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돈문 “삼성후계구도, DNA구조 말고 이재용의 능력검증이 우선”

People / 박은미 / 2015-01-28 11: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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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1)-조돈문 카톨릭 대학사회학과 교수
▲ 조돈문 카톨릭 대학사회학과 교수
“이재용의 능력검증? 200억 적자로 문 닫은 e-삼성뿐
이건희 체제의 악습이 폐기 없인 이재용의 미래도 없다”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삼성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삼성의 경영방침이 다른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삼성이 다른 재벌 그룹은 물론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의 준거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범이 되어야 할 ‘국내 1위 재벌’ 삼성의 경영·승계 과정은 불투명하다 못해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 되어버렸다. 투병 중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삼성의 태도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지 8개월이 지났지만 삼성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그 어떤 증거도 내놓지 않은 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루머에도 ‘호전되고 있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을 되풀이 하며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를 출간한 조돈문 교수는 이건희 체제의 악습이 폐기되지 않는 다면 이재용의 미래 또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건희 체제의 악습으로 ‘총수일가의 독점 세습’과 ‘무노조 경영 방침’을 꼽으며 이건희 시대가 끝나가고 있지만 이건희 없는 이건희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일요주간>은 최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의 총수일가 독점 세습’을 분석하고 이건희 시대의 삼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이란 책을 발간했다. 앞서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를 낸 지 6년 만에 삼성과 관련된 책을 출간한 계기는?
▲ 2008년『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를 출간했던 당시,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통해 삼성의 불법행위들을 폭로하면서 특검이 실시됐다. 그 때 이건희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눈물을 보이며 열 가지의 쇄신을 약속했다. 이건희·홍라희·이재용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 재산의 사회 환원, 지주회사 추진 등이다. 그러나 당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공언했던 이런 부분들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잠시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듯했던 이건희 회장은 2009년 12월 특별사면을 받고 이듬해 3월 경영에 복귀했고, 해체되었던 전략기획실은 미래전략실로 복원되었으며, 비자금의 사회 환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밝히지 않았고, 지주회사 전환 또한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국가도 언론도 아무도 삼성에게 그 약속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삼성이 약속을 지키도록 계기를 부여할만한 제도적 장치조차 없다. 삼성은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있는데도 국가가 규제와 감시 역할을 포기하고 있으니, 삼성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저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 삼성과 관련된 모든 일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말이 있다.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 첫 작품인『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는 기획부터 출간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의 경우 공동저자를 맡은 분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개인적인 이유로 중도 포기했다. 물론 이 중 삼성의 외압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포기하신 분도 있다. 결국 도움의 결의를 했던 분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끝까지 함께 한 분들은 절반이 안됐다.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는 두 번째 책이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 그 결과 기획에서 출간까지 중도탈락자 한명 없이 20명이상의 저자가 2년동안 공동으로 연구하고 토론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제가 직접 주제를 제안하고 저자들은 수용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공동저자가 누구인지는 철저히 비밀로 했다. 공동저자들 조차 서로의 존재를 몰랐을 정도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 총 6번의 토론회를 거치며 중도 탈락을 예상하고 여분의 원고를 준비했지만 단 한 번의 펑크가 없었을 정도로 참여율이 좋았다. 그 결과 원래는 3~4백 페이지의 책을 내려고 했지만 768페이지의 두꺼운 성과물이 나왔다. 책의 내용과 공동저자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한 노력이 뜻깊은 결과물로 이어진 것 같다.


- 15년간 삼성의 경영·세습·인권문제 등을 연구해온 ‘삼성’전문가시다. 그동안 삼성에 대해 연구하며 느낀 애로사항이 있다면?
▲ 삼성을 연구하다보면 뜻밖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바로 연구 자료의 제약이다. 공개된 자료가 없다보니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구하기 어렵다. 전 세계의 기업들은 경제·환경·사회 등 다방면에서 펼친 경영 활동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연구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논문을 작성한다. 그러나 삼성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화려한 ‘빛’만 있을 뿐 어두운 ‘그늘’은 없다.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도 책임경영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하는 식이다. 공장에서 흘러나온 폐수로 물고기가 폐사하고 환경이 파괴되어도 삼성의 환경운동이 사회적으로 성과를 발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한다. 이 밖에도 삼성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은 것, 휴대폰을 이용해 불법위치주척을 한 것, 노조를 결성하고자 했던 노동자들이 납치 감금한 것 등 명백한 ‘그늘’ 대한 기록도 전혀 언급돼있지 않다. 이런 삼성의 못난짓들이 배제된 삼성의 지속가능보고서는 기만적 홍보물에 지나지 않는다. 삼성의 지속가능보고서는 빛으로 포장해 반사회적 활동을 은폐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 이건희 회장의 와병 속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의 앞날을 어떻게 예상하나?
