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People / 최철원 논설위원 / 2019-12-26 10: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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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이 있다. 아마 다시는 도둑을 들지 않도록 든든하게 문단속을 한다는 말이리. 옛사람은 무엇을 잃어버렸을 때 스스로 잘못을 되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외양간 고침'에 비유했다. 그 말속에는 도둑을 잡아야 한다든가, 도둑이 나쁘다는 비윤리성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다만 문단속이 허술했던 자신의 반성이 먼저였다. 그런데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생각은 않고, 잃게 된 잘못에 반성도 없이 소도둑에게 손가락질만 하며 세월을 보내는 한심한 집단들이 있다.

2016년 새누리당은 차기 총선에서 180석 이상 확보를 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져 있었으며 친박과 친이로 양분된 두 세력이 서로 기득권 지키기 위해 끝없는 소모전을 벌였다.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서 진박 줄 세우기 공천, 사천 공천으로 친박, 비박이 다투는 무지함은 탄핵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와 보수 궤멸을 자초했다. 결국 양박이 다투다 쪽박을 찬 것이다. '지붕이 세자 기다렸다는 듯 때맞춰 공교롭게도 비가 내린다.'라는 말처럼 자유한국당은 내분으로 갈라져 권력도 잃고 스스로 자멸의 길로 가고 있었다.

지난 12일 치른 영국 총선에서 집권 여당 보수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보수당이 예상보다 큰 승리를 거둔 결정적 요인은 존슨 총리를 둘러싼 온갖 악재에도 야당인 노동당이 대안 세력으로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영국인들이 무능한 여당에게 몰표를 던진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야당인 노동당이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당론을 정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더 컸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동당이 수십 년 지켜온 텃밭에서도 의석을 대거 잃어 사실상 궤멸 상태에 빠졌다.”라고 보도했다. 한국당은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 지난 2년 6개월 평가는 정파나 이념 차이를 떠나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경제, 외교, 안보 사회적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잘 된 것이 없다. 딱히 속 시원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포플리즘이라는 설탕물 정책 때문에 여전히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높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은 실정의 반사이익을 못 챙긴 체 바닥에서 머물며 있다.

자유한국당은 2016년 국회의원 선거,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세 차례나 잇달아 참패했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명분으로 핵심 인사가 줄줄이 구속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만큼 시련을 겪었으면 요인이 무엇 때문인가를 알 수도 있음에도 '무전략,' '무대책,' '무대안'의 3무 전략의 막무가내 방식으로 당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다. 현 정부 여당의 정책이 일방통행하는 것에 대응 방법은 정교한 전략 없이 거친 투쟁만 고수하는 무능한 야당으로서 일조했다. 오죽하면 "측근 복은 없어도 야당복이 있다."라는 말이 생겼을까.

흔히 조직이 위기에 부딪쳤을 때 리더의 처신 하나하나는 아랫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리더가 보여주는 태도, 말, 행동은 조직 구성원들의 단결, 위기 돌파 의지와 노력에 영향을 주어 결국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 황교안 대표가 정치를 시작하며 보여준 것은 투사의 모습이다. 길거리 장외 정치와 삭발과 단식, 또 국회 농성을 하고 있다. 20~30년 동안이나 정치를 한 대다수 정치 선배들도 한 번도 하지 못한 것을 삭발, 단식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몇 달 사이에 다 보여 주었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에 결연한 의지를 보여 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울이는 듯이 나아갈 때가 있으면 물러설 때가 있는 법이다. 전쟁에 임하는 장수가 '깨어질 때까지 돌격 앞으로!' 만 외치는 것이 '전술'로는 괜찮을 때가 있을지 몰라도 '전략'으로는 문제가 있다.

국민은 '혹시가 역시가 되고 번번이 실망하게 되면서도 보수 야당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수의 재건을 위해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되씹으며 야당에게 기대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야당에게 노조나 시민단체, 일부 종교 세력처럼 길거리로 나가 시위하고 구호를 외치라는 게 아니다. 제도 정치 속에서 대안 세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력을 야당이 보여 달라는 것이다.' 야당이 지금과 같다면 내년 총선에서의 결과는 참패라는 게 예정되어 있다. 그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야당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고 당 노선이나 체질의 변화를 통해 다수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많다는 것이다. 최고의 타자도 타격 지도를 받는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인터뷰에서 "타자가 공을 치지 못하는 건 나쁜 습관 생기는 긴장 패턴에 일부다. 이때 중요한 것은 관성적으로 연습하기를 멈추고 관찰하는 것이다."라 했다. 최고의 성악가도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타인의 평가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이 올바름이다. 올바름은 정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실과 다르게 얘기하는 것만이 잘못은 아니다. 알면서 행동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다.

뼈를 깎는 듯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의 길 위에서 통합과 희망의 길을 갈구하고 그 희망의 길 위에서 다시 불편한 길을 거듭 만날 수 밖이었던 정치력 부재가 야당을 포함한 지지세력들 모두의 불행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통합의 길이 작은 유불리로 분리 대립을 일으키는 현실, 분열의 세력이 서로 합칠 수 없다는 관념을 초극(超克) 하고자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 보수 재건을 기대하는 심정을 읽어야 하며 국민들의 희망을 져버리지 말아야 한다.

뭔가를 해야 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역사의 죄인이라는 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리고 있다. 비록 소를 잃었지만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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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논설위원

최철원 논설위원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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