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證·KB투자證 통합사명 'KB증권' 된다

e금융 / 김완재 기자 / 2016-07-11 11: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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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30년 역사 접어 당분간 증권가 '현대 브랜드' 보기 힘들듯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현대증권 본점의 모습. ⓒ뉴시스

[일요주간=김완재 기자] 증권업계의 명가로 불리며 30년을 호령해온 현대증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1일 KB금융지주는 지난달 1일 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현대증권과 기존 계열사인 KB투자증권의 향후 통합사명을 'KB증권'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KB금융은 '현대' 브랜드의 사용을 포기하되, 대주주인 현대상선도 향후 5년간 '현대' 브랜드를 사용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현대상선은 이에 동의했다. 이로써 1986년부터 증권가에 걸려온 '현대' 간판은 최소 5년간 볼 수 없게 됐다.

KB금융은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굳이 '현대' 브랜드를 차용하기보다는 'KB' 브랜드를 내세우는 방향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4월1일 기자들과 만나 "현대증권을 증권 명가로 재건하겠다"며 "(사명은) KB금융의 정체성을 담는 쪽으로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한 뒤 통합 사명을 '미래에셋대우'로 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증권은 1962년 국일증권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후 1977년 현대그룹이 인수하면서 1986년부터 31년째 '현대증권'의 사명을 사용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바이 코리아(Buy Korea) 펀드를 출시해 12조원을 끌어모으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현대증권을 이끌던 이익치 회장은 '저평가된 한국을 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내형 주식형 펀드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8월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시는 곤두박질쳤고 바이 코리아 펀드의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회장은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이어진 여파로 현대 금융 3사(현대투신증권·현대투신운용·현대증권)를 둘러싼 매각이 화두가 됐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그룹은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을 2004년 미국 푸르덴셜금융에 매각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자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증권을 팔겠다고 2013년 12월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현대증권을 둘러싼 매각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졌다.

그간 현대증권 인수설에 이름을 올린 곳들만 해도 우리금융지주, 농협중앙회, 현대중공업 등이다.

2013년 현대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지만 두 달 만에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의 매각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일본계 사모펀드(PEF)인 오릭스PE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인수가(6475억원)까지 확정됐다.

하지만 일본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점화되면서 오릭스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대형 증권사 인수전에서 번번이 실패했던 KB금융이 증권업계 5위 규모(지난해말 자기자본 기준)로 마지막 남은 대어(大魚)였던 현대증권의 인수에 1조2500억원을 제시, 현대증권은 KB금융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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