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 = 최종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 이후 "민의는 3당 구조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3당 원내대표를 불러 '협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야권에서 요구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에 대해 거부함으로써 오히려 불통 정치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호남 민심은 물론, 야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야기대로 "협치가 끝난 것은 아니더라도 금이 간 것" 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잉크도 마르기전 합의 문서를 찢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박승춘 보훈처장은 유족 반대로 기념식장에서 쫓겨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전날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혁신위와 비대위 추인을 하려고 했지만 친박의 조직적 반발로 회의 자체를 열지도 못했다. 친박이 주도했는지, 배후에 청와대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자연스레 발생한 일로 치부하긴 어렵다.
실제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광주로 가는 KTX열차에서 바로 앞뒤자리에 앉아 2시간가량 한 공간에 있었지만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정 원내대표가 자리에 앉았고 뒤이어 열차에 오른 현 수석은 좌석 번호를 확인한 뒤 정 원내대표 앞자리에 앉아 끝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협치의 기본은 청와대와 여당이고, 이를 토대로 야당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13일 회동에서 특유의 '썰렁 개그'까지 동원하며 분위기를 이끌었지만 정작 현실은 청와대 정무수석이 집권 여당 원내대표와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뿐이다. 여기에다 광주 5·18 기념식장에서 정 원내대표는 황교안 총리와 조우했으나 역시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전날 전국위 무산과 관련해 친박과 비박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그러나 이를 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청와대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외면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청와대가 3당과 협치한다고 하더니 불과 5일 만에 야권과는 '임행진곡' 문제로, 여당과는 비대위·혁신위 인선 문제로 이같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 말대로 박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새누리당 친박계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암담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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