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500조 원 시대… 커지는 자산운용사 영향력,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 과제로

e금융 / 김완재 기자 / 2026-07-22 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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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 "ETF 급성장으로 운용사 지분 영향력 확대"… 국내 수탁자책임 활동은 여전히 제한적
▲ 국내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의 국내 상장기업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기업 관여와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 체계는 아직 미흡해 수탁자책임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상장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newsis)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500조 원 규모를 넘어서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자산운용사의 국내 증시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다만 ETF를 통해 확보한 대규모 지분에 비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수탁자책임 활동은 아직 충분하지 않아,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와 기업 관여(Engagement) 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김보영 선임연구원)은 지난 13일 발간한 '자본시장포커스'의 'ETF 시장 확대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 ETF 순자산 3년 만에 100조 원에서 500조 원으로 급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은 지난 2023년 6월 순자산 100조 원을 달성한 이후 불과 3년 만에 500조 원을 넘어서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ETF 순자산은 ▲지난 2023년 6월 100조 원 ▲지난해 5월 말 200조 원 ▲지난해 말 300조 원 ▲올해 5월 말 500조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국내 증시 활황에 힘입어 국내 주식형 ETF가 전체 ETF 시장 순자산의 48%를 차지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ETF 순자산은 전년 말보다 71% 증가해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시장 내 비중도 확대됐다. 전체 시가총액 대비 ETF 순자산 비중은 지난 2020년 말 2.2%에서 지난해 말 7.5%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ETF 시장 확대가 자산운용사의 국내 상장기업 보유 지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TF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실제로 편입·보유하는 구조인 만큼 ETF 순자산이 증가할수록 운용사의 주식 보유 규모도 함께 늘어난다.

실제로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국내 주식 잔액은 지난 2020년 말 약 100조 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206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전년 대비 증가율은 87%를 기록했다.

특히 시가총액 가중 지수를 추종하는 ETF 비중이 높은 구조 때문에 대형주 편입 비중이 자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5월 말 기준 국내 상장 ETF의 삼성전자 편입 금액은 53조 1000억 원으로 시가총액의 2.9% 수준이며, SK하이닉스 편입 금액은 57조 9000억 원으로 시가총액의 3.5% 수준으로 추정됐다. 연초 대비 삼성전자는 248%, SK하이닉스는 145% 증가했다.

보고서는 ETF 설정과 환매 과정에서도 기초지수 구성 종목에 대한 현물 매매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대형주 수급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제공)

◇ "영향력 커졌지만 수탁자책임 활동은 아직 미흡"

보고서는 자산운용사의 지분 확대가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지만 실제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ETF와 인덱스펀드 등 패시브펀드는 장기 보유를 전제로 운용되기 때문에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보다 기업과의 지속적인 관여와 의결권 행사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 수단이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참여 기관은 늘었지만 실질적인 이행을 검증하는 체계와 공시 체계가 충분하지 않아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상 운용사의 42.4%는 의결권 행사 사유의 절반 이상을 '주주총회 영향 미미', '주주권 침해 없음' 등 형식적인 내용으로 일괄 기재하는 관행이 남아 있었다.

또한 공모운용사 67곳 가운데 주주권 행사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곳은 18곳뿐이며 평균 인원은 4.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49곳은 운용부서나 리서치부서, 백오피스가 관련 업무를 겸임하고 있었다.

주요 안건을 심의하는 별도 의사결정기구를 운영하는 곳은 40개사였고, 의결권 행사 관련 업무 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는 운용사는 20개사에 그쳤다.

보고서는 해외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 패시브펀드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이른바 '빅 3(Big 3)' 자산운용사는 S&P500 구성 기업 지분의 약 20~25%를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기업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블랙록은 지난해 기준 인덱스 추종 펀드를 대상으로 42개국 기업에 대해 2373회의 기업 관여 활동과 1811개 기업과의 대화, 1만 6500회 이상의 의결권 행사, 15만 4000여 건의 안건 투표를 실시했다.

기업 전략과 재무건전성, 이사회의 효과성, 임원 보수, 인적자원, 기후 및 자연자본 등 장기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기업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하는 방식이다.

뱅가드 역시 지난해 기준 1542회의 기업 관여와 1336개 기업과의 대화, 1만 3432회의 의결권 행사, 약 19만 건의 안건 투표를 실시하며 기업 관여와 의결권 행사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 국민연금·금융당국도 수탁자책임 강화 추진… "전담조직·독립 의사결정체계 구축 필요"

보고서는 국민연금과 금융당국도 자산운용사의 책임 있는 주주활동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일부 위탁운용사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위탁운용사 선정 시 주주권 행사와 수탁자책임 활동에 대한 질적 평가를 강화하고, 점검 결과를 자금 배정과 회수에 반영할 계획이다.

평가 항목에는 수탁자책임 활동 체계, 이해상충 관리, 의결권 행사 적정성, 전담조직과 전문인력 확보 여부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도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개정과 의결권 행사 내역 점검 등을 추진한 결과 불성실 기재 비율은 지난 2024년 점검 당시 96.7%에서 지난해 26.4%로 낮아졌으며, 내부지침 공시 비율은 55.8%에서 79.1%로 개선됐다. 지난 2023년 개정 가이드라인 반영 비율도 18.6%에서 59.3%로 높아졌다.

아울러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관여 활동을 별도 이행 점검 항목으로 신설해 관련 활동을 공개하도록 했다.

보고서는 ETF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맞춰 자산운용사의 수탁자책임 이행 역량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패시브펀드를 통한 대규모 지분 보유에 상응하는 기업 관여와 의결권 행사 체계를 구축하고, 주주권 행사 전담조직과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투자·리서치 조직과 독립된 의사결정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의결권 행사 원칙과 기업 관여 절차를 체계화하고 이해상충 관리와 내부통제를 강화해 단순히 의결권 행사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중심으로 한 스튜어드십 활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요주간 / 김완재 기자 ilyoweekl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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