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 미디어 보도의 명암...北 ‘뉴스.다큐.토크쇼’ 봇물

People / 염건령 칼럼니스트 / 2014-02-28 15:49:42
  • 카카오톡 보내기
염건령의 see&review(2편)
[일요주간=염건령 칼럼니스트] 북한 정부에 대한 이해는 필요가 없을 지라도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잘 알아야만 한다. 독일이 서독과 동독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주민 상호간의 이해를 넓히는 과정을 위해 서독이 막대한 교육이나 홍보비용을 투입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 北 ‘뉴스, 다큐, 토크쇼’ 봇물…성찰의 시점

우리나라도 북한 주민들이 어떠한 사람이며, 이들에 대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대화의 접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지속적이 계몽과 홍보과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며, 특히, 북한 사람들이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유도하거나 아니면 이들의 고유한 사고체계와 이해방식, 표현방식을 체계적으로 알아가도록 하는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최근에 종합편성채널에서 앞 다투어 제공하는 북한관련 소식들과 프로그램들이 국민들의 북한 주민에 대한 이해 과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 종편에서 방송하는 속칭 ‘이만갑’(이제 만나러 갑니다)과 같이 북한출신 이주민들이 나와서 북한의 실상을 토크쇼 형식으로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줌은 물론 북한의 삶이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도록 해주고 있다.

물론 과거 우리나라의 1960년 전후의 경제적 곤궁기와 유사한 상황들이 많음으로 인해 북한주민들의 고통과 배고픔, 죽음에 대한 공포, 인간성에 대한 상실, 여성에 대한 성폭력, 인권유린문제 등을 속속들이 알도록 해줌으로써 통일에 대한 이성적, 지식적인 준비와 대비를 하는데 많은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사료된다.

탈주민들의 탈북과정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던 이야기들을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으며, 본인의 탈북으로 인해 많은 가족들이 처형당하거나 가혹한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쓰러움을 느꼈으며, 대한민국의 품으로 와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북한과는 다른 ‘자유’라는 요소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내려오도록 만든 단 하나의 이유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였다는 긍정성을 가진다.

북한 관련 방송내용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하나의 트랜드로 볼 수 있다. 이미 이만갑 이외에도 각종 뉴스프로그램에서 북한뉴스를 집중적으로 또는 특집으로 다루고 있으며, 한동안 시사평론가들이 차지하던 뉴스의 전문가 코너를 북한관련 학자와 전문가, 탈북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북한 권력의 실세였던 장성택과 그 일파의 잔인한 숙청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는 북한권력의 문제점과 잔인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과없이 북한의 인권유린 상황을 다 공개하고 있으며, 심할 경우에는 북한권력층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까지 파헤치고 있다.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북한에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면서 신기하게 볼 수 있지만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어지고 시간이 가면서 선정적인 부분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서 과연 이렇게 방송하는 것이 좋은 부분만 있겠는가 라는 생각을 일깨우고 있다 하겠다.

● ‘~카더라’식…미모여성 내세워 선정적 경향

현재의 시점에서 북한관련 방송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사고의 전환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에 북한관련 방송내용에 대한 문제점이나 부작용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로, 이만갑의 경우와 같이 미모의 여성 탈북자들을 내보냄으로써 초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선정적인 방송이 되어간다는 비판이 있다. 탈북자 가운데에서는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 남성들으로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방송내용에 보면 미모의 여성들이 많이 출연한다.

옷이나 화장 역시도 아름답게 꾸몄지만 이는 자칫 탈북여성의 성상품화라는 여성계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젊은 여성들 100여명이 나와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토크쇼와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들이 나와서 북한의 실상을 공개한다는 취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음을 알아야만 할 것이다.

둘째로, ‘~카더라’식의 내용들이 북한관련 방송에 나오고 있어서 방송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 탈북자가 나와서 북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실제 그 곳에서 살다 온 사람이기 때문에 여과 없이 이들이 이야기 하는 내용들을 믿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일부 탈북자들은 방송에서 나오는 내용 가운에 일부는 과장되거나 실제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을 실제 자신이 경험한 내용인양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내용을 들은 바가 많았다.

실제 방송내용을 보면 자신의 내용이 아닌 다른 탈북자나 북한에 사는 사람을 통해서 전해들은 내용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우선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지 북한과 직접 연결되는 채널이 없다는 이유로 시중의 소문을 수집하여 공개적으로 사실인양 이야기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방송이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일 것이다.

셋째로, 방송 내용 가운데에는 북한 주민들이 거의 노예수준의 생활을 하거나 교육적인 부분에서 남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쳐진 미개한 국민 정도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조심과 개선이 필요하다.

실제 탈북자들이 방송에 출현하여 북한의 헐벗고 굶주린 주민들의 실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오버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본인들에게 자유를 안겨준 우리 땅과 사회경제가 좋은 것은 당연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 주민 자체를 비하시 하는 태도나 잘못된 표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도 소지역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북한주민 관련 비하성 보도와 내용이 지속된다면 향후 통일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냉정하게 문제점을 바라보고 그 실체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언론과 방송의 의무이지만 불쌍한 백성으로 보는 시각이나 무지하고 미개한 주민들이라는 시선은 절대적으로 배제해야만 할 것이다.

넷째로, 북한 권력층에 대한 내용은 필요하지만 이들의 사생활에 대해서 선정적인 보도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쁨조와 관련한 내용만을 가지고 모 프로그램에서 한회분량 통째로 할애하여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을 보았는데 역시 신기할 뿐이지 진정한 민족통일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와 전파상으로 전달할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3대의 여자들과 관련하여 ‘축첩’이니 ‘후궁’이니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관련 방송내용도 선정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북한 정권이 잔인하고 원칙도 없으며, 사람목숨을 파리목숨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그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아닌 권력층의 여성편력에 대해서 모든 방송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볼 수 없다.

● 편향적 보도… 北출신에 차별의 씨앗 경각심

일부 방송학자들은 북한 관련 방송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정함과 동시에 그 가이드 라인을 방송계에서 정하여 통일을 위한 초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실제 필자도 이러한 주장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북한은 우리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며, 독재권력 하에서 핍박받고 있는 삼천만의 우리 동포에게 자유의 아름다움과 시장경제의 풍요로움을 전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들을 진정한 인간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어려움에 대해서 연민의 감정을 가져야만 하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공유하고 나눠줄 수 있는 진정성을 가져야만 한다.

불쌍한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난민과 같은 식으로 우리의 동포를 바라보는 시선만을 가지도록 하는 지금의 북한관련 방송내용은 극히 위험할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북한출신자들을 차별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서독은 동독과 관련한 방송프로그램이나 기사를 내보냄에 있어서 언제든지 동독 사람들이 서독의 방송과 신문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기사를 쓰거나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라는 원칙이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동독 정부나 정권에 대해서는 아예 무시를 했지만 반대로 동독에 사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그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생각의 폭을 넓혔다는 점이다. 우리도 이제는 마구잡이 방식으로 북한관련 방송을 편성하고 제작하기 보다는 북한 주민들이 몰래 남한의 방송을 보면서 우리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정말 따뜻한 동포이구나 하는 점을 알도록 해주어야만 한다.

농담식으로 웃으면서 하는 북한 관련 토크쇼를 실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본다면 어떠한 생각과 감정을 가질 지에 대해서 정말 단 5분이라고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염건령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