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반도체 산업 호황 끝났나...선두업체 간 경쟁 격화 "심각한 수준의 레벨 다운 전망"

e산업 / 박민희 기자 / 2019-01-15 1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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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종금증권, 현재 시장이 인지하고 있는 수준 이상으로 악화될 가능성 높아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인공지능 산업용 로봇이 반도체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인공지능 산업용 로봇이 반도체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일요주간=박민희 기자] 한국 경제의 주춧돌인 반도체 산업이 신년부터 덜컹거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 듯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잠정실적은 매출액 59조원(-9.9%), 영업이익 10조8000억원(-39%)으로, 전 분기에 비해 모두 하락하며 어닝쇼크(기업이 실적을 발표할 때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 보다 저조한 실적)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황 둔화가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반도체의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을 분석한 리포트에서 “현재 시장이 인지하고 있는 수준 이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향후 DRAM 산업이 점유율을 추구하는 전통적 경쟁 구도로 다시 전개되면서 선두업체들 간 이익 점유율 추구 구도에 수요 부진이 더해지며 업황이 한 단계 더 심각한 수준으로 레벨 다운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서버, 모바일, PC 등 DRAM 수요가 전방위적으로 악화되고 있는데, 지난 2년 넘게 DRAM 업황을 가파르게 개선시켜 온 수요가 갑자기 약세 전환되면서 의문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엄밀하게는 가격 비탄력적 특징을 가진 서버 수요가 정체를 보이자, 그 과정에서 가격 탄력적 특성을 지닌 모바일, PC 수요가 늘 그래왔듯 너무 높은 가격에서는 구매를 지연시키는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공급사의 딜레마


김 연구원은 갑작스런 수요 약세 구간에서 공급사들의 관성적 출하 증가에 제동이 걸린 상황인만큼 공급사들은 △재고 부담을 안으며 시장 가격 급락을 막거나 △판가가 추가 하락하기 전에 재빨리 수요처를 찾아 판매를 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선 상황에서는 모두의 일관된 노력이 전제될 경우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겠으나, 누군가의 배신이 발생할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혹은 만약 수요가 매크로 변수에 의해 매우 악화될 경우에는 의도치 않게 차악의 경우 조차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급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공급사들은 거시경제 불안 탓에 최악은 피하려는 선택, 즉 판가와 무관하게 판매를 촉진시키려는 전략으로 기울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러한 상황에서 업체들은 Wafer capa 증설은 지속 억제하더라도 Bit cost(단위 제조 원가)는 효율성이 감소할지언정 Migration을 통해 지속 하락시켜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가경쟁력에서 충분한 격차를 유지한다면, 동질 재화가 동등 가격으로 거래되는 커머디티의 특성에 기반해 선두권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전쟁 책.(출판=한국경제)
반도체 전쟁 책.(출판=한국경제)

올해 DRAM 업황


올해 DRAM 업황에 대해 김 연구원은 “이미 예정돼 있는 가동 물량과 Migration에서의 자연적 공급 증가가 현재 예상되고 있는 수요 증분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점유율 경쟁 가능성에 기반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추정치를 하향 제시했다.


그는 “향후 DRAM 공급사들은 수요 포착 및 계약 체결을 추구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지속해서 투자 지연, Capex 축소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급은 적어도 2019년말까지는 지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변화 기민함’ 측면에서 공급과 수요에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존재하고 수요는 실수요에 시기적절하게 반응해 가수요와 진수요로 주문을 빠르게 확대,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것.


그에 반해 공급은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는데, 큰 그림에서 공급 능력은 계단식으로 크게 증가하는 특성을 지니며 선형으로 증가하는 수요와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물론 급변하는 수요 상황에 적극적인 가동율 조절을 통해 수급을 맞춘다면 이상적이겠으나, 공급사 간의 전략적 경쟁 구도를 감안 시 독자적인 가동률 조절은 최악의 수라는 공포감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DRAM 공급증가율과 판가하락율을 각각 23.8%과 39.7%로 전망했다. 올해 DRAM 영업이익은 18조원으로, 지난해 32조7000억원에서 크게 감소할 전망인데, 이에 따라 전사 영업이익 역시 올해 33조4000억원으로 전년 58조9000억원에서 대폭 감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DRAM 산업 내 공급은 결국 20% 내외 혹은 그 이상 증가하며, 10% 후반 수준의 수요를 소화시키기 위해 예상보다 큰 가격하락이 유발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이닉스 경우 올해 DRAM 공급증가율과 판가하락율을 각각 20.1%와 35.5% 수준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DRAM 영업이익은 10조3000억원으로 전년 20조3000억원에서 49%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사 영업이익 역시 NAND의 적자 전환까지 더해 전년 21조3000억원에서 올해 9조9000억원으로 53%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내내 선두업체의 공급증가가 시장 성장을 능가하며, 최소한 4분기까지는 DRAM의 마찰적 업황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메모리 산업 및 기업들에 대한 보수적 시각을 유지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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