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의 사각지대 마음의 질환 ‘자율신경계’ 대해부

People / 송봉근 교수 / 2014-03-31 18: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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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교수의 한방클리닉- 심신질환의 모든 것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사정은 딱했다. 열심히 회사를 가꾸면서 나름대로 가정과 사회를 위해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노력하였다. 자신을 돌보지 못할 정도로 힘들게 온 몸과 마음을 헌신했지만 갑작스런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그의 회사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야 말았고, 이후에 따르게 되는 여러 가지 법적 경제적 현실적인 문제들은 그를 매우 힘들게 했다.

때때로 치밀어 오르는 열감과 가슴의 답답함 그리고 가슴의 두근거림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그러기를 얼마. 급기야 그는 소변을 볼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도 알지 못했고, 아무리 용을 써도 소변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마음만 먹으면 저절로 이루어지던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웠던 기능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도뇨관을 요도에 꽂아서 소변을 배출해야 하는 일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었다. 매번 외출할 때마다 이런 불편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혈압이 오르기 시작했고 혈당은 조절되지 않았다.

사정이 딱한 사람은 또 있다. 단지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결혼 첫날부터 남편의 구박과 폭행을 거의 50년 가까이 견뎌야 했다. 자식 하나만을 바라보고 산 세월로 위안을 삼았지만 어느 날 며느리와 크게 싸운 일이 있은 후 갑자기 잠을 쉽게 잘 수 없게 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했으며 밥은 전혀 생각이 없게 되었고 며칠 만에 하게 되는 식사는 얹히기 일쑤였다. 급기야는 갑자기 목이 답답해지며 말이 나오지 않게 되었고, 간헐적으로 화장실에서나 목욕탕에서 쓰러지는 일도 일어나게 되었다.

물론 이런 증상을 치료하고 속 시원히 이유나 알자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각종 검사란 검사는 다 받아보았지만 뾰족한 대답은 얻지 못하고 다만 자율신경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원인일 것 같다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만을 들을 수 있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오묘한 조화’

자율신경!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자동적으로 조절되는 신경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 몸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몸 안에서 필요한 세밀한 내적인 조절 기능을 맡아보는 신경이다.

그래서 신체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신체기능을 대비시키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신체의 활동을 줄여 에너지를 보존하고 기관에 휴식을 주는 기능을 한다.

인간은 수 백만 년간 동안 항상 위험을 극복하고 자신보다 강한 동물을 이겨야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에 맞게 진화해 왔다. 그래서 신체가 갑작스럽고 심한 운동을 해야 하기도 하였고, 공포나 분노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여야 했다.

반면에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음식을 적절하게 소화시켜 에너지를 얻어야 했고, 때로는 안정을 취하면서 힘을 비축하기도 해야 했다. 바로 이런 것들이 의식하지 않고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몸 안의 자동기능이 바로 자율신경의 역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율신경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교감신경과 안정을 취하여 에너지를 보존하는 부교감신경으로 구분된다.

이 중 교감신경은 적에게 쫓기거나 사자를 잡기 위해 뛰어다닐 때 필요한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근육에 혈액의 공급을 높이기 위해서 심장을 뛰게 하고 땀을 나게 하고 열이 나게 하면서 혈관은 좁혀서 혈압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눈동자는 커지고 호흡은 거칠어지고 대신 소화기능은 낮추는 작용을 하게 된다. 반면에 부교감신경은 먹이를 잡아 배를 가득 채우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몸을 추스른데 필요한 기능으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맥박은 느려지고 호흡은 가늘어지고 졸음이 오고 식욕과 소화기능은 높아지고, 침이나 콧물이나 눈물 및 소화액은 분비가 촉진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기능은 신체가 가장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여 건강한 생명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또는 자동적으로 조절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놀라운 일이 있으면 깜짝 놀랐다가도 진정제 복용 없이도 이내 곧 마음이 진정되고, 위장 가득히 음식이 차 있어도 소화제 도움 없이도 능히 소화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불안하거나 운동을 하면 혈압이 오르다가도 이내 곧 혈압이 정상을 찾는 것도 바로 이 자율신경의 덕분이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이지만 기분 나쁠 때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거들떠보지 않게 되는 것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다급할 때는 전혀 화장실 가고 싶은 욕구가 없다가도 마음이 한가해지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것도 바로 이 자율신경의 조절 기능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반된 작용이 조화를 이루어 사람은 자신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내부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으로 이러한 자율신경의 조절 작용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몸의 안전조절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신체적 반응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 건강을 잃게 된다.

