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디자인의 세계, 차가운 금속에 따듯한 감성을 불어넣다

Interview / 김슬기 / 2015-10-20 13: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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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금속디자인 졸업전시회…학도들의 열정과 감각을 엿보다 [일요주간=김슬기 기자] 삭막한 도시 공기를 환기시켜 주는 거리 속 형형색색의 조형물부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가판대 아기자기한 금속 액세서리까지 우리 주변 일상 속엔 알게 모르게 금속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일요주간>은 지난 8일 건국대 산업디자인학부 금속디자인과 졸업전시회를 찾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4학년 고나현(25)씨를 통해 금속디자인 전공학도들의 열정과 감각을 엿보았다.

건국대 졸업 전시회 몫(ㄱㅡㅁㅅㅗㄱ)
지난 8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층에서 열린 건국대 졸업 전시회 (전시명 : )는 학생들의 소박한 작품을 관람하고자 하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차가운 금속을 따듯한 감성으로 빚어낸 학생들 작품 하나하나에 관람객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따개비에서 모양을 얻은 것으로 금으로 도금해 큐빅을 박은 브로치에서부터 흡사 사람의 다리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듯 사람의 하체를 모형화 한 브로치, 은과 백금으로 도금하고 큐빅과 진주로 그 위를 장식한 반지 등 형체에서부터 두 눈을 즐겁게 하는 액세서리 등 디양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정은과 PVC로 만든 차 우리개, 은으로 도금한 촛대, 알루미늄과 철로 탄생시킨 조명 등은 당장 우리 일상에서 바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실용성을 뽐냈다.

고나현씨는 이번 졸업 전시명에 대해 글자 속에 금속이란 단어가 숨겨져 있다. 금속의 자음, 모음을 풀어 다시 구성해 만든 게 몫이란 단어다동기들 한 사람 한 사람 노력으로 본 전시를 이뤘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고 설명했다.
재기 넘치는 청춘의 금속 향연
이날 가장 많은 작품을 선보인 고나현씨. 3학년 때 만들었다는 주전자 ㅓㅓ는 숨은 경첩을 이용해 뚜껑이 열리는 점이 포인트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을 황동과 흑단으로 형상화했다. ‘ㅓㅓ란 작품명은 주전자 외형에서 따온 것으로 그녀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거북이 모양을 형상화한 함 역시 전시장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작품 중 하나였다. 먼저 거북이은 거북이 등껍질 문양을 재해석해 뚜껑을 각 접기 한 다음 땜해 등만 낸 채 유영하는 거북을 나타냈다. 이어 시리즈로 만든 거북이 는 물 위를 헤엄치는 작은 거북이가 큰 바위를 향해 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왜 하필 함으로써 거북을 택했냐는 질문에 고씨는 귀한 것을 오랫동안 간직할 때 넣는 것이 함인데 그런 점에서 연상된 게 거북이었다거북이가 오랜 시간 장수하지 않냐라고 웃음 지었다.
그녀의 세 번째 작품은 황동과 스테인레스로 만든 여름산’, ‘겨울산시리즈였다. 먼저 작품 동기에 대해 고씨는 어렸을 때부터 변하지 않는 것을 좋아했다. 꽃은 금방 져버리고 내 곁을 떠나는 반면 나무는 우리가 떠나지 않는 이상 떠날 일이 없지 않냐라고 반문하며 평소 산을 금속공예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본질이란 작품명에 화병은 여성의 바디라인을 본 따 만든 것으로 내면보다 외면 가꾸기에 치중하는 요즘 시대의 여성들을 꼬집어보자는 발상에서 나왔다고 한다.

여성들의 이목을 많이 끌었던 물꼬링이란 은 · 묘안석 반지는 전시작을 넘어 실제로 당장 착용해도 무색치 않을 만큼 실용성이 돋보였다.

진열된 그녀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생각의 배설은 철과 락카도장, 아크릴물감을 이용해 만든 변기통 모양의 독특한 의자다. 특히 의자를 가득 채운 고씨의 형형색색 그림들은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강렬한 색감을 자랑했다. 변기로 의자를 만든 개성 강한 발상에 대해 그녀는 변기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하는 곳 아니냐. 그런 점에서 의자와 매한가지다라며 웃음 지었다.
쉽게 변하지 않는 매력에 푹 빠졌다
요즘 학생들은 주로 여가를 어떻게 보내냐는 질문에 바로 놀 시간도 잘 시간도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고나현씨에겐 하루 일상이 온통 작업 시간뿐이다. 외출이라곤 재료를 사기 위해 종로, 을지로에 나가는 게 전부다. 그만큼 금속에 빠져 살고 있는 고씨는 실력 면에서 학과 내 탑을 차지하며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 물론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녀의 작품은 우수작으로 뽑혔다. 그러나 이런 그녀에게도 누구나 거치 듯 방황과 혼란의 시간은 존재했다.

“1학년 때 성적이 2점대 였다. 학교, 전공이 너무 재미없었다. 물론 금속 디자인이 너무 하고 싶어 들어간 건 맞다. 근데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수업이 획일화 돼 있었다. 사실 똑같은 톱질, 사포질이 너무 지겨웠다. 그러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바로 휴학 신청을 했다. 2년 동안 쉬면서 미술 강사 일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나에겐 오히려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강사 일을 하면서 가르치는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시간에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진정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 예전의 열정이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또 삼자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획일화 된 수업도 사실은 내 기초를 위한 밑그림이었고 그 다음 단계를 넘어가면 또 다른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 거였는데 난 그걸 참을성 없이 도중하차 했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휴학하면서 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쉬면서 그녀는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아무 목적 없이 그저 미술이 재밌었던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 당시 만들었던 개인작을 보여 달라는 요청에 스스럼없이 핸드폰으로 가장 먼저 보여준 게 컴퓨터 메인보드를 이어 붙여 만든 그녀만의 캠버스다. 전선으로 나무를 표현하고 전구를 이용해 불이 들어오게 했다. 기계적 세상 속에 휴식을 취하고픈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종일 미술 세계에 빠져 살게 된 그녀는 길가다 나뭇가지, 나뭇잎만 봐도 캠버스를 꾸밀 생각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그녀 자신의 초상화다. 오로지 나뭇가지와 나뭇잎만 이용해 만든 이 그림은 자연과 동화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올해 4학년인 고나현씨는 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을 택했다. 쥬얼리 디자이너나 가방 디자이너 등 실용성을 바탕으로 하는 회사 일도 하나의 길이지만 그녀는 좀 더 금속디자인을 연구하고 알아가고 싶다고 한다.
나는 쉽게 변하는 게 싫다. 이런 면에서 금속디자인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항상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든 사람은 죽고 땅에 묻혀도 금속디자인의 작품은 영원히 남는 것이다. 이런 금속디자인을 그저 그 자체가 좋아 좀 더 순수하게 그리고 깊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도 택했으며 그 후엔 작가의 길을 걸으려 한다. 또 물론 먼 날이지만 대학 강단에 서서 많은 학생들에게 내가 느꼈던 금속의 매력을 알려주게 되는 날도 왔으면 한다.”

인터뷰 내내 금속디자인만 외칠 만큼 금속 바보인 고나현씨에겐 작업 활동만이 현재 그녀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먹는 재미없어도 자는 시간 부족해도 하루 온 종일 사포질에 톱질에 체력이 방전 돼도 얼굴은 싱글벙글이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 그저 내가 하고 싶었고,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릴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그녀지만 향후 멋진 작가가 돼 있는 그 모습은 충분히 기대해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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