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이수근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로 인해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탈(脫) 영국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도 영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이목이 집중된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외무성에 개시된 브렉시트 협상 요구사항을 인용해 일본이 영국에 '소프트 브렉시트'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 브렉시트'란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이 점진적으로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외무성에 개시한 메모를 통해 영국 정부는 자신이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이라는 점을 강조해 일본 기업 투자를 끌어들였다며 이를 지켜야 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어 "영국이 (브렉시트가) 일본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책임있게 대처해야 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FT에 따르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 영국에 유럽 본사를 둔 전 세계 금융기업들의 대부분이 영국에 남아있으려면 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성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는 의심에 여지가 없다.
실제로 지난 6월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한 뒤 글로벌 금융기업들은 영국 사업을 축소 및 전면 철수를 예고한 바 있다.
일본 정부도 이번 메모에서 "만약 EU 법규가 더 이상 영국에 적용되지 않고 단일시장에 접속할 패스포트를 잃게 된다면 영국에 둔 본부를 유럽 대륙으로 옮겨야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이 EU에 투자하기 위한 전체 투자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영국을 통해 EU로 유입됐다. 또 영국 주식에 대한 투자 역시 일본발 유럽투자자금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내 2개의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고, 약 3500명의 현지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앞으로 영국 사업을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면밀히 감시하고 분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브렉시트로 인한 직격탄을 맞은 금융기업은 이번 일본 외무성 메모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최대 금융기업 노무라의 경우 영국에 2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또 미즈호와 미쓰비시 은행도 각각 1200명씩 영국 직원을 두고 있다.
일본 금융계의 한 소식통은 FT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일본 정부의 경고는 "영국과 EU에 책임을 주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부분적으로나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일본 정부의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 정부의 요구가 EU 회원국의 요구와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브렉시트를 지지해온 보수당의 반대를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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