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하나 마나 한 말, 들으나 마나 뻔한 말

People / 최철원 논설위원 / 2021-04-07 10: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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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언제나 그래 왔지만, 특히 선거 때만 되면 나라를 사랑하고 서민 생활을 걱정하는 이들이 유독 많았다. 그에 따른 주변 인물들의 활동 또한 후보자 못지않게 적극적이고 활달하다. 듣기로만 보면 지금 이 사회가 왜 이 모양 이 꼴인 것은 좋은 정치와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아서라고 보인다. 선거기간 동안 떠들었던 것도 바로 그 묘책이 서로 부딪쳐 내는 소리 같다.

성 문제 때문에 치루는 선거에 여당은 반성이 없었고 책임지는 자세가 부족했다. 야당도 그저 여론조사가 앞서가니 표정 관리에만 급급했다. 악착같이 매달려야 하는 쪽이 야당이 아닌 여당이었다. 냉정한 시민 반응에 마지못해 "잘못했다"라는 말이나 "죄송하다"라는 말은 '그 말이 그 말인 것'이고 '하나 마나 한 소리'고 '들으나 마나 한 소리'로 들렸다. 그것은 전적으로 무의미하고 무 내용 했다. 왜냐하면, 마지못해서 하는 그 말을 한들 그 말이 그 말이기 때문이고 그 하나 마나 한 소리는 들으나 마나 한 소리였기에 헛소리만 판을 쳤다.

정의와 불공정에 갈증 난 시민에게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공약은 어디를 찾아봐도 없었다. 오히려 최근 들어 한층 더 세진 집단이기주의로 그간 어렵게 쌓아놓은 파이를 나눠 먹으려 허술한 논리와 공약으로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민생 정책이나 비전 대결은 온데간데없고 상대 후보 흠집 내기만 난무한다. 얄팍한 네거티브 선거 전술은 우리나라의 선거문화를 과거로 되돌려놓았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여 진 건 자기의 문제점과 자신들은 잘못에 대한 진정어린 반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만이 민생을 잘 챙긴다며 말도 아닌 공약을 하고 다녔다. 심지어 한참 철 지난 무덤 속에 잠자는 귀신을 불러내는 네거티브 선거방식은 시민 수준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어쩌다 정치가, 선거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

시민의 관심사는 누가 더 잘 싸우나가 아니라 누가 더 준비돼 있느냐일 것이다. 여당이 한 건 잡았다 하면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악력 握力의 강도에서 야당 후보는 족탈불급이다. 마지막 날까지 몸부림치는 광기는 혀를 내두르게 했다. 서로가 거짓말이라며 손가락질하는 판에 도덕이 어떻고 삶이 어떠하다고 말한들 이미 더럽혀지고 허물어진 아수라판에 그 말이 무슨 씨가 먹힐 것인가.

여ㆍ야 시장 후보가 시민들을 위한다기보다 자신들의 당선을 위한 이전투구로 사회 위기를 혼탁하게 조장했다. 이미 거기에는 시민을 위한 정쟁인 것은 실종되었고 정당의 더티 플레이만 판을 치고 있었다. 페레가모, 생태탕 등 선거와 아무 관련이 없는 단어가 무수히 뱉어 졌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말이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인가 아닌가, 쓰레기다"라는 막말이다.

국가는 발전하고 국민의 생활과 의식 수준도 발전하고 있지만 유독 발전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정치인들의 선거의식이다. 2차대전 때 처칠 수상이 선거 연설에서 국민에게 공약한 것은 흔히 들을 수 있는 정치가의 그. 감언이설이 아니었다. "내가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피와 눈물과 땀뿐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선거 연설에서도 그와 비슷한 수사를 했다. "오직 평안만을 구하는 자들, 현상만을 유지하는 자들은 자기에게 표를 던지지 말라고 했다. 자기는 고난, 모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시련밖에는 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의 연설도 그 수사법이 달라져야 한다. 선거만 이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선거를 통해 이루려는 '본질'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진정 시민을 위한다면 국가 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해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다. 보궐선거의 기준이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닌 선거를 통해 올바른 민의를 읽고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목적'이 기준이 되어 뚜렷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세우는 공약이 고작 시민들에게 돈 10만 원씩 준다는 공약을 들여다보면 자기를 뽑아주면 이익을 주겠다는, 상거래적인 감언이다. 이것은 시민의 의식 수준을 우롱하는, 상거래적인 감언이다.

보궐선거를 통해 느낀 이 시대는 리더가 부재된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서로 자기가 옳고 남은 그르다 주장하고, 남을 위한 말 없는 실천보다는 나를 위한 말 많은 주장이 더 앞선다. 이토록 극심하게 자기주장이 강한 시대도 있었든가 싶을 정도로 이해와 소통의 문이 닫혀있어 서민이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자체가 고통스럽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편 가름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통합의 리더십이다. 하나 마나 한 말, 들으나 마나 한 말로 국민들을 미혹시키는 지도자는 더욱 국민의 마음을 똑바로 읽고 정의, 불공정, 신기득권 세력의 불합리한 독선 정치를 과감히 배척하는 용기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설령 매를 맞더라도 지도자는 그 길을 가야 한다.

당선과 낙선의 갈림길에서 억지 춘향 발버둥 쳤던 날은 가고 심판의 두려운 날이 다가왔다. 나도 하나 마나 한 말 그만하자. 모두 선거하자. 그리고 잘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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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논설위원

최철원 논설위원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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