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정승같이 번 돈 개 같이 막 쓰는 세태

People / 최철원 논설위원 / 2020-12-04 09: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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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평생을 버는 것 보다 쓰임을 강조하신 아버지는 돈 쓰임에 관한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계셨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써라." 이 말은 아버지가 내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신 말이다. 불과 반세기전 이 땅의 젊은 남녀들은 헐벗고 굶주림을 움켜쥐며 이국 행 비행기에, 배에 몸을 싣고 머나 먼 독일 광산과 병원으로, 베트남 전쟁터로 떠났다. 가난에 찌든 우리의 선배 세대는 돈 때문에 먼 이국 땅 막장에서, 전쟁터에서 땀과 피를 흘리며 돈을 벌었다. 그들이 청춘과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며 그렇게 번 돈은 국가 경제 발전의 초석인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쓰여 졌다.

우리나라에서 돈은 오래전부터 가치의 측정, 교환, 유통, 지불, 결재의 수단을 넘어서서 인간과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 어느 작가는 돈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표현했다. "돈은 단지 수단이 되어야 아름답지 목적이 될 때는 추해질 수가 있다"며 쓰임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는 또 "황금만능주의,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을 사랑하고 돈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들만이 마침내 삶의 아름다움을 알고 삶을 긍정할 수 있다. 그래서 돈의 소중함을 알고 돈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며 돈은 실물을 지배할 뿐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가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도 지배 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수단이 되어야 할 돈이 목적으로 사용돼 문제다. 국가 주요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돈은 국가 정책에 따라 사용되기는커녕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라 사용되고 있다. 내년도 적자국채가 90조인데도 불구하고 여ㆍ야당이 재난지원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쓴 재난지원금을 이번엔 야당이 선수를 쳐 퍼주기 경쟁에 나섰다. 지난 총선 패배 주요 원인이 재난지원금 때문이라는 트라우마로 야당이 먼저 3조6천억 원 재난지원금을 지원하자고 제안하니 여당은 한 수 더 떠 4조 이상으로 정하자며 맞받았다. 이래서 나라 살림은 거덜 나고 국민들만 봉이 되는 것이다.

정치권력이건 행정권력이건 권력을 쥔 자들이 그 권력으로 국가 돈을 쓸 땐 거침이 없다. 정부 여당은 지난 총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무차별 살포 했다. 과연 제 주머니 돈이라면 이렇게 쓸 수 있겠는가. 민주당 잘못으로 안 써도 됐을 840억 원으로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룬다. 그 돈은 전부 국민의 혈세다. 여당은 그 잘못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보궐 선거를 앞두고 비용이 10조 가량 소요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추진을 하고 있다. 이래서 권력을 쥔 자들이 그 권력으로 저지르는 잘못은 마침내 책임을 질 길이 없고, 그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게 여론을 호도한다. 이러지 말아라, 추잡하고 안쓰럽고 남세스럽다.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와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라는 말은 결국은 동어반복이다. 여당의 표 욕심과 PK소속 야당의원들이 지역 이기주의로 절차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합작으로 '유령 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들이 아예 특별법으로 가덕도 공항 건설을 제도화 하겠다는 것은 선거를 앞둔 부산 민심의 표를 매표하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은 어디서 나오는지 대안도 없이 마구 내지르는 포플리즘이 문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포플리즘 아니라 그 포플리즘으로 표를 얻겠다는 그 발상이 더 큰 문제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하는 야당에게 TK 신공항, 광주 공항도 같이 추진하자며 공항 정치에 불을 댕겼다. 이 말은 언 듯 진정성이 있는 진부한 말로 들리지만, 국민 시각에는 정치적 수사(修辭)로 무책임의 극치며 위선이거나 허위로 보인다. 천문학적인 막대한 건설비용은 나라 곳간 돈인데 멋대로 쓰자고 하고 있다. 표 얻으려고 나랏돈을 빼내 나누어 먹자는 것은 세금 도둑과 무엇이 다른가. 아무리 거대 여당이지만 매표를 위해 국정을 엿장수 마음처럼 운영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 과정은 공적 개방성을 상실했다. 힘 센 여당이 4년 전 주변 5개 시도단체장이 합의하고 찍은 도장 잉크도 체 마르기전 약속을 파기 시켰다. 공당이 부산 표심을 등에 업으려 요식업협회나 상가번영회처럼 사인(私人)의 이익집단 같은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고 있다. 국가 기관 사업을 어찌 헌옷을 벗듯이, 헌신짝을 벗어버리듯이 그렇게 국가 정책의 일을 일순간 벗어던질 수 있는가. 그 이유는 어떤 논리로 설득한다 해도 합리적이고 규범적인 토대를 상실했다. 그래서 여당이 주장하는 김해공항 확장이 경제성이 없다는 말은 논리도 아니고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그것은 황당무계한 정치적인 속임수일 뿐이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몰아준 민심의 힘을 이렇게 사용해도 괜찮은가. 이미 정해 놓은 국가 정책을 자신들의 정치적 유ㆍ불리 계산으로 합법적 공론 절차도 거치지 않은 체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뻔뻔함에 말문이 막힌다. 그 불합리적인 것을 위해 천문학적인 나랏돈을 막 쓰는 정치권력의 태도는 나라야 거덜 나도 돈을 뿌려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는 세태가 개탄스럽다.

초(超)슈퍼, 울트라 등의 수식어가 붙은 내년도 예산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당초 정부안 제출 금액보다 삭감은커녕 오히려 2조2000억 원이 증가됐다. 위기 극복 예산이라며 잔뜩 키워놓은 예산에 여야가 정치적 득실을 따져 숟가락까지 얹은 바람에 사상 최대의 예산 낭비가 이뤄질 우려가 있다. 초유의 위기에 재정지출 확대는 어쩔 수 없다지만 그 속을 들어다보면 국회의원의 지역구 예산 늘리는 경쟁으로 나랏돈 막 쓰기 경쟁을 벌리고 있다.

무슨 세상이 이런가. 왜들 이러나. 정치권력들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번 정승같은 돈을 개 같이 막 쓰려는가. 제발 이러지 좀 말라. 지금은 눈(雪)에 덮혀 안 보일지언정, 눈이 녹으면 다 드러난다. 그 잘못 된 실체가. 그러니 잘 좀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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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논설위원

최철원 논설위원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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