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나

People / 최철원 논설위원 / 2019-03-21 11: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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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우리 사회는 변칙이 잘 통할 때가 있다 한다. 합리보다 무리로 해결하고 법보다 주먹이 가까울 때가 많다. 공식보다는 비공식으로 해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과정보다 결과를 평가하는 사회는 공정한 룰보다 꼼수가 판치기 마련이다. 정치인들의 끼리끼리 사바사바 정치, 정부 관리의 지위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상장사 직원의 내부자 거래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하든 '되면' 그만이라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사고(思考)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지난 2월 취업자 수가 일 년 전보다 26만 명 증가해 지난 12개월간 이어진 고용 쇼크가 일단 멈췄다. 일자리 대부분이 세금을 쏟아부어 쥐어짜낸 어르신공공 일자리로 하루 2~3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30만 원 가량을 받는 단기형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이 노인 알바를 빼면 2월 일자리는 오히려 14만 명이나 줄었으며 30~40대 취업자는 24만 명이나 줄었다. 세금으로 취업자 수치만 높이려는 것으로 국민을 속이는 분식 회계나 다름없고. 정부의 고용 수치를 늘리는 방법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이다.

소득 주도 성장정책이 빚은 고용 쇼크로 인해 계속되는 일자리 감소를 날씨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것이라며 외적으로 탓하던 정부는 2월 일자리 성적표에 대해 크게 고무된 듯 '고용 지표가 크게 개선됐고, 고용 시장의 활력을 보여주는 경제활동 참가율도 높아졌다'고 자평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관료주의적 발상이다. 고용 질적 보다 수치에 치중하는 정부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강행한 최저임금 정책으로 빚어진 고용 축소 현상을 일자리 숫자를 가공해 비판을 모면하려는 눈속임의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는 새 장관 후보 7명을 발표하면서 출신지 기준을 "고등학교로 하겠다."고 했다. 인선에 지역 안배라는 걸 맞추다가 고교 중심이라는 분식(紛蝕) 꼼수 아이디어다. 무엇보다 정확하며 정직해야 할 정부가 눈가림 방식으로 국민을 속이려 든다면, 이런 사회에서는 요령이 재주를 피우는 임기응변이 활개를 치게 된다. 단순 수치의 결과만 중시되어 정작 중요한 과정이 무시되기에 기회 만능주의가 판을 친다. 이런 무질서가 경쟁적 의미에서는 성장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사회 발전에는 크게 저해 요인이 된다.

국토부 장관 임명 내정자는 3주택자로 살던 집을 딸에게 편법 증여 세금 절세를 하였으며 그 집에 월세를 사는 삼류코미디 기사가 각 신문 일 면을 도배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재테크 귀재로 많은 부를 축적한 내정자는 장관 임명 이전에 국민들에게 부동산으로의 재테크, 절세 방법과 요령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또 가족인 딸 부부에게 올바름 보다는 편법의 꼼수를 실천으로 가르쳐 주었다. 편법의 고수가 주무 장관이 되면 우리나라는 재테크 공화국이 될게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야 뭐라 하든 꼼수 증여를 해서라도 장관을 하겠다는 건, 모로 가도 서울은 가겠다는 것이다. 이래가지고야 어떻게 그 자리를 유지할지, 임명권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흠결이 불거져도 임명하면 그만이다는 식으로 이 정권은 '국민은 떠들어도 우리는 간다.'는 걸 보며 걱정이 앞선다.

성현의 가르침이나 책대로 또는 올바른 방법으로 이행하지 않았었던 것이 더 나았다고 평가되는 사회는 그 미래가 어둡다. 오히려 거꾸로 갔던 것이 다행이었다고 판단된다면 시작이 아니라 끝장일 뿐이다. 사회 중추적 역할을 이루고 있는 집단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경우야말로 잘못된 집단화와 대중화가 이뤄지고 파멸로의 가속화가 닥쳐온다. 국가정책이 미봉책으로는 제조업 일자리의 동공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은 속일 수도, 감출 수도 없다. 이 심각한 문제들은 머지않아 우리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돌이킬 수 없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건 이럴 때 쓰는 적당한 단어다. 무섭게 변하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하향으로 돌아섰다. 수출, 설비투자, 내수부진 등 어느것 하나 잘되고 있는 것이 없는 현실을 직시하여, 이럴 때일수록 정공법을 써야 한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 아무리 아프기로서니 진통제만 계속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총선을 앞둔 시점에 예타 면제로 토건 사업을 벌이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본질이 매표 행위를 위한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이러고도 정부 여당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가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가를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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