▲ 삼성은 표면적으로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그에 비례해 그늘도 많아졌다. 경제적 성장이 ‘빛’이라면 총수일가의 독점세습, 탈법과 불법, 사회적 책임 부재, 노동탄압 문제 등이 ‘그늘’ 이다. 어떤 사람들의 이러한 그늘을 두고 빛을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부산물로 치부하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그늘이 삼성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경쟁력 하락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삼성을 두고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미래 사업의 부재라는 사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삼성의 불법·비리 활동으로 인한 반사회적 감정에서 비롯된다. 특히 이건희 체제의 악습인 ‘총수일가의 독점 세습’과 ‘무노조 경영 방침’이 폐기되지 않는 이상 삼성은 과거의 영광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다.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불법·비리의 구조적 원인인 총수일가 독점 세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삼성 3남매가 삼성SDS 상장과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증식했다. 이건희 회장이 힘겹게 투병하고 있는 와중에도 삼성은 승계 작업 마무리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보며 ‘지록위마’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지록위마는 진시황 사망 후 2세인 호해가 자신이 황제가 되기까지 진시황의 죽음은 함구한 사건에서 유래한 말로, 거짓으로 상대를 속이고 옳고 그름을 바꾸려는 행동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이전부터 삼성은 지배구조 처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대한 시나리오 작성 중에 있었다.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약 13조로 알려져 있는데 삼성 3남매가 이를 상속받기 위해서는 6~7조원 가량의 상속세를 내야한다. 또한 2008년 특검이 확인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금액만 4조5,000원 가량이다. 이건희 회장은 대국민 사과성명을 통해 4억 5,000원 중 벌금과 세금으로 지불할 부분을 제한 나머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금액만 최소 1조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상속 받으려면 최소 7~8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준비해야한다. 그런데 작년 말 기준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은 약 4조원 정도로 상속세를 내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자신의 재산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할 리도 만무하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은 수년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키운 후 상장시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몰아줬다. 이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약 4조원의 시세차익으로 얻었다. 상속세를 낼 지분을 장부상으로는 확보 했음에도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6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전환사채는 발행 후 6개월이 경과한 후부터 주식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11월 14일에 상장했고, 제일모직은 다음달 18일에 상장했기에 최소 5월 14일이 지나야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5월 14일이 되기 전까지는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상속할 실질적인 재원이 없으며, 그때까지 삼성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건강에 대해 지금까지처럼 암묵적인 침묵으로 일관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재용의 삼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이재용의 경영능력 검진에 대한 의구심을 외치며 삼성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많은데.
▲ 삼성의 지배·경영권이 이재용에게 세습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인터넷 사업 ‘e-삼성’ 실패이후 아무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e-삼성’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시험대나 마찬가지였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e-삼성’은 계열사의 유능한 인재들을 몰아주는 등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핵심프로젝트였다. 하지만 1년 후 ‘e-삼성’은 급격히 부실화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e-삼성’의 실패로 삼성은 200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그 책임은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계열사의 몫으로 돌아갔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을 삼성그룹의 9개 계열사가 나눠 매입해 손실을 떠안으며 마무리됐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2000년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은 44억원에 불과했기에 200억원 가량의 부도가 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여전히 삼성전자의 부회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e-삼성’만이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유일한 자료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검증된 부분은 이건희 회장과 같은 DNA구조를 가진 것 말고는 없는 셈이 된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천문학적인 지원 속에서도 실패를 했고 그에 대한 책임을 한 번도 져 본적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한국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삼성의 후계자가 되어 경영을 책임진 다는 것을 납득 할 수가 없다. 마치 봉건영주처럼 장자세속을 원칙으로 하는 삼성의 세습 구조는 삼성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개혁 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돈문 교수의 인터뷰는 2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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