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항일무장투쟁의 선봉 일당백 일당백>
그 순간 눈동자를 굴려 옆을 바라보니 박금철 중사가 그 잠깐 사이에 아직도 끄덕거리며 졸고 있었다.
차력은 발끝으로 살며시 그의 발등을 꾹 하고 눌렀다.
게슴츠레하던 눈이 독수리눈처럼 동그랗게 떠올리던 박금철 중사는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척후의 모습에 놀라 그만 순간적으로 방아쇠를 당겨 버렸다.
타 타 탕.
연발의 총성이 메아리를 만들며 고요하던 산 능선을 뒤흔들었다.
야마다 중위 수색팀 척후는 벌렁 나가떨어졌고, 콩 볶는 듯한 교전이 시작되었다. 신차력의 조준선 위에 껄떡이던 야마다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그 순간 무전기를 메고 있던 통신수의 머리통이 야마다 대신 날아갔다. 목표를 잃은 신차력은 당황스러웠다.
수류탄이 서너발 머리 위로 날으며 자위대 공정단수색조 위로 떨어졌다.
요란한 폭음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야마다 중위는 마치 살모사처럼 고개를 바싹 들고 수류탄이 날아온 방향을 목측으로 재며 소리질렀다.
“어이, 마쓰다 상사. 우측으로 사격사격 퇴로차단.”
고재팔 조가 뒤로 빠져 도주할 수 있는 능선 뒤쪽으로 대원들 방향을 바꾸려 소리쳤지만 숨쉴 틈 없이 날아오는 총탄에 공정대원들의 행동은 과감할 수 없었다. 그들은 뱀처럼 기어서 방향을 잡았다.
갈대숲 사이로 전방을 관측하던 고재팔이 소리쳤다.
“야, 공격반 망치망치야. 저 간나새끼들, 뒤로 돈다.”
고 대위는 부하 김 상사의 별명을 부르면서 소리 질렀다.
총성은 재봉틀처럼 드르륵 소리를 내면서 먼지를 일으키며 피 냄새를 쫒았다. 이미 편성된 경계조가 적이 머리를 들지 못하게 무차별 사격을 하는 사이 고재팔과 공격반은 벌써 슈퍼맨처럼 산 능선을 타며 뒤로 빠져 뛰기 시작했다.
야마다가 소리쳤다.
“어이, 화기반장 구로다. 로켓으로 앞을 때려. 앞으로.”
화기특기 구로다 중사가 숨을 헐떡이며 쏘아올린 휴대용 로켓탄은 너무 멀리 조준해서 산 능선을 넘어 날아가 버렸다.
야마다가 무전으로 요청한 공격 헬기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게릴라들은 산 능선 넘어 멀리 내달은 뒤였다.
그날 야마다는 사랑하는 부하 척후와 통신 중사를 잃고서는 분한 마음에 잠을 이를 수가 없었다. 먼저 간 동료들의 미소가 자꾸만 눈앞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8월 21일 밤 홋카이도 중북부 산악지역 다이세쓰산
해발 2,200m 정상 후사면 3km 지점. 서너 개의 집채만 한 바위가 엉켜있는 옆면을 파내어서 이십여 명이 들어 갈 수 있는 비밀공간을 만들었다.
조선인민군 정찰총국 108특공사령부였다. 정상 가까이에는 3곳의 경계초소를 세웠고 좌우 능선 쪽에는 각각 1개 타격대가 분산되어 점령하고 길목을 차단하고 있었다. 축축 늘어진 삼나무와 낙엽송 그리고 잡목이 빽빽하게 들어 차 있는 원시림 지역이라, 바로 코앞에서 적이 ‘손들어’라고 해도 다이빙하듯 숲으로 뛰어들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게릴라가 숨어 있기에는 최적의 지형 요건을 갖추었다.
작전회의는 현지 사령관 108특공사령관 유현철 소장이 주도했다. 그 우측에는 정치국에서 파견된 정치위원 오치열 대좌가 앉아 있고, 그 왼쪽에는 보위사령부에서 나온 보위부장 안철식 중좌 그리고 작전과장 홍요석 중좌, 정보과장 겸 통역 김나라 중좌, 그 맞은편에는 통신과장 유현수 중좌가 앉아 있었다. 홋카이도 침공 5개 지역대를 총괄 지휘하는 참모들이었다. 정치위원 오치열 대좌가 국가비상혁명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동지의 격려사를 낭독했다.
