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폭력 공익광고, 약 빨고 만들었나?

People / 박봉원 한국성심리교육센터 고문 / 2018-09-17 17: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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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사이에서는 같은 말도 성희롱이나 성폭력으로 여겨질 수 있어
박봉원 한국성심리교육센터 고문.

[일요주간=박봉원 한국성심리교육센터 고문] 요즘 방송 중인 성폭력 관련 한 공익광고에는 어느 남자 부서장이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한 여직원에게 조용하게 “요즘 연애하느라 그런가? 부쩍 피곤해하네.”라고 주의를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때 화면의 중앙에는 ‘성폭력은 못 본 척’이라는 문구가 뚜렷하게 새겨진다. 즉 여직원에게 건넨 부서장의 주의가 분명히 언어적인 성폭력인데도 다들 못 본 척한다는 것인데, 과연 광고의 주장은 사실일까?


과연, 부서장의 말이 성폭력일까?


먼저 부서장이라면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부하직원에게 충분히 주의를 줄 수 있다. 그리고 광고에서 부서장은 그 부하직원이 여자이기에 남자인 부하직원을 대할 때와는 달리 눈치를 보며 사뭇 조심스럽게 말하는 듯싶은데, 이렇듯 당연하고 조심스러운 그의 한 마디가 성폭력이라니?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처럼 ‘약을 빨고’ 그런 광고를 만든 것이 아닐까 마구 의심이 되는데, 상사로서 쉽게 할 수 있는 저런 말마저 모두 성폭력이라면 과연 부서장은 부하직원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성희롱이나 성폭력으로 오해받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처럼 부서장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을 듯싶은 말도, “연애하느라 그런가? 부쩍 피곤해하네.”라는 아주 일상적인 듯싶은 말도 경우에 따라서 얼마든지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부서장은 남자이고, 해당 직원은 바로 여자이기에. 비록 부서장과 부하직원 사이라고 해도, 그에 앞서 두 사람은 서로 성별이 다르다보니 광고 속 여직원에게는 남자 부서장의 말은 가장먼저 이성의 말로 들리기 매우 쉽다보니 결국 성폭력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것이다.


부서장은 자신과 부하직원의 성적인 차이를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주의를 줬다고 해도.


그 반면 만약 부서장이 여자였다면 더욱 강력한 표현으로 주의를 줬다고 해도 여직원은 결코 성폭력으로 여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로 이런 오해가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 때문에, 이성과 동성이라는 차이 때문에 빚어질 수 있는 오해인데, 그러니 상대가 누구이든지 상관없이, 말하거나 행동하기에 앞서 동성과 이성을 구분해야할 것이다.


그래야 불필요하게 성희롱이나 성폭력으로 오해받는 일이 없을 것이니.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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