이를 테면 먹이를 쫓기 위해서 모든 근육과 신경과 혈관을 긴장시켜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또 편히 쉬면서 힘을 보충해야 되는데 계속 불안하면서 쉴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과도한 스트레스나 잘못된 생활습관 또는 뇌의 기질적인 장애가 있게 되면 자율신경의 조절 작용이 기능을 잃게 된다. 그래서 혈압이 오르거나 아니면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기도 하고, 얼굴이 화끈 거리기도 하고,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는 흔히 말하는 자율신경 실조증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병원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신체가 여기저기 아프고 괴로운 증상을 호소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땀이 많이 나거나 혈압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혈압이 오르거나,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로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잠이 오지 않고 머리가 무겁다는 등의 증상이 수반된다.

자율신경 실조증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

숨을 쉬거나 음식을 삼키는 것이 수월하게 일어나지 않거나, 체온이 조절되지 않거나 실신하거나 대소변을 맘대로 조절하지 못해서 소변을 보지 못하거나 요실금이 발생하고, 변비가 심해지거나, 남성의 성기능 장애 등 검사를 해도 진단이 쉽게 되지 않는 증상의 많은 원인에는 이러한 자율신경 기능의 실조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손발이 떨리고 동작이 둔해지며 치매를 동반하는 파킨슨 병이나 몸 여러 군데가 심하게 아프고 쑤시는 증상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도 바로 자율신경의 실조에 기인하는 질환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자율신경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내분비계 및 심혈관계 등에 영향을 미쳐 마침내는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지게 하여 각종 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앞서 말한 두 환자의 경우도 근본적으로는 스트레스 등 여러 원인으로 말미암아 자율신경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데서 발생하는 증상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이런 자율신경의 실조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생활환경의 전반적인 요소들과 정신적 또는 육체적 스트레스가 모두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바쁘고 쉴 틈이 없이 생활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평소 불안하거나 우울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생활이 일정하지 않고 육식이나 인스턴트 위주의 식사 여기에 폭식이나 과도한 음주 등의 생활에 조급하고 공격적인 생활 태도 및 습관과 충분한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지 못하고 안정하지 못하는 생활 패턴 등도 원인으로 말하기도 한다.

‘喜怒哀樂 정서’ 절제하며 지나치지 않도록

한의학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생활의 부조화가 많은 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정신적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수 천 년 전에 만들어진 황제내경이라는 한의서에서는 우리가 생활하면서 받게 되는 감정들이 너무 한쪽으로 지나치게 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건강을 해치게 되어 생명에도 위협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너무 생각을 골똘히 하여 걱정을 많이 하게 되면 위장기능을 상하게 되고, 너무 화를 많이 내게 되면 결국 간이 상하고, 너무 슬픔을 많이 겪게 되면 폐가 상하고, 너무 기뻐함이 과도하게 되면 심장이 상하게 되고, 너무 놀라게 되면 신장이 상하게 되어 정상적인 음양이나 기혈의 순환이 방해를 받아 건강을 헤치므로 기뻐하고, 슬퍼하고, 근심하고, 걱정하고, 놀라고, 화내는 감정들을 절제하고 지나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사람이 살아가면서 희로애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감정이란 것이 원래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이라서 쉽게 맘먹은 대로 쉽게 조절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사는 것이 오히려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기쁘게 웃으면 몸 안에서 엔도르핀과 같은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고 면역능력 기능을 촉진한다.

