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People / 최철원 논설위원 / 2020-12-21 10: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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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1, 2항에 그리 쓰여 있다. 우리는 헌법을 읽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조항만큼은 국민 모두 잘 알고 있다. 2020년이 다 지난 이 시점에 새삼 왜 헌법 조항을 되새김할까? 지금 정부에서, 국회에서, 정치권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를 목도하면서 이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기에 그러하다. 바로 '민주공화국이란 대체 무엇인가'이다. 그리고 그에 비춰볼 때 과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이다.

민주주의가 제도화된 국가에서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 정권은 국민을 이기려 하고 있다. 개혁과 민주를 앞세우며 국회에서 편법, 밀어붙이기, 기습 상정, 합법적 토론 강제종료, 쟁점법안 강행 처리 등으로 독재 시절에서나 있었던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오랜 기간 국회에서 합의되고 존중되었던 규범과 절차는 철저히 외면됐고 파괴됐다. 국회법에는 주요 법률안을 본회 상정 시기에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한다고 규정되어 있었지만, 무소불위 여당은 이런 규정과 관행을 깡그리 무너뜨렸다. 이게 과연 민주주의를 표방하여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쓰는 여당 당명 정체성에 걸맞은 행위인가.

민주당은 이젠 못 하는 게 없고 무서운 게 없다. 수적 우세만 믿고 막무가내로 쟁점법안 가결이라는 무리수로 개혁법이라는 것을 통과시켰다. 국민이 맘대로 입법독재 하라고 4.15총선에서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게 아니다. 국익을 우선하고 여ㆍ야 협의를 통해 국민이 살기 좋도록 정치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집권세력이 야당 따위는 아예 무시하고 쟁점법안을 처리했다. 이 과정을 현 정권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 말했지만, 실제로는 한국 민주주의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모습에 과거 독재 시절의 입법부 홍위병 모습이 겹쳐 보인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개인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훼손해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다. 이 법은 국민 표현을 제한하는 반(反)민주 법으로 국제사회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낼 정도다. 미국 조야에서는 무원칙하고, 부도덕하다며, 공산 정권하에서 고통받는 주민에게 민주주의를 증진하고 지원하는 행위를 범죄화한다며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 맞느냐?"고 비난하고 있다.

5.18 역사왜곡처벌법은 한술 더 뜬다. 앞으로는 5.18민주화운동을 잘못 입에 올리다가는 감옥에 가든지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한마디로 국민의 입을 법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소위 경제 3법(상법, 공정 거래법, 금융그룹 감독 법)개정안도 기업의 소유권을 흔들 수 있는 법이다. 자유와 소유가 불안한 체제, 개인 의사표시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닌 "법을 이용한 통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것이 어떻게 민주주의고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인가.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여당의 '법 바꿔치기' '밀어붙이기' 행태는 국민 기만이다. 소위(小委)에서 정의당 요구대로 법을 통과시킨 다음 전체 회의에서 정의당 뒤통수를 치고 법을 바꿔치기했다.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을 무력화해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할 수 없는 법 개정안을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대통령은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을 거론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 비토권을 박탈당한 야당은 "집권세력 입맛에 맞는 인물이 공수처장에 임명된다면 공수처가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수사를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래서 공수처를 "비리 은폐처,"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보장 보험 가입 완료"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는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총장 징계를 어거지로 강행했다. 장관은 입맛에 맞는 하수인들을 동원, 조직적 폭력화를 야기했다. 배신자 처단을 명령받은 행동대장이 막무가내로 칼을 휘둘렀고 졸개들은 심야부터 새벽까지 개 때처럼 물어뜯었다. 왜 밝은 대낮에 해도 될 사안을 도둑질하듯, 군사작전 하듯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해치우는가. 전직 검찰총장 9명이 합동성명을 내고 "징계 의결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큰 오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우리 국민이 애써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 될 우려가 너무 크므로 중단 되어야 한다"고 했다.

얼마나 정권과 정치권이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뿌리 내리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가?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손쉬운 길은 법과 제도가 국민의 기본권을 얼마나 잘 보장하고 있고 얼마나 그것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면 근원적으로 그런 민주주의는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법과 제도는 민주적이나,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다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집단의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의지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란 결과보다는 과정의 중요함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고 배웠다. 그런 민주주의가 치료 불가능의 중병에 걸려 지금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국회에선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검토도 없이 숨 가쁜 정쟁과 밀어붙이는 정치만 가득하다.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은 정권의 졸개로 전락해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고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이게 독재가 아니면 뭐가 독재인가. 정부에서, 국회에서, 정치권에서, 권력을 쥔 자들이 행해지는 일련의 행위를 보며, 민주공화국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정을 통해 최초로 민주공화국임을 선포한 지 101년, 아직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되기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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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논설위원

최철원 논설위원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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