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진보·보수의 도랑은 점점 넓고 깊어 가고만 있다

People / 최철원 논설위원 / 2019-02-21 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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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집권 3년 차를 맞아 바람 잘 날 없는 현 정권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직업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태극기 부대' 'ㅇ사모' '문빠'등 계층 간의 편 가림이 확연한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온통 정치에 열변하여 진보 보수, 계층 간 대립이 더욱 심화된 느낌이다.

 

국민 대다수의 의식이 깨어 있어 끊임없는 격려, 감시와 비판의 눈을 정치에 보내는 것은 건전한 사회 풍토 조성을 위해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또 정치의 파행과 편향적·이념적 조정 역활에 좋은 배양토가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지나친 간섭과 소모적 논쟁은 긍정적인 부분에도 불구하고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이반 현상으로 사회 곳곳에서 부조리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한 예로서 우리사회 좌·우, 진보·보수 간의 '도랑은 점점 넓고 깊어' 가고만 있다.

소리 없이 가라앉는 민생경제, 다시 정치 쟁점화된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초당적으로 대체해야 할 안보 문제와 북한 핵문제 등 민감한 정치 사안에 더욱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현 정권의 내부 폭로에 관한 정치적 견해는 계층 간 상반된 시각으로 바라보며 나름대로 해석해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다툰다.

진보와 보수 중 자신은 스스로 무슨 성향이라 생각합니까? 요즈음 대화할 때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초면인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답하다가 이제는 그냥 씩 웃고 만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상대가 어떤 답을 원하는가가 머릿속을 스쳐 간다. 질문한 상대방과 내가 상반된 성향을 답하면 갑자기 대화가 끊기거나 전체 분위기가 서먹해지기 때문이다.

 

서로 잘 지내려 만났다가 오히려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되는 셈이다. 흔히 진보냐 보수냐를 묻는 것은 상대방 사람의 사회적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는 잣대로 삼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생각과 보수적인 생각인가에 따라 개인의 이념적 성향마저 그렇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러한 구분이 인간관계 형성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짓는 데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념 간의 대립이 지금처럼 심하게 그렇지는 않았었다. 누가 무슨 성향을 가졌든 그것이 인간관계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그러나 내 개인적 경험에 불과한 일이라 하더라도 요즘은 정도가 유독 심하게 그렇다. 그만큼 이념적으로 편갈림이 더 심해진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진보, 보수 또는 중도 등 여러 갈래의 성향으로 나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의 질서가 확연한 사회에서는 하나의 목소리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사회 구성원이 개개인 성향을 자신만의 잣대로 서로를 무시하거나 반목하는 데 있다.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대립함으로써 배척하고 공격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국민의 혀 차게 만드는 한국당 전당대회장에서 일부 극성스러운 당원들의 이성을 잃은 듯한 혐오스러운 모습은 같은 보수층에서도 나와 의견이 다르면 욕설과 야유로 무시하며 극단으로 치다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데가 바로 인터넷이라는 광장의 댓글이다. 정치권 주변 우군 세력인 소위 'ㅇ사모', '빠'부대들은 익명과 은닉의 우산을 쓰고 상대방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인신공격과 욕설로 저주를 퍼붓고 있다.

 

내 의견과 다르면 다 나의 적이 되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면 그런 시대를 사는 우리는 무척 불행하다. 이 사회는 그런 불행의 시대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 전 상원의원 패트릭 모이니헌이 말한 대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자기의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자기만의 사실'을 가지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는 말이 유독 와닿는다.

수레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안다. 그런데도 현 사회는 한쪽 바퀴만으로 가길 원한다. 나와 이념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나와 정치적 견해가 같지 않다 해서 상대방을 폄하하거나 불인정해서는 안 된다. 저마다 생긴 모습이 다 다르듯 우리는 생각이나 이념이 다 다르다. 만일 생각이나 이념이 다. 똑같다면 그게 바로 복제인간이다.

 

남을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는 복제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며 결코 올바른 사회라 할 수 없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던 우이독경으로 '마이웨이' 하는 시대. 이념이 똑같기를 원하는 파시즘 패거리 독선은 선진화된 바보들이 모여 사는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갈등의 뿌리를 오직 그 세력 또는 집단과 정치에서만 찾는 것은 자기 반성 없는 변명이나 책임 회피가 되는 게 아닌가.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과 다른 제 가치가 충실하고 흔들림 없이 자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 과연 이 사회가 지나친 이념 갈등에서 진보와 보수가 극명하게 대립각을 세울까. 진보, 보수의 논쟁으로 우리 사회 분열을 부추기는 일과, 두 진영 서로에게 큰상처가 되지 않도록 이즈음에서 자제하여야 한다.

다양하고 또 다양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 삶에서 목소리는 여러 갈래라 해도 말뜻은 균제 합의로서의 흐름으로 모이고 화음이 될 때, 진실로 우리는 살기 좋은 사회임을 자부할 수 있게 된다. 논어 자로 편 화이부동(和而不同)은 주변과 잘 지내지만, 자신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 소신 있음을 말한다. 우리는 자기들만의 주장과 수단이 아닌 어떤 합리적인 방법으로 '깊은 도랑'을 메우고, 화합이라는 공통분모를 복원할 것이며 회복하고 것인가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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