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KT, 위기 대응 과거 답습 말라

IT Biz / 노현주 기자 / 2021-11-02 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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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의연한 KT의 과거 방식 통하지 않아
▲ 서창석 네트워크혁신TF 전무가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본사에서 열린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장애 관련 설명회에서 재발방지대책을 발표를 마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일요주간 = 노현주 기자]  최근 KT가 통신망 장애 사고의 책임을 "1차적으로 협력사에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협력사에 구상권 청구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고객들에게 지급해야 할 피해 보상액 일부를 떠넘기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눈쌀을 찌푸리게하고 있는데요.

이 소식을 듣고 있자니 천자문에 ‘망담피단 미시기장(罔談彼短 靡恃己長)’이라는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罔(말 망)談(말씀 담)彼(저 피)短(짧을 단), 靡(말 미)恃(믿을 시)己(몸 기)長(긴 장) 즉, 망담피단 미시기장은 '남 모자라는 점 말하지 말고, 내 좋은 점 믿지 말라'.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 것이며, 나의 장점을 믿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덕을 손상하고 말 것이고, 곧 남을 높여 주고 스스로를 낮추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전국 통신망 장애가 있던날(10월 25일) KT는 네트워크 작업을 계획하면서 관리·승인, 실행·검증까지 단계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실토했습니다. 처음부터 실수를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디도스) 공격이라고 했다가 네트워크 설정 문제였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이후 일주일이지난 11월1일 KT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①야간에 진행해야 할 작업을 주간에 KT 직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점 ②사전 검증단계에서 협력사 오류로 인한 명령어 누락을 파악하지 못한 점 ③잘못된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정보가 엣지망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된 점을 들었습니다.

이어 협력업체의 실수도 분명 있었지만, "1차적으로 책임은 협력사에 있다"는 KT의 해명을 듣고 있자니 기자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이 관리자의 부재와 협력업체에 있다는 KT의 해명은 너무 궁색한 변명으로 밖에는 안보입니다. 이번 일로 협력업체가 문을 닫는 것은 아닌지 걱정마저 듭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KT의 이런 해명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KT는 2019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며 5G 완전 무제한 요금제와 단말 구매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프로그램, 국내 최대 수준의 5G 커버리지 구축과 투명한 공개 등 고객 니즈에 기반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그동안 꾸준히 제공해왔다고 자부하던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한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잊은 것일까요.

KT는 이번 전국 통신망 장애 사고 직후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태를 덮는 데 급급했습니다. 처음에는 원인으로 지적했던 디도스 공격도 아닌 라우터 교체 작업중 'exit' 명령어를 누락했다는 사소한 실수는 실소를 자아낼 만큼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KT가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 이유입니다.


또 라우팅 오류라는 건 해당 관리자의 작업 중 과실로밖에 볼 수 없는 인재라는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초기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는 해명은 KT로서 자승자박이 된 셈입니다.


이번 사태로 KT 내부에서는 이번 사고가 구태의연한 조직 문화와 태만한 현장 관리·감독에서 비롯된 것이란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니 희망적이긴 합니다. KT는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기술적 측면과 관리적 측면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강력히 시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과거 사고가 발생할때 마다 KT의 사과와 대책은 쭉 있어왔습니다. 이번에도 우리국민들은 속는셈 치고 믿는 듯 합니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쇄신을 약속했고, '환골탈태'하리라는 약속을 저버리는 기업은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테니까요.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매우 관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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