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염원 외면한 국립강화박물관 건립안, 무엇이 문제인가

문화 / 김성환 기자 / 2025-12-31 09: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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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강화박물관 입지 논란 확산…문화사적 연계성 결여 지적 잇따라
고려 수도 강화의 정체성 논란… "입지 재검토 필요" 목소리 확산
국립강화박물관 입지 재검토 요구…"탄생지 배제는 납득 어렵다"
▲ 지난 22일 강화도 선원사에서 열린 ‘국립 강화 고려박물관 건립 기원 대법회’ 행사 장면. (사진=대한민국박물관협회 제공)


[일요주간 = 김성환 기자] 인천 강화군에서 추진 중인 ‘국립강화박물관 건립 사업’을 둘러싸고 박물관 입지가 고려 문화의 정체성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 국난 극복의 상징인 팔만대장경이 제작된 장소로 알려진 선원사와의 연계가 배제된 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난 22일 강화도 선원사에서 열린 ‘국립 강화 고려박물관 건립 기원 대법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고려가 몽골 침입에 맞서 국가 사찰로 삼았던 선원사의 역사적 의미를 토대로 국립강화박물관의 건립 방향과 입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행사에서 축사를 맡은 윤열수 전 대한민국박물관협회 회장은 “강화도는 단순한 지역이 아니라 38년간 고려의 수도였던 공간”이라며 “팔만대장경이 제작된 선원사는 고려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핵심 장소”라고 강조했다.

◇ 팔만대장경, 해인사에 보관됐을 뿐 ‘탄생지는 선원사’

현재 팔만대장경은 경남 합천 해인사에 보관돼 있지만 학계에서는 제작의 중심지가 강화 선원사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고려 고종 32년인 1245년, 최씨 무신정권 시기 몽골의 침입에 맞서 국난 극복과 국가 수호를 기원하며 조성된 팔만대장경은 선원사를 중심으로 제작이 이뤄졌고 이후 해인사로 이운됐다는 것이다.

 

▲ 지난 22일 강화도 선원사에서 열린 ‘국립 강화 고려박물관 건립 기원 대법회’ 행사 장면. (사진=대한민국박물관협회 제공)


윤 전 회장은 “팔만대장경 제작에는 막대한 양의 특수 목재가 필요했는데 이는 해상을 통해 강화로 운송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선원사 일대에 대한 추가 발굴과 학술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선원사는 당시 국찰(國刹)에 준하는 위상을 지녔고, 일시적으로 궁궐 기능을 수행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40여 년 이어진 복원 염원… 박물관 정책은 ‘따로’

선원사에서는 1983년부터 약 40여 년간 팔만대장경 복원과 고려 문화 계승을 염원하는 기원 활동이 이어져 왔다. 이번 법회 역시 그러한 역사적 흐름의 연장선에서 열렸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인천시, 강화군이 추진 중인 국립강화박물관 건립 사업은 영상문화단지나 고려왕릉 인근 등 다른 지역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려 문화의 핵심 서사와 공간적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윤 전 회장은 “신라에는 경주, 백제에는 공주·부여에 국립박물관이 있지만 474년간 존속한 고려를 대표하는 국립 박물관은 아직 없다”며 “강화는 고려 문화가 가장 집약적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22일 강화도 선원사에서 열린 ‘국립 강화 고려박물관 건립 기원 대법회’ 행사 장면. (사진=대한민국박물관협회 제공)

◇ “팔만대장경과 연계해야 국가 대표 콘텐츠 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팔만대장경 건립 또는 재현 사업과 국립강화박물관을 연계하는 방향이 문화·교육·관광 측면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고려의 수도 강화 △몽골 침입과 항쟁의 역사 △팔만대장경 제작 과정과 불교 문화 △국가 시스템과 정신사를 하나의 서사로 엮는 국가 대표 역사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행사 관계자는 “국립강화박물관은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왕조사 인식을 결정짓는 문화 정책”이라며 “선원사를 중심으로 한 고려 문화 축과의 연계 가능성을 지금이라도 공식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립강화박물관의 입지와 정체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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