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대 지하요새 ‘용성특각’에 모인 김정은.장성택.김경희...음모가 연기처럼 솟고

정치 / 이 영 작가 / 2015-12-11 16: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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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독점연재 - 장편소설 ‘김정은 통일전쟁’ (7)
오사카

8월 15일 오전 10시 오사카시
조선민족학교 운동장에서는 감청색 양복과 검은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학생들과 조총련계 인사들이 모여 광복절인 민족해방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학교 중앙 현관에 있는 국기봉에는 북한 인민공화국의 붉은 국기가 바람에 흔들리며 살랑거렸다. 엄숙하게 진행되던 행사는 학교장의 훈시가 끝나갈 무렵 학교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지붕에 대형 일장기를 꽂은 버스에서는 “다케시마독도는 일본령이다.”, “조센징은 돌아가라!”는 마이크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일본대본영’이란 글씨가 새겨진 버스에서 내린 시위대가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경찰은 교문을 막고 시위대와 행사장 학생들 간의 충돌을 차단했다.
이때 귀청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오토바이 한 대가 쏜살같이 학교 담장쪽 가까이 다가갔다. 뒤쪽에 앉아 검정 마스크를 쓴 사내가 앞에 앉은 사내의 어깨를 한 손으로 짚고서는 벌떡 일어섰다. 그는 검정비닐 가방을 한 손에 들고 허공으로 한 바퀴돌리다가는 학교 안으로 휙 집어던졌다. 오토바이는 굉음과 함께 사라졌다. 그 순간 지축이 흔들리는 큰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화염이 솟구쳤다. 운동장은 일순간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폭탄의 파편에 맞아 죽거나 다치는 어처구니없는 테러가 발생했다.
광화문 오피스텔에서 편안한 자세로 광복절 행사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던 조기수 박사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화면 하단으로 ‘긴급 속보’라는 자막이 흘렀다.

[일본 오사카 조선민족학교 8·15 행사장에서 폭탄테러 발생 50여 명 사상. 일본 극우단체의 소행으로 추정. 교도통신]

조기수는 티 테이블에 놓인 냉수 한 컵을 들이켰다. 그의 시선은 무언가 실타래 같은 단서를 잡은 듯이 실내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낮 12시 조선중앙텔레비전에서는 ‘국가비상혁명위원회’의 특별 성명이 보도되었다. 대변인 백세오 소장은 반짝거리는 올백머리 스타일로 목에 잔뜩 힘을 주고는 성명서를 낭독하는 모습이 YTN 뉴스에 보도되고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8월 11일 새벽 우리 조선영해인 독도 근방 에서 평화롭게 어로작업을 하던 우리 공화국 어선 두 척을 침몰시키는 것도 모자라, 오늘 오전 오사카 조선민족학교에서는 우리 민족 해방의 날 기념식 중 난데없이 폭탄을 던져 우리 공화국 어린 학생들과 민간인 50여 명을 죽게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우리 공화국도 우리 민족 스스로의 무력으로 무자비하게 보복 타격할 것을 선언한다.”

그날 오후 한국 서울과 일본 오사카에서는 좌우익의 이념과 관계없이 수많은 한국 시민들과 조선인 총연합회원들이 일본을 규탄하는 시위가 방송을 타고 중계되었다.

8월 15일 오후 3시 삿포로 오쿠라호텔
동아시아안보포럼이 열리는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이소나는 오사카 조선민족학교 폭탄테러 사건의 뉴스를 시청하며 서울의 편집장과 통화중이었다.
“예, 편집장님, 포럼이 끝나는 데로 제가 오사카로 가서 보충 취재하고 기사를 송고할게요.”
“이 기자, 시간 스케줄이 괜찮아요?”
“제 눈으로 직접 보고 기사를 써야죠.”
“그래 알았어, 아무튼 몸조심하고 오사카에서 연락 주시오.”
“예, 편집장님.”
그녀는 전화를 끊고 뉴스를 시청하며 사전 보도 문건을 작성했다.
그때 스마트 폰이 진동하며 조기수 박사의 웃는 사진이 화면 가득 떠올랐다.
“별일 없지?”
조기수는 다짜고짜 안부부터 물었다.
“언제 들어오지?”
“박사님 죄송한데요. 세미나 끝나는 데로 오사카로 가야 해요.”
“왜?”
“조선민족학교 테러사건 취재 지시가 떨어졌어요. 이번 사건 취재하고 들어 갈 거에요.”
“그냥 빨리 들어와요.”

