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축사에서 발견된 현대판 노예 ‘만득이’

People / 노현주 기자 / 2016-07-22 16: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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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간 그곳에선 무슨 일이…?
피해자 “소똥 치우는 게 싫었고, 매를 맞는 것도 싫었다”
피의자 부부, 경찰 수사 대비 법무법인 변호사 선임해
[일요주간=노현주 기자] 전남 신안 ‘염전노예’에 이어 충북 청주에서도 ‘축사노예’가 발견됐다. 이름조차 없이 ‘만득이’라고 불렸던 이 남성은 무려 19년 동안 매질을 당하며 살아왔다. 특히 장애인 관리 소홀 등 주변인들의 무관심은 그의 ‘현대판 노예생활’을 지금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그랬던 그가 19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 ⓒ뉴시스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소 40여 마리를 키우는 한 축사. 그곳에는 창문조차 없는 창고 옆 쪽방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고된 축사 일을 하는 지적장애 2급 고모(48세)씨가 있다. 그는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그곳에서 19년 동안 ‘노예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만득이’라고 불렸던 고씨에 대해 50명 정도인 마을주민들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행정기관 역시 현재도 어머니가 생존해있고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는 고씨의 신원을 파악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의 과거가 세상에 드러난 건 지난 1일 밤, 고씨가 축사를 탈출하면서다. 그날 고씨는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공장 건물에 들어가려다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에게 적발돼 지구대로 인계됐다.
오창지구대 검거보고서에는 고씨가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축사 주인 부부가 식사를 제때 주지 않고, 머리를 쥐어박는 등 학대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돼 있었다.
지적장애인 학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청원경찰서에 따르면, 김모(68)씨와 오모(62·여)씨 부부는 1985년 충북 청주시 오창읍 1만9834㎡(약 6000평)의 터에 축사를 지어 소 40여 마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1997년 소를 매매하면서 알게 된 A(사망)씨에게 약간의 사례금을 주고 고씨를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19년 동안 소먹이를 주고 분뇨를 치우는 일과 김씨 부부 소유의 밭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6.6㎡(2평)의 축사 옆 쪽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내왔다. 지적장애 2급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고씨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김씨 부부에게 가혹 행위를 당해왔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7은 장애인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돼 있다.
김씨 부부는 지난 13일 지구대에 자진 출석해 고씨에 대한 가혹 행위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자술서를 작성하면서 학대 사실 등을 빼달라고 경찰에 뒤늦게 요청해, 숨기거나 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이들 부부는 고씨가 지적장애로 대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가족들을 찾아주거나 사회복지시설 등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아 방치하거나 감금한 의혹도 받고 있다.
전문 사회복지사 입회하에 고모(48·지적장애 2급)씨를 상대로 피해자 조사를 한 경찰은 “소똥을 치우는 게 싫었고, 주인에게 매를 맞은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고씨는 “축사에서 소똥을 치우는 일을 하고 혼자 밥을 먹고, 빨래도 했다”며 “축사에는 다시 돌아가기 싫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고씨의 몸에 있는 긁힌 흉터와 다리의 수술 흔적 등이 폭행이나 학대에 의한 것인지 규명하기 위해 정형외과에 정밀검진을 의뢰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입증할 계획이다.
경찰은 곧 김씨 부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임금 착취, 학대 여부를 조사한 뒤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김씨 부부는 경찰 수사에 대비해 청주의 한 법무법인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 자문 등 조력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고씨가 김씨의 축사에서 ‘만덕이 또는 만득이’로 불리면서 강제노역을 하고도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만큼 정상적인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 자문을 통해 그를 도울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인권지원과 관계자들도 고씨 집을 방문해 법륜자문과 지원을 약속했고, 청주시는 고씨 가족에게 3개월 치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신 연령이 낮은 고씨의 경제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어머니(77)와 누나(51) 역시 지적장애 2급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청원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는 폭행당한 사실을 묻는 경찰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라고 답했다”며 “가해자의 폭행 사실이 일부 확인됨에 따라 지속적인 학대여부에 중점을 두고 수사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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