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이수근 기자]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19일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두 노조는 오는 20일 23년 만에 연대투쟁을 벌이는 등 당분간 공동투쟁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의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후 1시40분부터 2시간동안 1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첫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5년 연속 파업이다. 이날 오후 10시30분부터는 2조 조합원들이 2시간동안 부분파업을 이어간다.
오는 20일에는 1조가 4시간, 21일에는 2조가 4시간 부분파업을 각각 실시한다.
22일에는 1조 6시간, 2조 전면파업을 벌이는 한편 파업이 시작된 19일부터 특근과 잔업도 전면 중단한다.
현대차 노조 박유기 지부장은 "회사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동결, 임금피크제 확대, 임금체계 개악을 요구하며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며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현대중 노조, 중앙교섭 재개를 앞두고 있는 금속노조와 함께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17일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시작으로 14차례 교섭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5일 회사가 일괄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중노위 조정신청, 조합원 찬반투표 등 파업 수순을 밟았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15만2050원 인상(기본급 대비 7.2%·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주식 포함)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쟁점인 통상임금 확대 적용을 비롯해 조합원 고용안전대책위원회 구성, 주간연속2교대제 8+8시간 시행에 따른 임금보전, 해고자 2명 복직 및 고소·고발 철회, 아산공장 신규라인 증설, 일반·연구직 승진거부권 부여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충분한 대화도 하지 않고 또 다시 관행적인 파업을 하는 것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며 "더욱이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와 수많은 협력업체의 고통을 전혀 헤아리지 않는 이기적인 파업은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노조의 총 4시간 부분파업으로 차량 17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390억원 규모의 매출손실이 빚어질 것으로 회사는 예상했다.
지난해에는 3차례에 걸친 노조의 파업으로 차량 1만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총 2300억원 규모의 매출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이날 현대중공업 노조도 현재 분사가 추진중인 지원 사업본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오후 2시부터 3시간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3년 연속 파업이다.
오는 20일에는 울산본사 조합원이 4시간, 21일에는 음성공장 그린에너지사업부와 건설장비사업부가 7시간 파업을 각각 벌인다.
오는 22일에는 울산본사 조합원이 오전 9시부터 7시간동안 파업한다.
현대중 노조 백형록 위원장은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부터 바꿔나갈 것"이라며 "노동자와 가족,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조선업의 미래를 위해 현대차 노조와 함께 당당히 투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는데다 회사가 희망퇴직, 일부 사업부 분사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며 파업 수순을 밟았다.
회사는 지난 5월 사무직 과장과 생산직 기장 이상 직원 17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27일까지 근속 15년 이상의 사무직 대리와 생산직 기원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중이다.
설비지원 부문은 이르면 오는 8월 중 분사될 예정이며, 이후 그린에너지사업부와 건설장비사업부, 로봇사업부를 대상으로 분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현대중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을 비롯해 성과급 250% 이상 지급, 직무환경수당 상향,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조합원 전환배치시 본인 사전동의,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정년퇴직자 수만큼 신입사원 채용,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시작된 파업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고 안타깝다"며 "지금은 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 노사가 힘과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 정상화를 통해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날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9차례에 걸친 노조의 파업으로 총 106억원 규모의 매출손실이 빚어졌다.
특히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는 오는 20일 23년 만의 연대투쟁을 앞두고 있다.
두 노조는 20일 오후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관의 울산노동자 총파업대회에 동참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의 연대투쟁은 지난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맹 공동투쟁 이후 23년 만이다.
현대차 노조 박유기 지부장과 현대중 노조 백형록 위원장은 이날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 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노동법 개악 철회, 재벌 전면개혁, 조선업종 구조조정 중단, 올해 단체교섭 승리를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이어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는 파업투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시파업과 연대파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함께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지역 10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는 이날 울산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에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는 파업을 멈추고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달라"며 "노사간 다툼보다는 지속발전이 가능한 기업 만들기에 지혜를 모아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간 갈등은 울산시민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허탈감을 주고 있다"며 "울산의 미래와 국가 발전을 위해 현대차와 현대중 노사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