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 이수근 기자] 구조조정 광풍에 해운ㆍ조선업계가 전에 없는 시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들 부실 업체들의 대주주 사채출연 필요성이 채권단 안팎에서 크게 요구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 현대상선 양대 국적선사와 함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 오너 일가에 대한 사재출연 압박이 채권단을 중심으로 직간접적으로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
해운사들의 경우는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에 성공할 경우 신규 자금 지원 및 출자전환 등의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혈세가 투입될 것이라는 얘기인데 세계 해운경기 침체라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더라도 오너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만큼 적극적인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속적인 사재출연 압박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언급은 피하고 있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이미 위기를 겪고 있던 한진해운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경우"라며 "계열사를 통해 1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경영 정상화 노력을 해 온 점을 감안해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우 현대상선 회생을 위해 지난 2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사재 300억원을 내놨다. 일단 어느정도의 성의를 보인 셈이지만 현대상선의 부채규모가 4조8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주주의 사재출연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커보인다.
대형 조선사 대주주들에 대한 사재출연 압박도 있지만 해운사의 경우와는 분위가 조금 다르다.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의 경우 대주주가 산업은행이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최근 주채권은행에 자구계획을 제출하긴 했지만 정부 측에 먼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적은 아직 없다.
구조조정 당사자인 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는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정 이사장이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현대중공업에서 3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아간만큼 회사 위기극복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에대해 정 이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지 오래돼 고통분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25년 넘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대주주 사재출연 문제를 놓고 미묘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산업은행 등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나 삼성그룹 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재출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대주주 사재출연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삼성전자의 삼성중공업에 대한 출자는 외국인 주주 등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삼성중공업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이 부회장에게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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