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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면서도 어떤 인간으로 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꿈꾸는 삶이 있다면 먼저 그 꿈에 합당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은 변하지 않고 세상보고만 변하라고 하고 자신은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으면서 세상이 어떻게 해주기만을 바라면 성장은 물론 꿈도 결코 이룰 수 없습니다. 인생을 연습으로만 산다면 평생 후보 선수를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인생은 연습이 아니라 실전이니까요.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큐비즘)를 창시하고 발전시킨 프랑스 화가 조르주 브라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처음 붓을 대기 시작할 때는 꼭 내 그림이 하얀 먼지에 덮여 있는 것만 같다. 나는 그저 붓으로 먼지를 걷어내면 된다. 작은 붓으로는 푸른색 부분을, 또 다른 붓으로는 초록색 혹은 노란색 부분을 쓸어낸다. 다 쓸고 나면 내 그림이 끝난다.”
“제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속담이 의미하듯 어쩌면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생의 50%는 이미 부여받고 태어나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바로 알지 못하면 자신에게 어떤 능력이 있고 이 세상에서의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떤 인생이라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알아챌 수 없습니다. 브라크의 말처럼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주시함으로써 덮여있는 먼지를 걷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나머지 50%도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게 됩니다. 공자도 말했습니다. “회사후소(繪事後素) 즉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후의 일이다.”
또 우리 풍속에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는 것이 있습니다. 동지부터 9일마다 추위가 누그러져서 9번째 즉 81일이 되는 날 봄이 왔음을 알게 되는, 옛사람들이 추위를 잊기 위해 했던 놀이입니다. 종이에 9개의 칸을 만들고 그 안에 9개의 꽃이나 다양한 무늬 혹은 9개의 획으로 된 문자를 그린 후 벽이나 문에 붙여두고 하루에 하나씩 채색을 하여 81개를 완성하는 등 형식은 다양했습니다. 기다림을 아름다운 몸짓으로 승화시킨 선인들의 풍류와 고난을 미학적으로 극복했던 지혜의 산물인 이 놀이를 떠올릴 때마다 인생의 만고풍상(萬古風霜)도 이와 같이 마주한다면 삶의 질곡도 그리 고단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은 요리와 같습니다. 똑같은 재료도 어떻게 조합하여 조리하느냐에 따라 그 맛과 쓰임이 달라지는 것처럼, 생의 요철과 질곡도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해가 간다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미처 하지 못한 일이 산재해 있다고 해서 생이 느닷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플라톤은 마음이 현실을 만들어 내니 마음을 바꿈으로써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갑니다. 바람은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지나갑니다. 생의 모든 어려움도 시간처럼 바람처럼 다 지나갑니다. 그리고 어제는 끝났습니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지금만 있을 뿐입니다.
새해에는 달아나고 흐트러지는 마음 꽉 잡고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삶에 준하는 나를 바로 세워야겠습니다. 시선을 어제에 고정한 채로는 오늘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마음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면 현재의 성장은 어불성설입니다. 이리저리 쓸려 다니고 이쪽저쪽 기웃거리기만 한다면 결코 참 나를 만날 수 없습니다. 나를 알고 내가 누리는 행복감의 참맛을 알았을 때 우린 진정한 자비심과 사랑으로 기름진 인생을 위해 누군가를 위해 무엇보다 가슴에 품은 꿈을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가볍고 담백한 마음으로 송구(送舊)하고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영신(迎新)하여 오시는 새해에는 세상이 더 환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그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라.” 보배 같은 법정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더 첨예하게 박히는 한해의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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