“친애하는 조선인민군 정찰총국 108특공대 전사들의 항일무장투쟁에 무한한 영광이 있으라! 최고사령관 김정은.”
일동은 전체 일어서서 머리를 구부린 채 어정쩡한 부동자세로 서서 경청했다.
“영웅적 인민군 특공대 전사 여러분의 희생에 우리 공화국은 무한한 경외심을 보내며 끝까지 혁명 수뇌부를 위해 총폭탄이 되어 마지막 한 사람까지 투쟁하기를 바랍니다. 최고사령관 김정은.”
오치열 대좌가 나지막한 소리로 낭독을 끝내자 모두 자리에 앉았다.
허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고 조명도 어두웠지만, 이 비밀 공간 안에 들어선 모든 이들의 눈빛은 형형하게 빛났다.
김나라 중좌 역시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격려사에 한껏 고취되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는 멀리 있는 오사카에서 어릴 적 놀던 생각이 납니다만. 이곳은 생소한 곳으로 이곳까지 잡아온 인질들에 의하면 9월말이면 첫눈이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식량과 겨울동복에 대한 준비 대책이 필요합니다.”
108특공대 정보과장 겸 통역관 김나라 중좌는 여섯 살 무렵까지 오사카에서 살았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1978년 북송선을 타고 원산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징용으로 오사카로 끌려왔다 돌아가셨다고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다. 어릴 적 조센징이라고 놀림 받던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그는 이번 기회에 자신을 품어준 조선공화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참가했다. 현재 작전 중인 현지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통역을 하며 현지인들을 통한 정보 수집, 라디오 방송, 현지 뉴스를 통한 내용을 취합하는 정보 수집 과장이었다.
현지 사령관 유현철 소장은 양쪽 눈꼬리가 위로 치켜 올라가고 입술이 두툼한 삼국지 속의 관우 장군의 인상과 유사했다. 키도 180cm를 웃도는 그는 달변가이자 용감한 지략가였다.
명령만 떨어지면 무조건 돌진해 나가는 투사형으로 90년대 중반 한국 강릉 앞바다에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조의 대위 계급장을 단 조장으로 침투했었다. 한국군을 혼란에 빠트린 뒤 북으로 유일하게 살아서 돌아가 인민군 영웅칭호를 받은 게릴라전의 전문가였다.
그만큼 그의 지시와 명령은 단호함과 동시에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작전 행동 지침이 하달되었다.
• 적의 화력과 기동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각 지역대는 2개 타격대로 분리하여 상호 지원할 수 있는 거리 500~1,000m 간격을 유지하여 거점을 운용한다. 타격대 예하 5개 공격조는 200m 거리를 유지하여 분산 은신한다.
• 상호 연락 시 짧은 거리 200m 이내는 호각 및 수기로 하고 각 지역대는 평양 본부로 1일 1회 정규 단파방송을 통해 본부의 지령을 수신한다. 통신교신을 할 때는 주둔지로부터 500m 이상 격리된 곳에서 하고, 한 장소에서 2분 이상 지체하지 말 것. 위급 시에는 신호탄을 쏘며 이것도 자주 사용하지 말 것. 목표물에 대한 전투 공격할 때만 타격대와 공격조간 무전기를 사용하되 3분 이상 교신을 금지한다. 목표타격행동 간 모든 상호 교신을 금지한다.
• 한밤중에 절대 이동하지 마라. 적들도 매복 작전에 능숙한 낙하산 부대다. 따라서 위치 이동은 하루 중 가장 취약시간인 새벽 4시부터 아침 7시 그리고 저녁 6시부터 8시까지에 이동한다.
실탄은 필요한 표적에만 사용하고 적 매복조를 공격하거나 잠들었을 시 실탄과 총을 탈취한다. 식량과 방한대책은 지역대장 재량으로 조달한다. 전투 중에 발생하는 중환자는 소리 없이 죽이고 암매장한 후 군표군번를 챙겨온다.
전 전투 공격조는 매일 낮 12시에 평양에서 보내는 ‘일당백 108특공대’ 방송을 수신한다.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지역대 예하 타격대 그리고 각 공격조까지 분산 은신한다. -이 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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