리다. 결국 이대로라면 삼성은 2~3년 이내에 자체 시스템의 한계와 기존 시장 시스템의 성장 한계를 동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삼성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IT업계의 빠른 변화와 새로운 시장 지배자의 등장, 후발 주자의 무서운 추격, 1등 기업의 자만심이 겹치게 되면 1~2년 뒤부터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삼성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구글과 아마존의 예를 보면 답이 나온다. 구글과 아마존은 회사가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이끈 창업자와 CEO가 건재했기 때문에 계속 우위를 지킬 수 있었다. 혁신을 완성하는 것은 직원들이지만 혁신의 방향을 잡고 이끌어가는 사람은 창업자와 최고경영자다. 그래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고 노키아의 성공을 이끌었던 요르마 올릴라 회장과 알라 피에틸라 사장이 물러난 것과 같은 일이 삼성에서 일어나면 위기가 시작될 것이다. 특히 IT산업처럼 변화가 빠른 영역에서는 최고경영자의 능력이 절대적이다. 회사의 명운을 건 혁신의 방향과 속도, 타이밍에 관한 결정은 창업자나 최고경영자만이 내릴 수 있다. 때문에 창업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에서 이건희 회장의 건강은 삼성전자의 미래와 직결됐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이 2020년 이후에도 살아남아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이건희 회장 대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마쳐야 한다. 예측하기에 삼성에서 가장 유력한 미래 주력산업은 바이오-생명, 무인자동차, 나노 신소재 특허 기반의 산업이 될 것이다. 삼성이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을 실천으로 옮길 시간은 앞으로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
▲만일 삼성이 무너지게 된다면.
-한국의 GDP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한국의 신용도와 이미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이 위기를 맞고 무너지면 한국 경제는 단기적으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붕괴를 수많은 기업 중 하나의 붕괴로 막아낼지 아니면 국가 위기의 출발점이자 자산시장 전체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될지는 정부의 역할에 달려있다. 삼성 그룹을 잃는 일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만에 하나라도 거대 기업이 쓰러졌을 때 국가는 이 때 흩어지는 인력과 자원, 기술을 새로운 기업으로 탄생시키는 밑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STX의 몰락에서도 조선산업의 위기를 엿볼 수 있는데.
-그렇다. 조선산업에서 일본은 유럽을 넛크래커(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후발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에 밀어넣어 1위를 뺏었으며, 우리는 다시 일본을 넛크래커에 밀어넣어 1위를 빼앗았다. 그런데 2009년부터는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2003년 일본을 넛크래커로 밀어 넣은 지 7년 만에 우리가 중국에 의해 넛크래커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올해 조선, 해운, 에너지 산업에 주력하고 있는 STX그룹이 해체됐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한국의 조선회사들은 5~10년 이내에 상당수가 구조조정될 것이며 그 결과 매출과 이익률이 반토막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철강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이미 25% 정도 공급과잉에 빠졌으며, 앞으로 신소재가 계속 개발돼 철강의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석유화학 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기업들은 올해부터 이전에 증설한 설비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생산 물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은 천연가스의 1/6 가격에 불과한 셰일가스와 타이트오일 등을 대규모로 채굴할 것이다. 셰일가스의 채굴량이 늘어날수록 에틸렌의 원료인 에탄의 가격 하락세도 커진다. 에탄값이 하락하게 되면 나프타 기반의 한국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중국과 중동 지역 국가도 석유화학 분야의 설비 확장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의 전성기는 여기가 끝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어떠한가.
-자동차산업도 넛크래커 현상이 예측되고 있다. 한국기업의 기술력도 좋아졌지만 다른 경쟁자들의 기술력도 좋아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로 휘발유 자동차 시장이 축소되는 것은 불가피하며 하이브리드자동차나 전기자동차로 급속하게 넘어갈 것이다. 휘발유 자동차는 중국과 일본이 잠식하고 있고 미래형 자동차는 일본, 유럽, 미국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둘려야 한다.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의 집중 투입을 통한 단기적 생산량과 매출 확대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산성 향상과 기술 개발, 경영 혁신을 위주로 하는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또 미래형 산업을 위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영 선진화와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 정부도 불필요한 규제는 계속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2020년 이전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의 제조업에 위기가 발생할 것이다.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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