슬플 때 실컷 울게 되면 카타르시스가 되어 몸 안의 스트레스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도 좋아지고 비뇨생식기의 기능도 좋아지며 또 눈물 자체에서도 면역기능을 높이는 많은 좋은 화학물질이 분비되어 몸에 이로운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너무 기뻐하다 실신하는 경우도 많고 울다 지쳐 정신을 잃거나 사지가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지어는 마비되는 경우도 있게 된다. 심하게 울거나 웃게 되면 소변이나 대변을 실금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심한 경우는 심장의 조절기능에 까지 영향을 미쳐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감정이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래도록 한 상태로 너무 지속되게 되면 사람의 기분이나 수면 및 신체활동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도 해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바로 몸을 항상 정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갖는 자율신경의 기능이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자율신경의 기능이 손상 받지 않도록 감정을 너무 지나치게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을 경계해 왔다.

조급하고 공격적인 성격을 오래도록 지속하게 되면 혈압이 오르거나 당뇨 및 각종 성인병을 앓게 되거나 면역 기능이 떨어져서 결국 큰 병으로 진행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스턴트식품 ‘각종 합성화학물질’ 대재앙

자율신경이 조절 능력을 잃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최근 들어 일상화된 잘못된 식습관 특히 과도한 인스턴트식품의 섭취나 지나친 음주에 있다고 하겠다. 인스턴트식품 등에는 음식 맛을 내기 위하여 또는 음식의 맛있게 보이기 위하여나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해서 많은 인공합성의 화학물질이 첨가되어 있다.

이런 첨가물들은 이제까지 우리 인류가 적응해온 물질이 아닐 뿐만 아니라 몸 안에 들어가서 흡수되고 뇌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체내 화학반응을 유도하고 여러 신경을 활성화 시키고 각종 몸 안의 수용체를 자극하게 된다. 한 보고에 따르면 인공으로 합성된 화학물질은 과거 70-80년 전 전에 비하여 무려 20 배 이상이나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화학물질들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람의 몸으로 들어오도록 되어 있다. 예로 먹이사슬의 최종 소비자가 되는 인간은 무려 천만 배나 농축된 화학물질을 체내로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결국 이런 화학 물질에 오래도록 노출되게 되면 자율신경의 기능도 해치게 된다. 지나친 음주도 이와 같은 영향을 미친다.

한의학에서도 이를 중요시하여 너무 화를 내면 기운을 상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면 정신을 손상시키게 되는데 정신이 피곤해지면 마음이 고달파지고 기가 약해지면 병이 들게 되므로 슬퍼하고 기뻐하는 것을 지나치도록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과 더불어 마땅히 음식을 균형적으로 고르게 섭취하고 절대 밤에 술에 취하지 말 것이며 새벽에 성내는 것을 경계하라는 도가의 양생법을 인용하여 강조하여 왔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요즘 우리가 겪어야 하는 현대 생활은 모든 면에서 쉽게 자율신경의 자동적인 조절을 통하여 몸을 가장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로 만들려는 고유의 기능을 위태하게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에 와서도 질병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새로운 질환은 계속 발생하며 특히 몸의 질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물질이 풍요한 이 시대에서 더욱 마음은 빈곤하고 삶의 질은 더욱 피폐 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는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회를 헤쳐 나가면서 건강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은 앞서 말한 감정의 지나침을 경계하고 음식물의 편향적인 섭취나 과도한 음주 등을 피하고 대신 정신을 맑히며 편안함을 찾아 마음을 다스리는 생활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양생법에서 권고하는 대로 과식하고 운동은 하지 않고 누워 있기만 좋아하게 되고 오히려 하지 않아야 될 생활 습관을 가지기 쉽게 되어 기나 혈액의 순환이 방해 받게 되므로 결국 경락이 통하지 않고 혈맥이 막히게 되어 얼굴은 좋아 보일지 몰라도 마음이 괴롭게 되는데 평소 기혈 순환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겠다.

바로 이런 절제되고 건강한 생활이 망가지기 쉬운 자율신경의 기능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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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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