조기수 박사의 채근거리는 목소리는 아이 같았다.
“일이 우선이라고 항상 강조하시면서요. 뭐가 급하세요?”
소나는 능글맞게 넌지시 되물었다.
“지금은 말하기가 그런데. 소나야, 뭔가 쟤네들 평양이 이상하다.”
“예? 이번 테러가 북한이 사주했어요?”
소나는 귀가 번쩍 트이는 듯 되물었다.
“일본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조 박사는 뒤끝을 흐리듯 뭔가 속내를 감추듯 말을 얼버무렸다.
조 박사는 북한 내부의 현 상황과 최근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자연 발생이 아닌 뭔가 계획에 의한 시나리오 행태로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평양은 태풍의 눈처럼 조용하면서도 소나기 직전처럼 염려스러웠다.
“알았어요. 선생님 일단 내일 세미나 끝나는 대로 오사카로 갔다가 빨리 돌아갈게요.”
“나 지금 안전보장회의 들어가니까, 통화가 힘들 거야. 회의가 끝나는 대로 다시 전화할게.”
“예.”
그녀는 전화를 끊고도 한참동안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북한 군부의 돌발 상황에 대한 예측으로 복잡한 경우를 떠올렸다.


8월 15일 오후 6시 평양 용성
세계의 매스컴이 오사카 조선민족학교 폭탄테러사건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던 시각 김정은과 장성택, 김경희는 ‘용성특각’으로 불리는 22호 특각으로 모였다.
엄청난 크기의 지하 도시로 만들어진 용성특각은 지하 300m 깊이에 위치해 핵 대피소로 3개월을 지상으로 나오지 않고도 자체 발전으로 생존할 수 있는 철옹성 요새였다. 이 곳은 호위사령부 예하 백두산여단과 광명성 2개 여단이 24시간 철통 경계를 하는 곳이었다. 실내 파티 장 및 각종 오락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이곳은 예전에 김정일이 술만 취하면 ‘전쟁이 나서 미제 놈들이 원자탄으로 때려도 나는 여기서 살아 날 수 있다.’고 늘 자랑하던 핵 대피 요새였다.
미리 연락을 받은 국가비상혁명위원회 인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묵묵히 앉아 있던 김정각 인민무력부장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평소에도 심장이 좋지 않은 그였다.

“국가비상혁명위원회는 이제 시작이오. 우리 위대한 조선로동당이 공화국을 다시 잡아야 하오.”
“오일정 동지와 오극렬 동지의 역할이 중대하오.”
“오일정 당 군사부장은 우리의 모든 작전을 위해 전 무력을 장악하고, 오극렬 동지는 중국인민해방군의 혈맹의 동지들을 연계해서 후방 사업을 적극 전개해야 하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인민무력부장은 한마디 던졌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나는 심장이 좋지 않아서 여러분의 뒤에서 후원하리다.”
말없는 침묵이 실내를 덮었다.
“이참에 우리 공화국의 운명을 당이 잡고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저 승냥이 미제 놈들에게 그냥 먹힌다 말이지요.”

총정치국장 최용해가 거들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장성택은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다가 오극렬과 눈이 마주치자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최근 중앙당을 장악한 장성택은 오극렬의 당중앙군사부위원장 진출을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권력이 모이는 자리는 늘 팽팽하게 긴장감이 돌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의 분위기는 작두를 타는 무당처럼 살의가 뻗치고 칼날은 어디서 어디로 날아갈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모두가 입으로는 동지였지만 돌아서서는 비수를 겨누었다. 그들의 음모는 연기처럼 솟으며 큰 홀을 꽉 채웠다. 한여름 평양의 밤이 전율하며 떨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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