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의식은 양심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

People / 최형선 칼럼니스트 / 2014-03-27 15: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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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선의 insight review- ‘예술의 탈을 쓰다’ [일요주간=최형선 칼럼니스트] 최근 기업들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여러 업체들로부터 입찰을 받고 있다. 정부 기관도 이제 조달청을 통해 발주하고 여러 업체의 경쟁입찰을 받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이런 입찰 경쟁에서 어느 정도 능력이 되는 회사의 경우 문서 전문가들의 참여만 이뤄지면 입찰을 따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문서 전문가들은 RFP(제안요청서)를 분석하고 점수를 딸 수 있는 구성을 도와주며 설득력 있는 시각적 표현과 문장력으로 심사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쯤 되면 자신이 딸 수 없는 입찰은 거의 없다고 큰 소리를 치는 문서 전문가도 나타난다. 능력이 없는 업체라도 문서 전문가의 터치만 거치면 원하는 스펙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행태 속에서 예술적인 사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능한 문서 전문가는 심사관의 마음을 정확히 뚫어보고 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법과 스토리 라인을 동원한다. 그리고 약간의 조작만 거치면 입찰에 참여하는 회사를 괴물로도 둔갑시킬 수 있다.

신문을 읽을 때 난 제빨리 훑어보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으로 훑어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정치 문제에 대한 투명성에 있어 조중동이 문제를 안고 있지만 문장의 스타일은 정말 유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에는 질 떨어지는 신입기자들도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이들 신문은 다채롭고 지식적으로 유익한 테마를 많이 제공하지만 여론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대중의 비난을 사고 있다. 정권에 찬성하는 논조와 여론 통제 및 공작이 이들 미디어를 통해 계획적으로 전개되면서 정권의 시녀란 고정된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다.

신문이 사건과 사실을 꾸밈없이 그대로 전달할 의무가 있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할 때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양심을 버리는 행위는 기자들의 혼을 버리는 것과도 같기에 편중되지 않고 고른 보도의 자세로 그들이 돌아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크니컬라이팅에 대해 강의하는 현장에 설 때면 난 이 학문의 속성에 대해 교육생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한다.

“저는 테크니컬라이팅의 원칙과 설득의 법칙이나 기법을 전달하고 있지만 이 학문이 정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테크니컬라이팅의 목적은 상대를 설득시키는데 있기 때문에 논리의 완결성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일부 사실을 숨겨야 할 수도 있고 설득의 시나리오에 따라 논리 전개의 순서를 바꾸어 상대의 마음을 얻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런 의미에서 예술적입니다.”

일부 문서 전문가들의 경우 자신의 능력과 전문성을 입증하는 선에서 벗어나 여론을 조작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기도 한다. 이는 양심을 버린 더럽고 비열한 행위이다. 단지 유능하다는 평판과 돈을 얻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팔아 사실을 조작하기까지 하는 이들은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인생을 살면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은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에 기초한다. 그 사랑은 우리란 공동체를 살피고 서로를 귀중히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회에서 중요한 덕목은 그래서 책임 의식이란 말을 한다. 자신의 능력을 빌려준 것이란 변명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

핀란드는 평등의식이 강해 기업가 정신이 저조하고 실패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풍조가 만연해 있었다. 핀란드는 분배와 형평, 복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법인세의 비율이 무려 51%나 된다. 핀란드 젊은이들이 창업이냐 노키아 입사냐를 놓고 고민할 때면 안정을 보장하는 노키아를 택했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이 약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인구는 고작 530여만 명에 불과한데 과거 노키아 매출이 핀란드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5%나 되었다. 자세히 말하면, 수출 비중은 25%, 법인세 세수비중은 22%나 되었다. 즉, 노키아의 고통은 핀란드 경제의 고통을 의미하는 셈이었다. 이제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그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인간의 치열함을 잃게 만드는 복지는 결국 재앙이 될 뿐이다. 하지만 이는 노키아만 떠안을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문제의 원인은 핀란드 국민의 매너리즘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요거트의 제왕인 장준택씨는 요거트 랜드의 대표이다. 그는 미국 이민 후 실패를 통해 사업의 수완을 배웠던 인물이었다.

작은 컴퓨터 사업의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앉았던 그는 버블티 사업으로 약간의 성공을 경험했다. 하지만 의외로 미국인들이 버블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건강에 좋지 않은 아이스크림대신 요거트가 인기를 끌 수 있을 거라 판단 하에 손님이 직접 요거트를 내려 먹게 하는 마케팅을 통해 미국에 붐을 일으켰다.

샤론 스톤이나 데이비드 베컴 등의 연예인들이 열광하는 맛을 만들어 낸 덕분에 3900만 명이 먹는 요거트로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준택씨는 3년 동안 엄청난 호황 속에서도 직원의 90%를 교체하는 강수를 썼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부하직원들에게 고압적인 이들을 모두 해고한 것이다.

사람이 성공의 근간이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이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개선해 가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 이들만이 회사 내에서 생명력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지금도 그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인간의 진정성 대신 수단과 방법에 의존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다. 난 꼭 그 말을 하고 싶었다. 권모술수가 통하는 사회에서는 기본적인 인간의 신뢰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책임의식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 그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양심을 지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이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를 직접적으로 헐뜯는 방식은 구태의연한 것이다. 상대의 잘못을 고치게 하려면 훌륭한 글쓰기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도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양심 있는 우리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테니 말이다.

▲ 최형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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