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용인 현장 '재해의 늪', 두 달 만에 반복된 사망 사고...노동계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현장+ / 최종문 기자 / 2026-01-21 1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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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SK에코플랜트, 죽음의 속도전 중단하라"...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2개월 새 노동자 2명 사망
건설연맹, 특별근로감독 및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영하 10도 한파 속 '밤 10시까지 강행군'
건설연맹, 유명무실한 정부 한파 대책 비판...간담회 열고도 현장 무시한 정부, 실질적 '작업중지권' 보장 요구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SK에코플랜트가 시공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를 강력히 규탄했다.(사진=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일요주간 = 최종문 기자]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서도 공기 단축을 위한 ‘강행군’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또 한 명의 건설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건설연맹)은 지난 20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SK에코플랜트가 시공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를 강력히 규탄했다. 

 

건설연맹은 이번 사고를 “이윤에 눈이 멀어 노동자의 생명을 도외시한 기업과 정부의 합작품”으로 규정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영하 10도 한파 속 밤 10시까지 이어진 ‘살인적 노동’


건설연맹에 따르면 지난 1월 13일 오후 9시 35분경 경기도 용인시 소재 SK에코플랜트 반도체 클러스터 팹(FAB) 건설현장에서 철근 운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쓰러졌다. 이 노동자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튿날인 14일 새벽 끝내 숨을 거두었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당시 현장의 체감온도는 영하 10.2도에 달했다. 숨진 노동자는 지난해 9월부터 사고 당일까지 매일 오전 6시 50분에 출근해 오후 10시 30분까지 이어지는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연맹 관계자는 “한파주의보 속에서도 적절한 휴식이나 작업 시간 조정 없이 중량물을 취급하는 업무가 계속됐다”며 “이미 지난해 11월 15일에도 해당 현장에서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는데 불과 두 달 만에 똑같은 비극이 반복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SK에코플랜트가 시공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를 강력히 규탄했다.(사진=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 ‘3개월 앞당겨진 공기’가 부른 비극... “기업은 축제, 노동자는 사투”


건설연맹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무리한 공기 단축 정책을 지목했다. 발추처는 지난 15일 언론을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번째 공장 가동 시점을 기존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 2027년 2월로 발표한 바 있다.

노조는 “발주처의 의지에 맞춰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가 조기 완공을 위해 돌발 작업을 수시로 진행하며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 유명무실한 고용노동부 대책... “특별근로감독 실시하라”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한파 대비 노동자 안전보호대책’을 발표하고 현장 간담회까지 개최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작업 시간 조정 등 핵심 지침이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건설연맹의 주장이다.

건설연맹은 “대통령이 직접 건설현장 재해 감소를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첫 번째 사망 사고 이후 특별근로감독조차 실시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범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비극적인 산재 사망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4대 핵심 요구안'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했다.


우선 연맹은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대해 철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했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는 물론 현장 내 한파 휴게실 운영 실태 등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여부를 낱낱이 조사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취지다.
 

▲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SK에코플랜트가 시공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를 강력히 규탄했다.(사진=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현실과 동떨어진 법 제도의 개선도 강력히 주문했다. 특히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받아온 기존의 한파 대책 권고사항을 즉각 폐기하고 극한의 추위 속에서 노동자가 위험을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과정에 현장 전문가인 노조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건설 현장의 위험 요소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조합 산하 사외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산업재해 조사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이 상시로 현장을 점검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출입권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것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국회를 향해서는 무리한 공기 단축과 저가 수주가 부르는 ‘속도전’식 공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건설안전특별법’의 즉각적인 제정을 주문했다. 공사 현장의 각 주체에게 명확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법적으로 적정 공사 기간과 공사비를 명시함으로써 더 이상 안전이 비용과 시간 뒤로 밀려나지 않는 안전한 건설 현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영철 건설연맹 위원장은 “건설노동자는 고장 나면 갈아 끼우는 부품이 아니라 사람”이라며 “국회는 정쟁을 멈추고 노동자의 생명을 살리는 민생법안인 ‘건설안전특별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연맹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SK에코플랜트를 상대로 한 투쟁은 물론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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